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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월간 폴라리스 May 24. 2017

역할놀이 시 부모의 태도

월간 <폴라리스> Vol. 176 '놀이를 찾아서'

                                                                                                                                      

나는 감독이자 주연배우
역할놀이가 좋아요

“아가야, 너도 한입 먹어.” 마치 살아있는 아기를 대하듯 인형을 돌보고 음식을 먹이는 시늉을 하며 하루 종일 노는 아이들. 아이들이 좋아하는 역할놀이에 숨은 심리와 부모의 역할을 알아봤다.

에디터 박은아 포토그래퍼 강봉형 도움말 한춘근 목동아동발달센터 소장 소품 협찬 토이앤스토어, 공간 27 모델 김하람



재미와 발달을 동시에

역할놀이는 가상의 상황과 역할을 설정해서 노는 놀이로, 가상놀이나 극놀이로 부르기도 한다. 보통 생후 15개월 정도가 지나면 전화 받거나 잠자는 척을 하는 등 간단한 가상놀이를 시작하고, 발달에 따라 보다 정교하고 풍부한 내용의 역할놀이를 즐기게 된다. 특히 언어와 인지 능력등이 급격히 발달하는 만 3세 이후의 아이들에게 역할놀이는 빼놓을 수 없는 일상 놀이 중 하나다. 아이들이 역할놀이를 좋아하는 이유는 ‘모방심리’ 때문. 아직 현실에서 활동의 제한이 많은 아이들은 동경하는 사람을 연기하거나 상황을 묘사하며 대리만족을 느낀다. 아이들이 엄마, 아빠 놀이나 만화 속 영웅 역할을 좋아하는 것 역시 이 때문이다. 역할놀이는 아이의 발달에도 여러모로 효과적이다. 아이는 역할놀이를 통해 타인이 돼 보며 자기중심적 사고에서 벗어나 자연스레 공감 능력과 사회성을 키운다. 이야기를 만들어나가며 논리적 사고와 언어 능력, 표현력, 창의력도 자연스럽게 자란다. 정서 치유 효과도 있다. 아이들은 현실 세계에서 겪은 부정적 경험과 불만을 역할놀이를 통해 해소한다. 아이들이 병원놀이를 좋아하는 이유 역시 이 때문. 두려움의 장소인 병원을 무대로 아이 자신이 병원의 권위자인 의사, 간호사 역할을 하면서 두려움을 해소하고 통제력에 대한 욕구를 분출하는 것이다. 부모에게는 아이의 심리를 유추하는 데 도움을 주는 매개체이기도 하다. 특히 아이들이 소꿉놀이를 할 때 엄마, 아빠를 어떻게 표현하는지를 보면 아이 눈에 비친 부모의 모습을 짐작해볼 수 있다. 하지만 아이마다 심리를 표현하는 방법은 다르므로 놀이의 단면만 보고 섣불리 판단하는 것은 금물. 역할놀이에서 드러나는 모습과 현실에서의 행동을 총체적으로 연결해 판단하는 것이 좋다.




어떻게 놀까? 역할놀이 시 부모의 태도


1 아이의 놀이를 통제하지 말자

부모들이 쉽게 하는 실수 중 하나가 “의사는 그렇게 하는 거 아니야” “엄마가 언제 그렇게 얘기했어?”라며 놀이에서 빠져나와 사실을 정정해주는 일이다. 아이의 행동이나 말이 아주 위험하거나 잘못된 것이 아니라면 우선은 아이가 원하는 대로 놀 수 있게 해주고, 역할을 바꾸어서 역할극을 할 때 부모가 롤모델을 제시해 아이가 자연스럽게 받아들일 수 있게 하자.


2 편견을 학습하지 않도록 돕자

엄마는 늘 집안일을 하고 아빠는 회사에서 일을 하는 등 사회의 성 고정관념을 그대로 학습해 역할놀이를 하는 아이들이 많다. 무의식 중에 습득한 사회적 약자에 대한 차별을 표현하기도 한다. 이런 놀이가 반복되면 자칫 편견이 굳어질 수 있으므로, 아이와 역할놀이를 할때 “엄마 회사 다녀올게” “아빠는 지금 다리가 불편한 친구야” 등의 대사나 상황 설정을 통해 편견을 완화해주자. 하지만 편견 없는 역할놀이를 위해서 가장 중요한 것은 부모가 평소 올바른 롤모델이 되는 일이다.


