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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관측 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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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포말하우트 Oct 19. 2023

23. 10. 18. 도심 행성 관측기

광해가 있어도 괜찮아

평소 제 차 트렁크의 한편에는 항상 실려있는 관측 장비가 있습니다. 삼각대와 소형 수동 경위대 구경 66미리의 작은 굴절망원경과 7x50 쌍안경이 그것입니다. 크고 좋은 장비들은 아니지만 아쉬울 때 잠깐 꺼내서 빠르게 세팅해서 관측하고 철수하기 좋은 구성입니다. 무엇보다 수동장비의 매력은 배터리가 필요 없고 관측 세팅하는데 복잡함이 없다는 데 있습니다.


평소 동네 종합경기장 메인 트랙에서 달리기를 하며 하루를 정리하곤 합니다. 야간에 운동하는 시민들을 위해 조명을 밝히는 편인데 오후 10시가 되면 그 조명마저 꺼져 나름 어두운 트랙을 조깅하듯 뛰다 보면 잡념이 사라지고 하루를 마감하기에 아주 좋은 분위기가 연출되기도 합니다. 도심지라 광해가 심하긴 하지만 여름철에는 트랙을 뛰며 유성 한두 개를 보는 것도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었습니다.


오늘 트랙을 뛰는데 갑자기 남서쪽 하늘에 밝은 빛이 생기길래 고개를 살짝 들어 보니 유성 한 개가 아주 밝은 빛을 내며 천천히 떨어지고 있었습니다. 유성을 보는 게 처음은 아니라 그리 신기해할 일은 아니었지만 문득 생각해 보니 '오리온자리 유성우'가 이 시기쯤 있었다는 생각이 떠올랐습니다. 운동을 마치고 보니 아니나 다를까 이번 주말즈음이 극대기였습니다. 물론 유성우 활동 시기가 아니더라도 유성을 볼 수는 있지만 묘하게 시기가 맞아떨어지는 게 재밌었습니다.


정리운동을 마치고 간단하게 쌍안경하나를 꺼내 밤하늘을 훑어보고 들어갈까 하다가 문득 밝게 빛나는 목성을 보니 배율욕심이 살짝 났습니다. 그래서 쌍안경 대신 트렁크에서 삼각대와 경위대 그리고 망원경을 꺼내 조립했습니다. 첫 관측 대상은 당연히 목성이었습니다.


항시 휴대하는 망원경의 스펙은 구경 66mm 초점거리는 400mm의 작은 소구경 굴절 망원경입니다. 함께 넣어둔 접안렌즈는 보통 번들접안렌즈로 많이 주는 플뢰슬타입의 초점거리 25mm짜리와 10mm 두 개가 있었습니다. 우선 시야가 넓은 25mm로 목성을 찾아 가운데 넣고 배율을 높이기 위해 10mm로 접안렌즈를 바꿨습니다.


배율은 망원경의 초점거리를 접안렌즈의 초점거리로 나누면 그 숫자가 배율입니다. 25mm의 접안렌즈는 대략 16배, 10mm 접안렌즈는 40배의 배율을 갖습니다. 배율이 높아질수록 어두워지는데 망원경의 집광력은 대물렌즈의 구경에 비례하므로 66mm 구경의 망원경으로는 사용할 수 있는 배율에 제약이 제법 있는 편입니다. 하지만 40배 정도로도 목성 토성은 충분히 재밌게 볼 수 있습니다.


목성을 보니 16배의 배율에서도 갈릴레오의 4대 위성이 또렷하게 보였습니다. 40배로 배율을 올리자 목성의 줄무늬도 두 개는 확실하게 구분되어 보였습니다. 하늘의 배경도 밝고 주변도 밝은 편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태양계 행성 중 제일 크다는 목성은 충분히 밝고 아름다웠습니다.


아마추어 천문은 어떤 취미들 보다도 '아는 만큼' 보이는 취미입니다. 아마 망원경을 꺼내지 않고 7배의 쌍안경을 손으로 들고 봤어도 목성 주변의 위성들을 보며 재미있게 관측을 했을 듯합니다.


다음은 하늘 반대편으로 망원경을 돌려봅니다. 토성을 보기 위해서입니다.

토성에 고리가 있다는 걸 확인하기 위해서는 16배, 40배로도 충분합니다. 물론 디테일하게 보는 건 어렵지만 고리가 있구나는 확실하게 분간이 됩니다. 조금 배율을 더 올리면 토성의 위성도 관측이 가능할 거 같지만 다른 접안렌즈가 없어 살짝 아쉽긴 했습니다.


토성까지 보고 다시 동쪽으로 향해서 M45 플레이아데스 성단과 M42 오리온대성운까지 보고 오늘의 관측을 마쳤습니다.


이렇게 간간히 밝은 곳에 서라도 볼 수 있는 대상을 찾아보곤 하는데 역시 이런 환경에서 만만 한 건 행성만 한 게 없긴 하네요. 소구경 굴절이지만 그래도 목성이나 토성 같은 큰 행성을 보는 데는 많이 뒤처지지 않습니다. 배율을 정하는 데 있어 제약이 있기는 하지만 그래도 우주를 탐색한다는 그 자체가 즐겁게 만드네요.


가끔 날이 좋은 때면 밤하늘을 한 번쯤 올려다보는 것도 좋습니다. 별자리를 알지 못한다 하더라도 반짝이는 밤하늘을 보면 기분전환도 되고 좋습니다. 그리고 혹시 아나요? 올려다보는 순간 별똥별이 밝은 자국을 남기며 떨어질지도 모를 일입니다.


이렇게 밤하늘은 멀리 있지 않다는 걸 오늘도 느끼며 관측기를 마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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