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온더라키 Feb 20. 2022

오늘의 운세

믿든지 말든지

눈을 뜨고 침대에서 뒹굴거리며 폰을 만지작 거리다 앱을 하나 켜고 점수를 확인한 뒤 내용을 읽어본다.

2022년 2월 19일 오늘의 운세 / 50점, "바람 앞의 등불처럼 위태로운 하루입니다."

확인하고는 속으로 "얘 뭐래냐" 하고는 개의치 않고 그냥 닫아버린다.


원래 운세나 점괘, 타로 같은 것들을 잘 믿지 않는다. 요즘처럼 과학기술이 발전한 세상에서 수백억짜리 슈퍼컴퓨터를 사용하는 일기예보도 일기중계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틀리는 경우가 흔하다. 당장 몇 시간 후에 비가 올지 안 올지도 정확히 예측이 불가능한데 고작 생년월일시 같은 몇 개의 정보로 개인의 인생을 예측한다는 것이 사실상 가능할 리가 없다. 만약 가능하다고 해도 운명이라는 것이 미리 정해져 있다면 얼마나 재미없고 허탈한 인생일지 생각만으로도 끔찍하다.


하지만 그럼에도 가끔 오늘의 운세를 찾게 되는 경우가 있다. 내 폰에도 언제부터 있었는지 모르겠는 운세 앱이 2개나 설치되어 있다. 며칠 전 한동안 끊었던 오늘의 운세를 얼마 전부턴가 다시 습관처럼 확인하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예전 기억이 떠올랐다. 전에도 한동안 계속 운세 앱을 찾았던 적이 있었다. 토정비결, 사주, 신년운세, 이달의 운세, 오늘의 운세, 재물운, 사업운 등등 이것저것 확인하고 또 확인하고 볼 때마다 그렇구나 했다가 또 잊어버리고 다시 보고 그렇게 한동안 계속 반복했다.


믿지도 않는 운세는 왜 그렇게 찾아보는 걸까. 아마 또 생각이 많아지고 머릿속이 복잡해졌다는 신호일 거다. 그리고 신기하게도 이럴 때는 정확한 것 같다는 생각마저 든다. 결국엔 수많은 내용 중에 내 상황을 끼워 맞추는 것일 수도 있겠다만 왠지 눈길이 계속 가고 반복해서 확인하게 된다. 그리고 돌아서면 또 바로 잊어버리지만.


그래도 계속 기억하고 있는 한 가지가 있다면, 앱에 따라 조금씩 다르지만 공통적으로 40대 즈음을 기준으로 이후부터는 운이 좋아질 것이라는 것이다. 이런 근거 없는 얘기를 하는가 싶지만은 한편으로는 왠지 모를 기대감을 가지게 되는 것도 사실이다.


이렇게 생각하다 보니 나에게 운세란 자기 객관화와 약간의 위안 그 정도 역할을 하는 것 같다. 오늘의 운세를 확인하고 있는 나를 깨닫는 순간 내 마음이 또 무거워졌구나 깨닫는 계기가 되고, 어떤 항목들을 자주 보고 있나 확인해보면 어떤 고민이 있는지도 어느 정도 알 수 있다. 어차피 선택은 내 몫이고 책임도 내가 지는 것이지만 결국엔 잘 될 거라는 근거 없는 자신감을 조금은 갖게 해 주기도 한다.


결국 누군가는 그게 믿는거 아니냐고 할지도 모르겠지만 뭐 크게 상관없다. 단순히 믿고 안 믿고는 별로 중요하지 않은 것 같으니까.


화려할 줄 알았던 30대가 어느덧 절반을 훌쩍 지나가서 우울하기도 하지만은 어쨌든 난 대기만성하게 될 운이니 알아서 미리미리 잘 보여두시길.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