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물은 누구일까 _12
"내 뇌예요. 내 뇌가 돼지의 뇌로 바뀌어요.
그게 내가 이상한 점이에요.
내가 바로 괴물이에요."
-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영화 <괴물> 중에서
심리적 학대와 인격 폭행을 동반하는 정서적 폭력인 갑질 괴롭힘은 그 고유한 구조가 있어요. 그리고 일단 그 폭력의 구조가 만들어지면 그 구조는 해체되기 전까지는 상당 기간 지속성을 갖죠. 구성원의 변화와 상관없이 그 폭력성이 일단 만들어진 구조에서 생겨나는 것이죠. 갑질 괴롭힘이 일종의 정서적 폭력인 이상 그 폭력의 구조에 갇힌 갑질 대상자에게는 막대한 정신적, 정서적 피해가 은밀하고 오래 지속되기도 합니다. 이 폭력의 구조는 보통 고립화, 낙인, 배제의 단계를 거치며 상승하는 듯합니다. 고립화는 갑질 괴롭힘 대상자를 최대한 타 구성원들과 섞이지 못하도록 은밀히 따돌리거나 없는 자리에서 험담을 하는 것이죠. 낙인이란 '갑질 대상자가 인성이나 자질에서 어떤 문제가 있어 가해자들이 갑질을 할 수밖에 없었다'고 합리화하는 것이고요. 보통 갑질 괴롭힘 피해자가 자신의 일을 제대로 못한다거나 혹은 떠넘긴다거나, 인격적으로 모자라서 욕을 먹는다는 식으로 근거 없이 비난하는 거죠. 마지막 배제는 결국 자신들의 조직이나 부서의 구성원으로 받아들일 수 없다고 격리해 달라는 요청이죠.
p의 경우도 바로 이런 단계를 거치며 갑질 괴롭힘이 강화되어 갔고 그 폭력성의 정도도 가혹해졌습니다. 초기 간식 갑질 가해자들이 만들어 놓은 폭력의 구조는 해당과의 일부 구성원들이 바뀌었어도 계속해서 P를 괴롭히는 구조로 남았던 거죠. 거기에 일종의 공적 권한인 우리 조직의 감사과는 오히려 이 폭력의 구조를 해체하기는커녕 오히려 강화하고 왜곡시켰죠. 마치 학교 폭력이 처음에는 당사자들 사이의 다툼에서 출발하지만 학교 당국이나 교사가 잘못 개입하면 오히려 피해자에게 책임을 묻고, 가해자를 은폐하고, 두둔함으로써 피해자에게 2차 가해를 가하게 되는 경우와 유사하죠.
갑질 괴롭힘 가해자들은 P를 처음에는 "자신들의 입맛에 맞는 간식을 제대로 구비하지 않는다"라고 비난했고, 그 다음에는 "서무가 일을 안 하면서 간식이라도 제대로 챙기라"는 식으로 무리한 업무분장을 통해 '업무를 기피하는 직원'으로 몰아갔고, 마침내 감사과에 개입을 요청해 P를 해당 부서에서 '격리'하는 전략을 취했던 거죠. 이해를 돕기 위해 지난 1년간 우리 조직 중앙에서 일어난 갑질 사건의 개요를 정리해 보면 결국 다음과 같이 요약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2023년 1월, 당시 중앙 J과에 근무하던 P 주무관(7급)은 해당과 과장님과 일부 직원들의 서무인 자신의 면전에서의 타 과와의 지나친 간식비교, 각자의 구미에 맞는 지나친 간식 구비 요청 등 구태의연한 간식 문화에 심리적으로 큰 부담과 고통을 느껴 직원들에게 지나친 간식비교를 삼가 달라는 부탁 메일을 보냈죠. 이에 '간식 갑질'을 하던 직원들 중 소위 '루카스 나인 계장'(5급)은 "7급이 할 말을 다하다니 무례하다", "분란을 일으키지 말라", " 앞으로 잘 지낼 수 있을지 모르겠다."는 등 위협적인 메일을 보내고, 이후 "서무가 손님이 왔는데도 엉덩이가 무거워 빨리빨리 커피를 안 타온다."는 등 모욕적인 험담과 비난을 일삼는 등 괴롭히죠. 일부 직원은 이에 동조하고요.
