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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설 Nov 08. 2019

[안골마을학교]한달 라오스/태국 여행 - 1

안골마을학교 청소년들의 37일간의 라오스 여행기

여행이 끝나간다. 학교 아이들과 라오스와 태국의 치앙마이에서 36일간 보냈다.
이 여행은 1년전 쯤 한 학생의 말 한마디에서 시작되었다.
“언제 한번 한달 정도 길게 여행가고 싶다.”
그 친구의 말에 모두 나도, 나도 라며 격하게 반응했다. 아이들의 반응에 열망이 느껴졌고, 난 그것을 현실로 끌어왔다. 그래? 그럼 가보자!

현실로 끌어오자 현실적인 문제가 생겼다. 그럼 돈은 어쩌지? 한달여행이라니...가본적은 없지만 꽤 큰 돈이 들것 같았다. 부모님들에게 손을 벌리고 싶진 않았다. 매달 적지 않은 수업료와 계절마다 가는 일주일 정도의 여행만으로 충분히 부담되는 금액이었다. 고민 끝에 그냥 우리가 모아보기로 했다. 대신 비행기 값 정도만 부모님에게 신세를 지기로 했다.

돈을 어떻게 모을까? 처음엔 개인당 체류 비용을 측정하고, 그 비용을 각자가 용돈과 알바를 하여 충당하게 할까 생각했다. 우리 아이들은 이미 공동체 내에서 아이 돌봄이나 유치 보조 교사의 알바를 하고 있었다. 가장 무난한 방법 같았지만 뭔가 아쉬웠다. 아이들 각자마다 받는 용돈이 달랐다. 고등학생 친구들은 알바를 하기 수월할 수 있지만 중 1이 되는 친구에겐 알바를 구하기도 어려울 터였다. 무엇보다 돈을 버는 그 순간부터 여행이자 교육이 되었으면 싶었다.

통장 하나를 만들었다. 아이들에게 이 통장은 여행 통장이며 각자의 돈을 원하는 만큼 넣으라고 했다. 얼마가 되었든 여기에 모임 금액이 최종적으로 우리의 총 체류비가 될거라고 했다. 각자 의무적으로 내야하는 돈은 없었다.사실 말을 하면서도 불안했다. 서로 피해의식만 잔뜩 쌓이는 건 아닌지 걱정되었다. 나는 이만큼 냈는데 너는 돈도 있으면서 이거 밖에 안내냐는.하지만 다음과 같은 생각이 불안을 뚫고 추진을 하게 했다.

아이들은 개인 수중에 돈이 들어오는 매순간 고민에 빠질 것이다. 내가 쓸것인가 여행통장에 넣을 것인가? 계속되는 고민과 선택이 아이들을 성장시킬 거라고 판단했다.
또한 원활히 진행된다면 이 여행은 출발전부터 최고의 여행이 될거 같았다. 이렇게 모인 돈은 나를 위해서 모은 돈이 아닌 것이다. 각자가 그 마음을 알기에 서로가 서로에게 감동이 될것이다. 돈 뿐만이 아닌 서로를 위한 마음이 모인 것이기에 여행이 안좋을래야 안좋을 수가 없다.
무엇보다 이 아이들이라면 가능할 거라고 확신했다. 우여곡절이 있을 순 있지만 결국 모두를 위하는 길을 선택할 거라고 여겼다.

그리고 알바부족을 만들었다. 알바부족은 도덕적인 범위 안에서 무슨 부탁이든 가능한 알바업체이다. 이 사실은 같은 은혜 공동체 식구들에게 알렸다. 생각이상으로 열광적인 반응이었다. 각종 알바가 들어왔다. 치킨 배달 대행, 아이 돌봄, 중고나라 대행 판매, 방청소, 옷장 정리 등. 여기에서의 수익금은 모두 여행 통장에 넣기로 했다.
나는 관리를 맡았다. 알바의뢰가 들어오면 알바부족 카톡방에 알바가능여부를 물었다. 그리고 자신이 하겠다고 대답한 친구를 파견하였다.
사실 아이들은 알바가 들어올때마다 매번 갈등에 빠졌다. 알바는 시도 때도 없이 들어왔다. 밥먹을 때, 쉬고 있을 때, 게임 하고 있을 때. 쉬고 싶은데 에너지를 내야 하는 상황에 부딪혀야 했다. 게다가 본인이 하지 않더라도 누군가가 한다고 하면 쉴 수 있는 상황인 것이다. 결국 어떻게 되었을까?

2부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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