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제이 Apr 22. 2023

나를 위해 건네는 작은 위로

이소라 [ 바람이 부네요 ]

오랜만에 이른 아침을 깨웠다.

걷는 나의 발걸음을 따라 따사로운 햇빛이 얼굴을 가득 채웠다.

손 끝을 살짝 여니 새하얀 빛이 스며들었다. 오늘따라 유달리 빛이 밝았다.

밝음은 늘 발걸음을 이끌어준다. 그 묘한 이끌림에 따라 부드럽게 몇 걸음 걸어 나가니 내 앞으로 덜덜거리며 트럭 하나가 다가왔다. 뒤에 한가득 실은 짐의 무게가 꽤나 버거웠던지 털털 소리를 내며 다가와 이내 멈춰 서는 것이 아닌가. 궁금함에 슬쩍 쳐다보니 유리 차창 사이로 새하얀 마스크를 쓴 아저씨가 가벼운 눈인사를 건넸다. 동글동글 반달 모양의 눈빛에서 그의 서글서글함이 보였다. 가벼운 목례... 그의 눈인사에 답해주었다. 그가 짓는 미소가 내게도 전달되었다.


살살 부는 봄바람이 좋아 시선을 머물러두었다. 막 지나친 트럭 뒤 사이로 다 낡은 슬리퍼가 서성이는 게 보였다. 반짝거리며 기지개를 핀 꽃들에게 시선을 떼지 않는 그, 그의 손끝이 햇살에 맞부딪혀 꽃들의 아침을 깨웠다. 아저씨는 살포시 그 꽃 끝에 시원한 생명수를 부어주었다. 꽃들은 아저씨를 향해 손을 흔들어 주었다. 때 마침 부는 바람결에 따라. 내 발끝을 본 아저씨, 내게 가벼운 인사를 나눠주었다. 나도 그에게 슬며시 웃음을 지었다.


부르릉, 익숙한 소리가 귓가를 울렸다.

그저 찰나의 순간 지나쳐가는 사람들과 나눈 첫 아침인사. 그렇게 따사로운 햇살 아래, 기분 좋은 아침을 열었다.


그리고, 나는 눈을 떴다.

아주 오랜만에 느껴보는 햇살의 꿈이었다.


4월이 되면, 행복해지는 꿈을 꾸는 날이 있다.

아주 소소한 행복조차도 주어지지 않는 시간을 지나는 때이기에, 내 마음은 몇 번이고 위로와 행복을 바라고 있는지도 모른다. 꿈에서 깨고 나면 현실이 아니었음을 알아 허탈하지만, 그래도 꿈에서나마 내게 작은 행복을 주었음에 감사하는 날이기도 하다. 길을 걷다 나눈 작은 눈인사가 기분 좋게 하루를 열듯, 원하는 대로 열을 맞춰 움직여 주지 않는 것이 인생이라 하더라도 함께 만나는 이들에게 우리 서로 존재하는 것 자체만으로도 위로가 되는 매일의 일상이기를 바래본다.


물 흐르듯 따라가며, 하루하루 최선이라는 단어 앞에 부끄럽지 않도록 살아가도 삶이란 늘 알 수 없는 것들이 가득하므로, 마음이 무너져 위로가 필요하다면 다 내려놓고 잠시 쉬어가며 그저 토닥여줘도 된다. 빈 곳이 가득해질 때까지…


그리고 마음에 충분한 위로가 가득해지면, 이젠 누군가의 마음을 헤아리는 사람이 될 때가 되었음을... 내가 만나는 사람들에게, 마음에 분 바람이 춥지는 않은지 물을 수 있기를, 위로가 필요한 시간에 스치듯 나타나 커피를 건네며 작은 위로를 하는 사람이 되기를. 깊은 사람의 마음을 말없이 헤아려 그들을 위로할 수 있는 사람이 되기를.


Today Playlist.

이소라, '바람이 부네요'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