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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농부다

제30회. 전라북도 농업인의 날 기념식 특강

by 시골살이궁리소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오늘은 뜻깊은 ★제 30회 농업인의 날입니다.


이 영광스러운 자리에,
여러분과 함께 있다는 사실이…
저에게는 참으로 큰 감사와 감동입니다.


전라북도에는 약 17만 명의 농업인이 계십니다.


그리고 오늘 이 자리에 계신 여러분은,
17만 전북농업인을 대표하여 초대받은 분들입니다.


여러분 한 분, 한 분이…
전라북도 농업의 얼굴이고,
대한민국 농업의 자부심입니다.


오늘은 ★농업인이 주인공이 되는 날입니다.


여러분, 옆 사람과 수고했다고 악수 한번씩 나눠 주세요.


좋습니다. 우리 모두 큰 박수로 서로를 축하 합시다.

여러분,
제가 몇 해 전 일본 큐슈대학에 초빙 교수로 있었을 때,


저의 농업, 농촌을 바라보는 관점을 뒤흔들어 놓는 장면을 목격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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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로 이바라키현 수해 현장이었습니다.

며칠 동안 비가 퍼붓고, 결국 하천 둑이 터졌습니다.


그 수해로 8명의 주민이 목숨을 잃었습니다.

제가 그 현장을 직접 찾아갔을 때,


한 할머니가 울먹이며 이런 말을 했습니다.

“여기, 옛날엔 다 논이었는데,
논이 사라지고 건물이 들어오고, 도로가 생기고…
그래서 물길이 갈 곳이 없었어…”

이 말을 듣는 순간, 저는 큰 충격을 받았습니다.


농지는 단순히 쌀을 생산하던 땅이 아니었습니다.

논은, 비가 내리면 물을 품고 천천히 흘려보내며
마을을 지키던 ★보이지 않는 방파제★였습니다.


논이 사라지자…

마을이 무너졌습니다.

사람의 삶도 무너졌습니다.


그런데 여러분,

이 이야기가 과연 다른 나라만의 이야기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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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닙니다.
우리는 이미 비슷한 길을 걷고 있습니다.


천안아산역 주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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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는 비가 많이 오면 논과 밭이 물을 받아주고 자연스러운 배수지 역할을 했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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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과 밭이 사라지고
아파트, 상가, 도로가 들어섰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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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 한평의 논과 밭도 남아 있지 않습니다.

그래서 집중호우라도 쏟아지면
물이 빠질 곳이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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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년에 한 번은 주차장 차들이 창문까지 잠기는
내수침수가 반복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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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 같으면 논과 밭이 막아줄 피해였습니다.


농지가 사라지니 도시는 더 위험해졌습니다.



서울도 예외가 아닙니다.

여러분,
춘천 소양강에 있는 소양강 처녀 동상을 보신 적 있으신가요?

그런데 저는…
그 소양강 처녀 동상이 너무 지쳐 보였습니다.

왜일까요?


예전엔 비가 많이 오면 한강이 자주 범람했습니다.


요즘 한강이 범람하지 않는 이유는 소양강댐이 그 역할을 대신 맡고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문제는…
댐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는 것입니다.

기후 변동으로 집중호우는 3배 이상 많아 졌고,

농경지 면적은 급감하고 있습니다.


춘천에서 서울까지 내려오는
수도권의 농경지는 더욱 빠르게 줄어들고 있습니다.


원래는
댐 + 논 + 밭
이 함께 서울을 지키는 국가 안전망이었는데,


이제 논과 밭이 사라지니…


소양강 처녀 혼자서
그 모든 역할을 버티고 있는 겁니다.

그러니 지쳐 보일 수밖에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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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 한강이 넘쳐 버릴 수도 있습니다.

그 전조 증상이 몇해 전부터 보이고 있지 않나요?.


우리는 명심해야 할 것이 있습니다.


농지는 농민의 일터에 그치는 것이 아닙니다.


농지는 국민 모두를 지키는 ★국가의 안전망★입니다.


저는 그때


농업이라는 산업은,

농촌이라는 공간은,

그리고 그것을 지탱하는 농민이라는 사람들은…

국가를 지키는 존재라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여러분,
농업은 재해만 막는 것이 아닙니다.


물과 생태, 그리고 생명을 지키는 힘입니다.


일본 ★구마모토라는 도시를 아십니까?


인구 74만 명의 큰 도시입니다.


그런데 이 도시가 세계적으로 유명한 이유가 있습니다.


놀랍게도, 수돗물 100%를 지하수로 사용하는 도시라는 점입니다.


그래서 별명이 “물의 도시”입니다.


그 깨끗한 지하수를 지키는 데 결정적 역할을 한 것이 무엇이었을까요?


바로 이었습니다. 논은 하루에 감수심이 3cm입니다.


농부들이 지하수를 확보하기 위해서 벼 농사를 짓는것은 아니지만,


비가 내리면 논이 물을 품고,
천천히 땅속으로 스며들게 하여
지하수를 채워주었습니다.