P주무관은 이런 폭언과 욕설, 갑질 괴롭힘에 대해 일절 대응하지 않고, "괴로움은 알지만, 그분은 곧 재외선거관으로 파견될 것이니 참고 견디라"는 직속 계장님의 말에 따라 참고 견뎠어요. 그러나 갑질 괴롭힘을 일삼던 계장님과 간식 관련 갑질을 하던 일부 직원들은 친분을 이용해 감사과를 동원, P에 대한 감사를 요청, 이에 감사과는 갑질 괴롭힘 피해자인 P를 오히려 '조직 부적응자', '업무 기피자'로 몰아 전보심사위에 회부, 2023년 상반기 인사에서 '방출'을 결정합니다.
하지만, 최종 결재 직전에 전보조치를 통보받은 P는 인사과장님과의 면담을 통해 그동안 해당과에서 있었던 자신에 대한 갑질 괴롭힘을 신고했고, 전보조치의 사유가 된 감사동향 파악이 바로 그 갑질가해자들만을 대상으로 편향적으로 이루어진 감사였으며, 자신에게는 소명기회도 일체 주지 않았고, 그 간의 내막과 정황을 알고 있는 직속계장이나 자신과 친한 직원들은 배제한 채 이루어진 부당하고 편파적인 감사였음을 지적했죠. 이런 부당한 감사결과로 내려진 인사발령은 수용할 수 없다고 강력 항의하여 상반기 전보조치는 최종적으로 철회되었고요.
P의 강력한 항의와 J과 일부 초기 직원의 갑질 괴롭힘 사실을 인지한 인사과는 상반기 전보조치를 철회할 수밖에 없었어요. 그러나 우리 중앙 감사과는 2023년 12월 경 인사 시즌에 맞춰 다시 갑작스러운 감사를 벌여, P가 오히려 일부 사무보조원들에게 '갑질 부당행위'를 했다고 주의조치를 내리고, 이를 인사과에 통보해 결국 2024.1.1자로 중앙에서 '방출'하는 전보조치를 내립니다.
감사과가 사무보조원에 대한 소위 '갑질 부당행위'라고 주장한 내용은,
첫째, 출퇴근 시 중앙청사에서 2분 거리 지하철역까지 사무보조원 차량 동승 요청,
둘째, 퇴근직전 야근지시,
셋째, 본인업무을 위한 사무보조 차량이용,
넷째, 늦은 시각 카카오톡 등으로 업무지시,
다섯째, 복도에서 고성으로 갈등 야기,
여섯째, 정부구매카드 관리 소홀이었죠.
그러나, 사실은 다음과 같았죠.
첫째, '사무보조원 차량 동승'은 P 주무관이 강요나 요청을 한 게 아니라 매우 친밀한 관계이던 사무보조원 본인이 자발적으로 3, 4월경 몇 번 퇴근 시 태워준 것이었고,
둘째, '퇴근 직전 갑작스러운 야근 지시'는 감사원으로부터 갑작스러운 자료제출 요구가 와서, 해당 계장님의 긴급 지시로 사무보조원의 '동의'를 얻어 야근을 시킨 일이었고, 사무보조원 본인이 동의하지 않았다면 시킬 수 없는 야근이었죠.
셋째, '사무보조 차량 이용 요청'은 P의 사적인 업무가 아니라 상임위원 차담회 등 직원들 간식 구입을 위해 사무보조원 본인이 자신의 차량을 이용하겠다고 하여 그러라고 한 것이며, 직접 차량을 가져오라고 요청한 사실도 없었죠.
넷째, '카카오톡으로 업무지시'는 사무보조원이 보고 없이 퇴근한 업무에 대한 확인, 연가나 병가 등으로 갑작스럽게 출근하지 못하게 된 상황을 알리고 익일 연락이 어려워 업무인계 내용을 보내 둔 문자였으며,
다섯째, '복도에서 고성으로 갈등 야기'는 상반기에는 p와 매우 친밀한 관계였던 해당 사무보조원이 하반기 9~10월 경 직원들의 업무지시에 부당하게 따르지 않고, 언성을 높이는 등 문제점이 보여 p 주무관이 주의를 준 것에 사무보조원이 반발한 것이었죠. 이때 이 사무보조원은 P에 앙심을 품고, 그동안 친하게 진했던 p에게 어떤 식으로든 보복을 하고 싶었나 봅니다.
여섯째, '정부구매카드 관리 소홀'은 10여군 데가 넘는 매식처 특근매식비 결제를 본인 업무도 과도한 서무가 일일이 직접 다니며 하지 않았다는 거예요. 물론 원칙에서 벗어난 편법이죠. 하지만 현실적으로 일일이 서무가 직접 처리하기에는 시간이 너무 많이 걸려 사무보조원 혹은 사회복무요원에게 퇴근길에 위치한 매식처 결제를 동의를 얻어 부탁한 것인데, 이는 중앙 타과도 대체로 이렇게 처리하고 있으며, 이것이 편법이라고 문제 삼는다면 형평성에 맞게 다른 모든 부서도 문제 삼아야 하지 않을까요?
