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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onita Mar 31. 2017

#나는 그런 여행을 꿈꿔

[쉼표 셋, ] 오랜만에 집으로 돌아온 볼리비아 수크레의 테라스에서


끝나기가 무섭게 채워지는 하루 일과

나도 모르게 불어나는 수많은 약속들

줄다리기를 하듯 오가는 관계들과

그 사이에서 정신없이 꼬여가는 머릿속의 회로를 

풀지 못하고 끙끙 싸매고 있을 때면

문득 여행을 꿈꾼다.


이번 여행에서 만큼은

아무것도 보지 않고

아무것도 듣지 않고

아무것도 생각하지 않는 곳이기를.


이왕이면 이름도 처음 듣는 지극히 낯선 곳으로

그곳에서 뭘 해야 하는지, 뭘 먹어야 하는지 

실은 내가 누구여야 하는지조차 알지 못하는 그런 곳이기를.


편안히 누워 하루 종일 사색에 잠겨보기 기도 하고

파도가 일렁이는 바다를 보며 낮잠을 자기도 하고

조용히 차오르는 석양에 마음을 물들여보기도 하고

전혀 모르는 누군가와 쓸데없는 농담을 주고받다가 

뉘엿뉘엿 넘어가는 해를 바라보며 집으로 돌아오는 그런 곳이기를.


하루 종일 꿈쩍 않고 있어도 뭐라 할 사람 없는

씻지 않고 돌아다녀도 부끄러울 게 없는

미친 듯이 웃다 울어도 신경 쓸 사람 하나 없는 곳에서

내 여행을 채워 넣을 수 있는 곳이기를.


나는 그런 곳에서

아무것도 하지 않음으로써 완성되는 여행을 꿈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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