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석진 May 31. 2020

케인 루이스 랜선展2

사연을 담은 도슨트와 함께~

"열 섯점만 더 그려. 그럼 서울에서 괜찮은 조건으로 전시회를 열 수 있어"

"OKAY"


"차비도 못건질 가능성이 높대. 하지만 노력해볼게. 하나 두개 정도는 팔리겠지"

"OKAY"


 '아버지께서 대관료의 일정액을 납부하시고, 케인이 작품 하나를 갤러리에 기부하는 조건으로 2019년 여름에 전시회를 열어보자.' 이것이 아버지의 조건이었다. 일본인과 결혼한 내가 영향을 준 것이었는지는 아직 잘 모르겠다. 카리브 지방 출신의 흑인아버지와 아일랜드인 어머니가 꾸린 가정, 그 가정에서 자란 어느 남자아이의 이야기는 아버지에게 어떤 동기를 부여했다.  


 녀석에게도 동기부여가 되었다. 그는 런던의 살인적인 월세와 집값 때문에 집에 딸린 창고에서 여자친구와 함께 살았다. 그 창고에서 낮에는 일을 하고 밤에는 그렸다. 그렇게 녀석의 작품이 쌓이기 시작했다. 우리도 움직이기 시작했다. 아버지는 인사동 여기 저기를 수소문하셨고 나는 영문학을 전공한 동생과 함께 녀석의 작품 설명을 해석하는 작업을 했다. 별도로 녀석이 2주정도 머물 숙소도 찾아봤다. 마침 친구가 이태원에서 게스트하우스를 운영중이었다. 야경이 기가 막힌 그 게스트하우스는 예술가가 머물 장소로 딱이었다.


 그렇게 2019년 여름이 왔다. 5년만에 우리는 인천공항에서 다시 만났다. 나와 아내, 부모님은 인사동의 어느 사무실에서 그림 한점 한점에 대한 설명을 들었다. 그림을 보면 웃음이 나왔지만 눈물이 나는 설명이 뒤따랐다. 그 중 가장 많은 눈물을 흘리게 만든 작품은 바로 '엄마'이다.


Title: Mum, 100x150cm, Charcoal & Oil & Oil pastel on canvas

 

"어릴 적 난독등에 까막눈이셨던 우리 엄마는 타블로이드 뉴스로 글을 배우셨어요. 사회가 저와 같은 혼혈아들이 백인들의 유산을 가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저 흑인으로 취급하니. 엄마가 타블로이드의 헤드라인같은 저 ‘my children r black’ 이라는 문구에 맞서 어떤 태도를 보여주실까 상상을 해봤습니다. 어머니는 오래 전부터 이 명제에 도전하셨고 우리에게도 그런 세상에 도전하라고 가르치셨기 때문에 아마도 저런 표정, 저런 자세로 서 계셨을겁니다"


 과연 그의 어머니는 '그래서 어쩌라고?, 너희가 보태준거 있냐?'는 태도로 서서 우스운 사회를 비웃고 있었다. 나의 어머니도 그녀 앞에서 말 없이 서 계셨다. 나의 아버지께서는 고통스러운 표정으로 이 그림을 보시다가 그를 안아주며 이렇게 말씀하셨다.


"너는 흑인도 백인도 아닌 그저 케인이다"


 나와 아내는 이 그림을 보며, 그들의 모습을 보며 우리의 미래를 생각했다.

 전시회 이틀 전이었다.

작가의 이전글 케인 루이스 랜선展1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