하지만 어느해부터인가 지하수가 부족해 지기 시작했습니다.

벼 농사를 해서 돈이 안되니까, 다른 용도로 전환되는 농지가 늘어난 것이 원인으로 밝혀졌습니다.


그래서 구마모토시는 결단했습니다.

“지하수를 지키려면, 논농사를 지켜야 한다”


그리고 내린 정책이 이렇습니다. 구마모또시 뿐만이 아니고, 인근 시군과 MOU를 맺고

본래 논이었던 자리에 벼를 심지 않고 물만 담아도

300평 당 22만원의

지하수 보전 공익수당을 지급하고 있습니다.


그것이 무려 20여년이나 되었습니다. 제가 mbc다큐에 참여해 취재를 한 적이 있습니다.

그 때의 영상입니다.

그때 저는 또 하나의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농민은 벼만 키우는 사람이 아니다.


농민은 물을 지키는 사람이다.


자연과 생태를 지키는 환경의 수문장이다.



여러분,
농업의 가치는 흙에서 끝나지 않습니다.


농업은 사람의 “마음”을 지키는 일입니다!


코로나 시기, 한 교육감이 이런 말을 했습니다.


“작년 한 해, 코로나로 죽은 아이는 0명,
스스로 세상을 떠난 아이들은 140명입니다”

여러분, 0 대 140!
이 숫자 앞에서 우리 사회는 뭐라 말해야 합니까?


병원을 늘리고, 의사를 늘리고, 약을 늘린다고 해서
아이들 마음 속 상처가 치료됩니까?


아닙니다!

대한민국 곳곳의 도로를 보십시오.


병원 홍보 현수막이 절반을 차지합니다.


이것이 바로 “아파하는 대한민국의 얼굴”입니다!


그런데 저는,
그리고 여러분도 알고 계십니다.

아이들을 살리는 길,
병원 건물 안에만 있는 것이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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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촌은 아이들의 마음을 살리는 “생명 백신”입니다!


흙이 있는 곳!
풀냄새가 있는 곳!
바람이 부는 곳!
계절이 움직이는 곳!


바로 그곳이 아이들의 마음이 회복되는 공간입니다.

전세계 유례가 없는 눈부신 경제성장.


한강의 기적이 부메랑이 되어 돌아 온 우리 사회의 지표들입니다.


이제 저 도시의 사각형 회색빛 짙은 그늘이 만든 이 지표들은 녹색의 곡선의 농촌이 치유할 수 있습니다.


배를 채워주던 농업에서

가슴을 채워주는 농촌의 역할이 중요해졌습니다.


여러분,
농촌은 “무대”입니다!
들판의 동식물은 “배우”입니다!
그리고 농부는 국민 마음을 살리는 “PD”입니다!


농부가 PD가 되어,
자연이라는 최고의 배우들과 함께
지친 국민들의 마음을 다시 일으켜 세우고 있습니다!

0:140

여러분, 우연입니까? 아닙니다!

우리는 스마트폰 모니터에서 마음을 열지 않습니다.
흙 위에서 마음을 엽니다!

농촌이 국민들을 살릴 것입니다!


이 말에 공감하신다면,
여러분, 함께 외쳐주십시오!

제가 “농촌은” 하면

여러분은 “마음이다!”라고 외쳐주십시오!

준비되셨습니까?


농촌은!

청중: 마음이다!


한 번 더! 더 크게!

농촌은!

청중: 마음이다!


여러분,
농촌의 가치는 흙과 물에서 끝나지 않습니다.
사람의 마음을 지키는 일입니다.

.

여러분, 여기까지 우리가 확인한 농업, 농촌의 역할을 다섯 줄로 정리해 보았습니다.


여러분,
이제 시선을 세계로 잠시 돌려보겠습니다.


다른 나라들은 농업의 가치를 어떻게 바라보고 있을까요?


우리가 앞에서 확인한 것처럼 농업은
생명·

도시

마음·공동체를 지키는 공익 산업입니다.


그런데 유럽은 이미 이것을 국가 시스템 속에 제도화했습니다.


말이 아니라 법과 헌법으로 인정했습니다.



스위스는 농업을 단순 산업으로 보지 않습니다.
“농업은 국가가 반드시 지켜야 할 공익이다”라고 못 박았습니다.


실제로 스위스 연방헌법 제104조에는 이렇게 적혀 있습니다.


“농업은 국민에게 식량을 공급하고, 자연과 환경을 보전하며,


농촌 공동체와 경관을 유지하는 공익 기능을 수행한다”


여러분,
농업을 “공익”이라고 헌법에 새긴 나라.


전 세계에서 많지 않습니다.

그래서 스위스는 농업인에게 당당하게 지원합니다.
농가 소득의 약 60~65%가 ‘직불금’입니다.


스위스만 그런 것이 아닙니다.


