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뾰족달 Oct 07. 2024

동박새, 요금을 내세요

무임승차라니요


버스에 타고 가던 중에

사람들이 내린다고 뒷문이 열렸다.

문이 닫히려는 찰나에 갑자기 뭔가 날아 들어왔다.

작은 새 한 마리가 글쎄 요금도 내지 않고 버스에 올랐다.

빈자리가 많았지만 승객들 머리 위를 빙빙 돌다가

어설프게 손잡이에 앉았다.


푸른빛이 나는 어린 동박새였다.

태어난 지 얼마나 됐을까?

버스를 타고 어딜 가려는 걸까?

동백나무 찾으러 가는 걸까?

이 어린 새는 두꺼운 손잡이에 겨우 매달려 간다.

사람들이 웅성대고, 또는 그런가 보다 하며 간다.


그때 내 다리는 왜 대책 없이 벌떡 일어섰을까.

내 손은 왜 창문을 활짝 열고 있을까.

버스는 다음 정거장을 향해 달리고

나는 당황한 어린 새를 날려 보내야 한다고 생각했다.

어린 새는 내 손이 다가와도 가만히 있었다.

당황하던 끝에 정신이 없었을 수도.

조심스레 손을 모아 새를 소중히 안아 들었을 때

들릴락 말락 한 소리로 찍.

나의 체급으로 가장 번개 같은 속도로

창밖으로 멀리 날려 보냈다.

아기 동박새가 파드득 날아가는 것을 보았다.


이웃 좌석의 학생이 물티슈를 건네주었고

우리는 눈웃음을 나누었다.

그도 나도 같은 마음이겠지.     

이 도심 속 어디에서 태어났을까?

가족들을 만났을까?

두 손 안으로 여린 깃털이 느껴졌다.

마음속이 뭔가 몽글몽글, 사랑스러움으로 녹아내리는 것 같았다.

동백나무가 어디에 있을까?

부디 네가 좋아하는 나무를 꼭 찾길 바란다.

귀여운 동박새야. 안녕.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