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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promenade Dec 12. 2015

차갑고 따뜻한 소재, Copper

어떤 느낌의 공간에서도 그 우아한 매력을 드러내는 쿠퍼 소품들

  바깥 공기가 부쩍 차가워지고 해가 점점 짧아지는 요즘. 훈훈한 온기가 그리워지는 계절이 오고있다. 이 맘때가 되면 포근한 소재의 패브릭으로 집의 표정을 바꿔본다. 만약 그 온화한 느낌이 다소 지루하다면, 게다가 곧 다가올 연말 분위기까지 연출하고 싶다면? 나는 그 어떤 것보다 쿠퍼로 만들어진 소품을 추천하고 싶다.


 쿠퍼(구리)는 열과 전기가 잘 통하는 금속으로, 공기나 물에 쉽게 반응하기 때문에 관리가 까다롭다. 그럼에도 올 한해 홈 디자인 트렌드에서 가장 많은 사랑을 받는 이유는, 어떤 느낌의 공간에도 쉽게 어울리면서 그 특유의 매력을 고스란히 전달하는 힘 때문일 것이다. 쿠퍼는 주변 빛에 따라서 창백한 은색에서 장밋빛, 화려한 금색에 이르기까지 컬러를 달리 한다. 표면 처리에 따라 눈부시게 쨍한 빛을 뿜어내기도 하고, 금속 특유의 이질감이란 느껴지지 않는 담백한 물성을 드러내기도 한다.


 그래서일까. 쿠퍼는 빈티지한 가구 사이에서는 모던함을, 블랙-화이트의 딱 떨어지는 공간에는 화사하고 따뜻한 느낌을 낸다. 요즘 사랑받는 무채색의 인더스트리얼 무드에도 제격이다. 화려하면서 소박하고, 냉정하면서도 어딘가 따뜻한. 바로 이것이 쿠퍼가 오랜 시간 유행에 휩쓸리지 않고 꾸준히 사랑받는 이유일 것이다.


조명

 윤이 나게 잘 닦인 쿠퍼 소재의 조명은 낮에는 햇빛을, 밤에는 스스로의 빛을 은근히 반사하며 그 매력을 드러낸다. 루이스 폴센의 PH 시리즈는 어느 각도에서 보아도 눈이 부시지 않는 디자인이 특징인데, 쿠퍼 소재의 리미티드 에디션은 본연의 컨셉에 부합하면서도 현대적인 감각을 드러내고 있다.

Louis Poulsen, PH 3½-3 PENDANT (Limited Edition)
Louis Poulsen, PH 3½-2½ Copper Table Lamp (Limited Edition)


 톰 딕슨의 미러볼 시리즈와 아이덴티티를 같이 하는 쿠퍼 쉐이드 라이트. 피쉬 아이로 주변 풍경을 모두 반사해내는 이 매끈한 디자인은, 차분한 공간을 단숨에 쿨하게 바꿔버리는 강력한 매력을 자랑한다. 모든 훌륭하고 비싼(!!!) 조명들이 그렇듯, 이 제품 역시 하나보다 둘 이상 함께 두었을 때 훨씬 특별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플랜팅

쿠퍼 소재의 화분은 금속이라는 물성이 가진 깔끔한 느낌과 함께 은은한 빛으로 식물을 돋보이게 한다. 쿠퍼가 수분에 매우 약하기 때문에 관엽식물보다는 한참동안 물을 주지 않아도 되는 선인장, 산세베리아 등 다육식물이 적합하다. 시각적으로도 모양 자체가 딱 잡혀있는 다육식물들이 쿠퍼의 모던함과 잘어울린다고 생각한다. 게다가 화학처리를 하지 않은 쿠퍼는 세균 증식을 억제하기 때문에 식물이 더 건강하게 자란다는 소소한 이점도 있다.


어떤 공간에 어울릴까?

쿠퍼로 만든 소품은 가격이 착하지도, 관리가 쉽지도 않기 때문에 선뜻 구매하기 망설여질 수 있다. 하지만 햇빛이 잘 드는 낮이든 어둡게 조명을 드리우는 밤이든 그 특유의 빛이 시선을 사로잡기 때문에, 공간의 포인트로 삼는 것이 가장 효율적인 선택일 것이다. 바꿔 말하자면, 이미 강렬한 악센트가 존재하는 공간이라면 쿠퍼의 매력을 100% 만끽하기 어려울 수 있다.


 작은 집에서는 넓어보이는 효과를 위해 화이트 컬러를 주로 선택하곤 하는데, 이때 공간이 어딘가 붕 떠보이고 심심하다 느껴지기 쉽다. 이 때 쿠퍼 조명을 달면 화사함이 배가 되면서 포인트로 삼을 수 있다.

화이트톤 일색의 밋밋한 실내에 활력을 주고
다소 투박한 공간을 단박에 세련되게 바꾸는 힘이 있어요


반대로 그레이-블랙 계열의 공간은 시크하지만 자칫 경직되고 우울하게 느껴질 수 있는데, 쿠퍼 소품을 배치함으로써 활력을 불어넣고 현대적이면서 동시에 고전적인 감각을 느낄 수 있다.

은은한 빛으로 우아한 분위기를 내기도
청회색+블랙톤에 매치하면 고급스러움이 배가되죠



# 구매 전 알아두기

 이런 팔색조같은 매력을 지닌 쿠퍼지만 처음같은 깨끗한 빛을 유지하기 까다롭다는 단점이 있다. 쿠퍼  소재의 특성상 시간이 지남에 따라 제품 표면에 에이징 현상이 일어난다. 물이 묻은 부분은 단시간에 산화되니 물이 묻었을 땐 수분을 완전히 제거해야 한다. 꼭 물이 아니더라도 무의식적으로 만진 후 지문이 표면에 남아 얼룩덜룩해지기 쉽다. 그러니 왠만하면 건드리지 않거나, 운반할 때에도 헝겁으로 감싸서 들어올리는게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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