독일, 영국, 프랑스 등 대부분의 유럽 국가가 같은 원칙을 채택했습니다.


단 한 문장으로 요약할 수 있습니다.


“농업은 국민 전체를 위한 공공재이므로,

국민 전체가 함께 지켜야 한다”


여기서 우리는 깨닫습니다.


농업·농촌을 지키는 비용은
농민 혼자 감당할 비용이 아니라는 사실입니다.


농민이 씨 뿌리고, 가꾸고, 농지와 환경을 유지하며 지키고 있다면,


국민도 함께 그 비용을 분담하는 것이 정의롭고 합리적이라는 것입니다.


“전북에서 시작합시다. 대한민국이 따라올 것입니다”


여러분,
여기까지 우리는 분명하게 확인했습니다.


농업은…

- 국민의 생명을 지키고
- 물과 환경을 지키고
- 도시를 지키고
- 아이들의 마음과 공동체를 지키는 일입니다.


그리고, 그 역할을 지금까지 묵묵히 해오신 분들
바로 여러분입니다.


✅ 그렇다면, 지금 우리는 무엇을 선택해야 할까요?


저는 오늘 이 자리에서,
전북이 대한민국 농업의 모범이 되는 길을 제안드리고자 합니다.


이제 “말”이 아니라 “실천”으로 넘어갈 때입니다.


전북 음식점·급식소 이런 곳에 “지역농산물 인증제” 도입하자는 것입니다.


전제 식재료의 몇 %를 사용하는 곳으로 할지는 전북이 정할 수 있습니다.


70%면 70, 80%면 80.

그리고 기준을 지킨 음식점 문 앞에 이 문장을 걸어주는 겁니다.


「지역 농산물 70% 사용 인증점」

이 현판 하나가
농업인을 살리고, 지역경제를 살리는 훈장이 됩니다.


학교·병원·군부대·복지시설, 교육청과 함께 간다면?

효과는 두 배가 아니라 열 배가 됩니다.


어려서부터 아이들의 밥상에서부터 “지역 농업의 가치”를 배우게 해야 합니다.


오늘 이 자리에 여러 행정, 정치권 관계자 분들이 계십니다.


단 한 가지만 부탁드립니다.


공공기관에서 법인카드로 지불하는 식비


오늘같은 행사나 관공서에 놓여지는 다과의

일정 비율 이상은 전북 농업인이 만든 것을 갖다 놓아야 한다는 조례를 만들어 주십시오.


예산 필요 없습니다.
방향과 기준만 바꾸면 됩니다.


트럼프도 지키지 않는 WTO 규정을 갖다 대고 안하는 것은 쉽습니다.


내 부모가, 내 자식이 농부라고 생각하고 고민한다면

방법을 찾아 낼 수 있을 것입니다. .


이 한 조례가
지역농업을 살리는 눈에 보이는 강력한 물길이 될 것입니다.


전북의 여러 기관들이 힘을 모은다면,
이건 일시적 캠페인이 아니라,


전북발(發) 농업혁신 모델이 될 것입니다.


전북이 시작하면,
대한민국이 따라올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오늘의 진짜 주인공들에게 드리는 말씀입니다.


여러분…
정말 수고 많으십니다.


흙 한 줌 일궈
생명을 만들고,

국민을 먹이고,

자연과 국가의 안전을 지켜왔습니다.


그런데도 단 한 번도,


“내가 나라를 지키고 있다”

이렇게 말씀하지 않으셨습니다.


그러나 저는 오늘,
분명하게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여러분은 대한민국을 지키는 보이지 않는 국방군입니다.


여러분은 생명과 공동체를 지키는 마지막 수문장입니다.


여러분의 손은
흙을 만지는 손이 아니라,


국가를 떠받치는 손입니다.


공직자와 정치인 여러분께도 말씀드립니다.


농업 예산은 줄여야 할 예산이 아닙니다.


농업 예산은 국가 유지비입니다.


국방비가 나라를 지키는 비용이듯,


문화재 보전비가 우리의 정신을 지키는 비용이듯,


농촌 유지비는 국민의 삶과 생명 공간을 지키는 비용입니다.


농업 지원은 혜택이 아니라,
국가의 의무입니다.


여러분,
이제 마지막으로,
우리가 함께 외치고 싶은 한 문장이 있습니다.


잠시만 자리에서 일어나 주시겠습니까?


(기다림)


제가 선창하겠습니다.


제가 “나는” 하면,
여러분은 '농부다' 라고 대답해주십시오.


준비되셨습니까?


제가 외칩니다.

나는!

(청중: 농부다!)


마지막!
전북의 자부심을 담아!

나는!

(청중: 농부다!)


여러분,
오늘 이 자리에 함께해 주셔서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다시한번 전북 농업인의 날을 축하드리며,


여러분 한 분 한 분의 삶과 땀,

그리고 자부심에
깊은 존경을 올립니다.


여러분이 계셔서 대한민국이 있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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