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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온더라키 Feb 27. 2022

배 안 나온 아재를 위해

운동을 하는 이유는 수없이 많다. 하지만 내게 운동을 하는 가장 큰 이유가 뭐냐고 물었을 때, 가장 오래되고 중요한 이유 중 하나가 배 나온 내 모습을 보기 싫어서다. 초등학교 언제쯤 인가 마른 몸에 배만 뿔룩 나온 내 모습이 너무나 보기 싫었다. 그 나이에 왜 그런 기분을 받았는지 모르겠지만, 여하튼 그 후로는 뭐가 됐든 운동을 꾸준히 했던 것 같다. 정확히는 뱃살을 없애기 위해 노력했다. 물론 지금도 마찬가지다. 나이 들고 나온 배가 인덕이니 뭐니 하지만 난 배 나온 내 모습을 마주하기 싫다. 배 나온 아재, 그것도 개발자. 워우 생각만 해도 끔찍하다.


어느덧 필라테스를 시작한 지도 4개월이 지났다. 운동 효과가 나타나기에 그리 긴 기간은 아닌 것 같다. 그래도 꾸준히 한 덕분인지 최근에 기분 좋은 변화 중 하나가 바로 몸의 컨디션이다. 정확히는 뭔가 좋아졌다기보다 안 좋았던 부분들이 많이 사라졌다.


한동안 필라테스를 하면서 분명 운동은 되는 듯했지만 눈에 띄는 변화는 느끼지 못했다. 오히려 그 무렵 어깨 상태가 같이 안 좋아져서 병원을 다시 다녔다. 필라테스야 크게 영향이 없지만 클라이밍은 어깨 상태에 따라 전체적인 컨디션이 영향을 받기 때문에 한동안 우울한 날들이었다. 그러다 최근에 병원 치료가 거의 마무리되고 어깨 상태가 회복되면서 전반적인 몸 컨디션이 이전과는 조금 달라져 있는 게 느껴졌다. 그래서 이것저것 변화들을 관찰해 봤다.

4개월 간 InBody 변화

가장 쉽게 확인 가능한 건 인바디 결과였다. 처음과 비교하면 몸무게는 조금 늘었지만(측정하는 날 밥을 먹고 갔다;;) 근육이 늘었고 체지방은 줄었다. 11월 말까지 한참 열심히 하다가 장염을 심하게 걸리면서 되돌아가기도 했지만 어쨌든 결과적으로는 조금씩 나아져 있었다.


사실 이런 검사 결과는 크게 신경 쓰지 않는다. 오히려 내가 느끼는 게 중요한데 기분 탓인지 모르겠으나 전에는 몸 전체적으로 제대로 들어맞지 않는(어딘가 잘못 끼워져 있는 듯한) 느낌을 자주 받았었다. 그런데 그런 느낌이 많이 사라졌다. 완전히는 아니지만 이제는 좀 자연스럽고 편하달까 그렇다.


어깨 상태도 그렇다. 사실 그동안은 병원에 갔다 와도 잠깐이고 좋아졌다는 느낌은 없었다. 통증만 사라지고 곧 재발하겠구나 했었는데, 이번에는 느낌이 괜찮다. 거울로 살펴보니 굽었던 어깨와 목이 전보다 많이 펴져 있었다. 필라테스를 시작한 가장 큰 이유였기 때문에 꽤나 기분이 괜찮았다.


이 정도만 해도 충분히 만족스러운데 눈에 띈 김에 좀 더 보니 몸에 군살들도 조금 사라져 있었다. 덮여있던 살이 사라져서인지 새로 생긴 건지 모르겠지만 근육들도 전보다는 조금 더 만져지는 것도 같고 복근도 아주 살짝은 더 선명해진 것 같다.


언젠가 남들처럼 바프라도 한 번 찍어볼까 하고 잠깐 생각도 해본 적이 있다. 하지만 금세 마음을 접었다. 또 언제 다시 바람이 들어서 해볼까 싶을지 모르겠지만, 그냥 지금은 더도 덜도 말고 지금처럼만 꾸준히 유지되면 좋겠다. 배 안 나온 아재가 되기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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