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면서 내가 아닌 나 같은
거짓말을 못 하는 천성 탓에 게임을 하느라 사람들을 속여야 할 때면 나는 아주 잠깐 혼신의 연기를 하곤 했다. 그러면 그 연극이 끝나는 즉시 친구 한둘은 나를 믿지 못하게 되었다. 이제는 놀 때 누가 게임을 하자고 하면 하지 않는다. 엄청난 구멍을 하다가 인간관계에서 손해를 보는 것으로 귀결되니까.
사진찍기는 거짓말을 반쯤 치는 일이다. 잠깐 하는 연기도 잠깐 하고 마는 데에도 엄청난 에너지를 필요로 하는 내게 반만 거짓말을 치라는 건 묘기를 하라는 말과 같다. 사진으로 찍힌 나는 늘 지나치거나 모자란다. 박제된 나는 바보스럽다. 내 사진을 보면 모른 채 지나치고 싶었던 쓰레기장 속으로 헤치고 들어가는 기분.
혹시 전문가에게 맡기면 다르지 않을까? 프로 사진사는 자연스러운 나를 사진에 담아내는 기술을 갖고 있을 것 같았다. 스튜디오에 연락했다. 프로필 사진 찍으려면 얼마나 들죠? 언제 갈 수 있나요? 일정을 잡았다.
촬영을 마치고 결과물을 일별 했다. 건질 게 없었다. 마지막 기대를 걸었던 프로 사진사도 별 수 없었던 건 피사체의 수준이 그 정도여서이지 않겠는가. 그런데 10년 후의 나는 이번에 프로필을 찍기로 한 결정이 옳았다고 생각할까? 그런데 그건 아무래도 그렇지 않을까. 그래, 이게 나의 최선이다, 하고 몇 장 고른다.
사진이 나를 제대로 담아내지 못한다는 걸 알고 있다. 그렇지만 그것이 일단의 진실이라는 건 또 인정할 수밖에 없다. 이것이 내게 주어진 조건이다. 주어진 조건에 만족하며 사는 사람이 과연 몇이나 되겠는가. 나는 그래도 퍼포먼스가 좋은 편이잖아? 단점에 절망하기보다 장점에 기뻐하며 사는 사람이 승리자라고 배웠다. 매일 패배하며 살 이유는 없지 않은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