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낭고 Jun 08. 2019

우체국에서 부르는 사랑노래

김용원

우체국에서 부르는 사랑노래 by 김용원


창밖에는 눈이 내리는데
사람들은 포장 테이프를 찢고 붙이며
어디론가 보낼 선물들을 포장한다
보고 싶고 주고 싶은 마음에
서대문 언덕배기 우체국에서
사랑의 마음을 터뜨린다
주고 보내는 것은 너를 살리고
나를 살린다고 굳게 믿는다
친구야, 동생아, 형님아, 그리고 어머님
그리운 이들의 이름을 부르면서
질기고 모진 이 세상에서
서로 부둥켜 안고 함께 가야지
눈밭을 달려 이곳 우체국에 와서
그들의 주소와 이름을 적으면서
내가 살아야 하는 이유를 알게 된다
때로는 힘들고 처지가 어렵더라도
쓰러지지 않고 살아남아서
지금 서 있는 그 자리를 지켜다오
이 악한 세대에 지지 않고 살아서
아름다운 우리들의 생을 노래하자.

매거진의 이전글 모든 순간이 꽃봉오리인 것을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