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숨콩 Jan 23. 2024

조인성 남편, 한효주 아내

명품을 사는 법


"샤넬이 좋아 에르메스가 좋아?"

핸드폰 너머로 남편이 물어본다. 조만간 비행기를 타는 남편이 공항 면세점에서 가방을 사주겠다고 한다. 내가 어떤 브랜드를 선호하는지 알아야 한다는 것이다.


 이렇게 물어보는 남편은 그 가방들이 정확히 얼마인지 가늠도 못 하는 게 틀림없다. 사실 나도 잘 모르지만 우리가 살 수 없는 가격대라는 것 정도는 안다.


영혼 없는 남편의 질문에, 나도 영혼 없는 대답을 해주었다.

“남편이 명품인데 명품 가방이 왜 필요해요.”

 그러면 캐시미어 코트라도 사주겠다고 한다. 그것도 필요 없고 나중에 커플 코트나 하나 맞추자고 했다. 명품 가방이고, 캐시미어 코트고 가당치도 않지만 물어봐주기라도 하는 남편이 기특하다.


“근데 나 머리 자른 거 봤어?”

 통화하면서 얼른 메신저를 확인하니 사진이 들어와 있었다. 누렇고 어두운 조명 아래에서 찍은 남편의 얼굴이 핸드폰에 가득 찬다. 3달째 항해 중이라 덥수룩했던 머리가 정리되어 있었다. 동료가 이발기로 밀어주었다는데 전문가가 한 만큼은 깔끔하지 않다. 사실 어차피 몇 가닥 안 남은 머리가 거기에서 거기다. 하지만 진실을 말할 수는 없다.


“오~! 영화배우 같네요~”

“영화배우 누구?”

 솔직히 분위기는 하정우가 나온 영화 ‘황해’의 조폭 분위기다. 하지만 잠깐 숨을 고르고 제일 좋아하는 배우를 소환해 본다.

“조인성 닮았네! 조인성!”

숨도 참고 웃음도 참았다. 아마 전화 통화가 아니라 얼굴을 보고 있었다면 내 짓궂은 표정에 거짓말이 들통났을 것이다.  

“입에 침도 안 바르고 참....”

 웃음을 터트리는 남편도 싫지는 않은 기색이다. 남편은 한술 더 뜬다.

“그러는 자기는 한효주 닮았지~”

 요즘 무빙이라는 드라마에서 조인성과 한효주가 함께 나온다는 것이다. 결국 참았던 웃음을 터트리고 말았다. 배꼽을 잡고 웃다가 눈물까지 찔끔 났다.


나와 한효주, 그리고 남편이 조인성과 닮은 게 있다면 아마 성별 정도일 것이다. 그래도 남편과 말하다 신나게 웃고 나니 왠지 기분이 좋아졌다. 영문을 모르는 남편은 내가 웃으니 그래도 좋다며 같이 신났다.




 일 년 내내 떨어져 있는 남편과는 전화 통화만이 유일한 연락 수단이다. 연애시절처럼 예쁘게 말하고 싶은데 아이를 낳고부터는 입이 거친 아줌마가 되었다. 아이가 말하는 나이가 되자 이대로는 안 되겠다는 생각도 들던 참이다. 여러 번 고치려고 해 보았지만, 남편에게 친절하게 말하는 것도 생각보다 쉽지 않았다.


 앞으로는 통화할 때 무조건 하루 한 번씩은 남편을 칭찬을 해보는 건 어떨까. 예쁘게 말하는 건 어려워도, 예쁘다고 칭찬해 줄 수는 있다. 참 말이든, 거짓말 조금 보탠 것이든, 말에는 힘이 있다. 언젠가 내 칭찬이 현실에 가까워질지도 모른다. 참고로 남편은 나보다 말을 더 예쁘게 한다. 역시 명품 남편이 맞는 것 같다. 명품 가방을 드는 것보다 남편과 깔깔깔 웃으며 대화하는 삶이 더 값지다. 역시 나에게는 명품 가방이 필요 없는 것 같다.


내일은 또 무슨 칭찬으로 남편을 놀려(?) 줄까. 남편이 돌아올 날이 기다려진다.  


방선 갔을 때 찍은 사진




명품을 사는 것보다 중요한 건,

명품으로 사는 것 아닐까.


근데 자기야 난 가방 말고 포ㄹㅅ...........

매거진의 이전글 눈 오는 날이 싫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