하반기 감사는 P에게 감정이 상한 사무보조원이 앙심을 품고 감사과에 민원을 제기한 것으로 보이는 바, 그전까지 해당 사무보조원은 P를 휴일에 자신의 집에 초대하기도 하고, 같이 자기 차를 이용해 멀리까지 이동해 점심 식사나 티타임을 하고, 주말에도 같이 시간을 보내자고 사무보조원이 문자를 보내는 등 매우 친밀한 관계였어요. 사무보조 차량을 이용한 것도 바로 이렇게 친했던 시기 몇몇에 불과하고요. 도무지 이랬던 사무보조원이 갑자기 돌변해서 스스로 이런다는 게 너무 황당하고 이해할 수 없는 일이었죠. 물론 그 배후에 우리의 '용수철 주무관 J'가 있었음은 나중에서야 알게 됩니다.
감사 과정에서 우리 감사과는 민원인에 해당할 수 있는 사무보조원의 부당하고 일방적인 주의주장만 객관적인 근거도 없이 수용, 채택하는 이해할 수 없는 태도를 보였으며. 피조사자인 P에게 정확한 혐의사실을 알려주지 않고 막연한 진술을 강요하거나, 결재 시간에 쫓긴다며 급하게 자료제출을 하라는 등 감사의 기본 절차도 지키지 않아 피조사자의 항변권을 심각하게 침해했죠.
또한, 상반기에 간식 관련으로 불만을 가져 P를 욕하고 괴롭히며, 일 년 내내 P의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하고 있던 같은 과 '용수철 주무관'(6급)은 중앙 감사과의 P에 대한 하반기 감사 전날에 해당 사무보조원들을 모아 놓고 인근 카페에 모여 모의를 하는 등 감사를 사주한 정황이 있음에도 심지어 이 직원을 P에게 불리한 증인으로 삼아 감사의 공정성, 객관성조차 담보하지 못했어요.
종합적으로 판단해 볼 때, 중앙 감사과는 전후 상황과 맥락은 전혀 고려하지 않고 사실관계가 맞지 않고 당사자간 진술이 엇갈림에도 불구하고, 일방적으로 사무보조원의 주장만을 채택한 불공정하고 편향적인 감사로 오직 P를 중앙에서 방출하기 위한 구실로 감사를 벌인 것이라고 밖에 생각할 수 없는 부당한 감사를 벌였어요. 지난 1년간 중앙 J과에서 발생한 갑질괴롭힘 사건과 이에 대한 감사과, 인사과의 부당한 조치들을 살펴볼 때 우리 조직의 감사기구와 인사조직은 건전한 조직문화의 발전과 공직기강 확립을 위해 갑질 괴롭힘 사건의 진상을 규명하고 피해자를 보호하기는커녕 오히려 갑질 괴롭힘 가해자의 편에 서서 편향적이고 의도적인 '표적 감사'를 벌여 구태의연한 낡은 조직문화, 후진적인 간식 문화를 개선해 줄 것을 요청하는 갑질 괴롭힘 피해자를 부당한 전보조치를 통해 중앙에서 방출하려 한 거죠.
이렇듯 우리 조직의 중앙 감사과는 지난해 j과에서 일부직원들의 갑질 괴롭힘으로 고통받고 있던 P를 오히려 사무보조원에 대한 '갑질 부당행위자'로 모는 졸속 감사를 진행해 부당한 전보조치를 내렸습니다. 이에 충격을 받은 A 주무관은 조직에 대한 배신감과 실망감, 모욕감, 심리적 타격으로 인한 공황장애, 불안증, 대인공포증, 수면장애에 시달리며 사건 후 현재까지 7개월 넘게 정상적 생활이 어려워 휴직 중이며, 아이를 갖으려고 난임치료 중이었으나 심리적 충격과 불안증으로 출산과 육아 계획은 모두 무산되고 중단하게 되었죠. 1년 내내 집요하게 진행된 갑질 괴롭힘과 감사과, 인사과의 부당한 감사, 무리한 인사조치로 큰 충격을 받은 당사자는 아직도 불안증과 대인기피증 등으로 정신과 치료를 받고 있고요. 이번 사안과 관련한 일련의 사건들을 살펴보면, 우리 조직의 감사과는 상황과 맥락을 무시한 채, '강자에게는 약하고 약자에겐 강한' 전형적인 졸속 감사를 벌였던 거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