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을 못 하는 장애인 스탠드업 코미디언이 쓴 책, 로스트 보이스 가이
지난 2월 14일, 마포출판문화진흥센터 플랫폼피에서 책덕 북클럽이 열렸습니다. 우리동작 장애인 번역가팀, 피아바나나, 책덕이 함께 출판한 “로스트 보이스 가이”를 만든 이야기와 책을 읽으며 생각한 것들을 함께 나누는 자리였는데요.
특히 다양한 사람들이 모여 책을 만들면서 겪었던 좌충우돌 에피소드를 많은 분들이 좋아해 주셨어요. 리 리들리가 이곳 저곳에 뿌려놓은 욕설을 어떻게 옮길 것이냐에 대한 첨예한(?) 논의도 드러났고요. 피아바나나 커플의 번역 논쟁이 얼마나 수평선 같았는지 협의를 보기 어려웠다는 이야기에도 많이들 공감하고 웃어주셨습니다.
2부에는 유정 님이 만들어온 티셔츠도 입고 오랜만에 소속감을 느끼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는데요. 마음 한켠을 불편하게 하는 부분이 있었어요. 원래 옮긴이 중 한 분인 박환수 님도 참여하시기로 했거든요. 환수 님은 선천적 중증뇌성마비장애인으로 필담이나 휴대폰 메모로 대화를 하시는데요, 리 리들리와 가장 비슷한 방식으로 의사소통을 하셔서 번역하면서 무척 공감을 많이 하셨다고 했거든요. 줌으로 몇 번 모임을 할 때마다 환수 님의 유머 감각을 살짝 엿보았던 터라 개인적으로 북클럽에서도 함께 하는 시간을 기대하고 있었는데요.
행사날 아침에 문자가 왔어요. 장애인 콜택시를 예약할 수 없어서 참석을 못 하신다고요. 휠체어를 타고 버스나 지하철을 타고 이동도 가능은 한데 하필 이 날 비가 오는 바람에 오기가 어려우시다는 얘기였어요. 서울이 아니라서 장애인 콜택시를 이용하려면 당일에는 예약이 안 된다고 하시더라고요. 순간 아쉬움과 동시에 화가 났어요. 어떻게 보면 '겨우' 택시 하나 때문에 우리가 함께 사회활동을 할 수 없다는 사실이 어이가 없기도 했고요. 그 택시 하나에 비장애인인 내가 모르던 불평등한 시간이 얼마나 쌓여왔을까 생각하니 어딘가 숨고 싶기도 했습니다.
우리가 만든 티셔츠에는 리 리들리를 패러디한 픽토그램과 다소 도발적인 문구 하나가 들어가 있습니다. 휠체어에 탄 사람이 "야 너두 탈 수 있어!"라고 말하며 미소 짓고 있죠. 이 유머가 서늘하게 느껴진다면 우리가 의식적으로든 무의식적으로든 이 사회가 휠체어를 탄 사람에게 얼마나 높게 장벽을 치고 있는지 알고 있기 때문 아닐까요.
곧 새로운 북토크를 열 것 같아요. 그때도 로스트 보이스 가이 프로젝트 팀은 이 티셔츠를 입고 독자분들을 맞이할 예정이에요. 함께 다양한 이야기들 나누며 또 많이 웃을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로스트 보이스 가이
책소개 보기: https://naver.me/Gz1sFc3j