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의견은 3가지로 말할 수 있습니다.....(뇌야 어서 생각해 내!)
나는 계획가다. 그것도 관광전문 계획가. 그것도 관광개발 전문 계획가.
나는 항상 많은 사람들은 만난다. 그것도 발주처를. 그리고 그 발주처의 담당자를.
나는 항상 발표를 한다. 그것도 대회의장에서. 그것도 군수, 시장 앞에서.
나는 항상 의견을 말해야 한다. 그것도 청중 앞에서. 심지어 전문가들 앞에서.
계획가는 자신의 계획을 세우는 것이 아니라 남의 미래를 계획하는 직업이다. 따라서 어떨 때는 매우 편하고 어떨 때는 매우 위험하다. 남의 계획이니 뭐 잘못되어도 남의 인생이니. 하지만 그 잘못됨이 나의 인생에 큰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 그래서 계획가는 웬만하고 남의 미래를 소중히 생각한다.
계획가는 항상 전문적으로 보여야 한다. 그렇지 않고 일상적으로 보이거나 어리석게 보이면 그 계획가가 세우는 계획은 더 이상 계획이 아닌 것이 된다.
그래서 계획가는 모든 것을 알던지, 아는 것처럼 보여야 한다. 더 정확히 이야기하면 아는 것처럼 보이는 것이 아니라 내가 아는 지식의 범위 안에서 가장 근사치의 답을 찾아야 한다. 마치 쳇 GPT처럼..
그래서 계획가의 뇌와 혀는 따로 움직인다.
계획가의 객관적이면서 전문적인 대답을 듣고 싶어 하는 상대를 향해 모른다거나 평범한 답을 할 수가 없기 때문이다. 계획가들 사이에서 하는 말이 있다. 모르면 "제 의견은 3가지로 말할 수 있습니다."라고 말하라고 말이다. 일단 혀를 놀리고 뇌가 기적을 만들기를 기다리는 것이다. 그런데 신기한 것은 계획가는 결국 시간 내 즉, 상대가 내가 모르거나 궁지에 몰렸다는 것을 눈치채지 못하는 시간 내에 뇌는 정말 빠르게 움직여 답을 찾고 다시 혀에게 신호를 보낸다.
계획가들이 괜히 3가지 또는 2가지 등을 몰라도 일단 말을 던지는 데는 과학적인 이유가 있다고 포장하고 싶다. 모든 이론은 어떠한 진실 또는 현상을 보통 2가지 아니면 3가지로 구분한다. 편하게 상중하, 정반합이 3가지의 일반적인 방식이고 찬성과 반대, 높고 낮음, 좋고 나쁨 등과 같은 2가지 분류법.
따라서 계획가들은 질문이 뭔지 잘 모를 때, 해답이 뭔지 잘 모를 때 일단 진실을 구분하기 위해 2가지 아니면 3가지의 분류법을 들이댄다.
정말 어려운 순간은 3가지가 있다고 하고 첫 번째가 생각이 나서 혀는 움직이지만 뇌는 두 번째를 혀가 멈추기 전에 생각해내야 한다. 흠... 이렇게 적다 보니 계획가는 힘든 직업임에 틀림없다.
모르는 것을 모른다고 말할 수 없는 것에는 커다란 사명감 또는 의무감도 포함되어 있는 것이다. 계획가에게서 문제를 해결할 실마리 또는 해답을 듣기 위해 절망의 눈으로 또는 호기심의 눈으로 쳐다보는 상대를 위해 모른다고 말을 하는 것은 절대로 있어서는 안 된다. 그건 도리에 어긋나는 일이다. 100점짜리 답은 아니더라도 0점에 가까운 상대에서 몇 점이라도 보태주어야 하는 것이 계획가의 사명이다.
그래서 계획가의 뇌와 혀는 오늘도 따로 움직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