3 개방적인 질문을 하자

역할놀이의 감독이자 주연배우는 아이다. 아이가 주도적으로 상황을 전개하고 이야기를 이끌어갈 수 있도록 하자. 아이가 이야기 진행에 어려움을 겪거나 아이의 심리가 궁금할 때는 “과일을 다 샀는데 이제 뭘 살까?” “선생님은 지금 어떤 기분이에요?” 등 아이가 자신의 의견을 표현할 여지가 있는 개방적인 질문을 하는 것이 좋다.


4 역할놀이가 힘들 때는 환경에 변화를

아무리 아이와 잘 놀아주는 부모라도 온종일 같은 상황과 대사를 반복하며 역할놀이 상대를 하는 것은 고역이다. 이럴 때는 환경 자체를 바꿔 아이의 관심을 다른 곳으로 유도해보자.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산책이다. 산책 후에는 “아빠는 아까 본 꽃을 종이로 만들 수 있어!”라며 산책에서 본 것을 다른 놀이로 자연스럽게 유도해보자.


TIP 역할놀이에 관심이 없는 아이, 괜찮을까?


역할놀이는 많은 아이들이 좋아하는 놀이지만 기질과 관심사에 따라 흥미가 없을 수도 있다. 아이가 원하지 않는다면 역할놀이를 억지로 시킬 필요는 없다. 하지만 일상에서 다양한 역할을 경험하지 못한 정보 부족으로 인해 역할 놀이를 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으므로, 아이가 역할놀이에 흥미를 갖지 않는 이유를 잘 살펴보자. 발달상의 문제로 인해 가상 상황 자체를 이해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만 3세가 지나도 단순한 극놀이조차 이해하지 못한다면 아동 발달 전문기관을 찾아보는 것이 좋다.


SOS우리 아이 역할놀이 솔루션


폭력적인 상황을 자주 표현하는 아이

사람은 기본적으로 공격성을 지니고 있다. 이는 아이들도 마찬가지로, 아이들은 영웅과 악당이 싸우거나 자동차가 부딪히는 등의 상황 연출을 통해서 공격성을 건강하게 분출한다. 때문에 아이가 공격적인 역할놀이를 한다고 해서 무턱대고 제지하는 것은 좋지 않다. 다만 친구를 때리거나 장난감을 던지는 일은 하지 못하게 하는 등 최소한의 기준선은 분명하게 정해주자.


한 가지 역할과 상황만 반복하는 아이

특정 역할과 상황을 반복하는 것은 매우 흔하고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단 친구들과 역할놀이를 할 때도 자신이 원하는 역할만 고집한다면 개입할 필요가 있다. 평소 부모와 역할놀이를 할 때 “네가 한 번하고 엄마랑 역할을 바꾸는 거야”라고 약속을 한 후 아이가 약속을 지키는 연습을 하게 하자. 아이가 새로운 역할에 흥미를 갖기를 원한다면 부모가 먼저 그 역할에 몰입해 노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도 방법이다. 부모가 즐거워하는 모습을 본 아이는 자신도 해보고 싶다는 욕구를 가지게 된다.


엄마 역할만 하려는 남자아이

많은 아이들에게 엄마는 절대적인 존재다. 엄마가 주양육자인 경우 특히 그렇다. 아이는 그런 엄마 역할을 연기하며 대리만족을 느끼려는 것으로, 단순히 아이가 아빠 역할을 하지 않는다고 걱정할 필요는 없다. 다만 아이가 아빠 역할에 지나치게 거부감을 가지고 있거나 아빠를 부정적으로 표현한다면, 아빠와의 관계에서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닌지 점검해볼 필요가 있다.



한춘근
어여쁜 두 딸을 키우는 아빠이자 목동아동발달센터의 소장으로 도움이 필요한 아이와 부모를 위해 상담과 치료를 진행하고 있다. 다양한 매체에 아동발달과 언어치료에 관한 칼럼을 기고했으며, TV 프로그램 <우리 아이가 달라졌어요> <육아를 부탁해> 등에서 아동발달 전문가로 출연해 부모들에게 유익한 조언을 전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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