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석진 Jun 01. 2022

2022 지방선거 단상


1. 20대 남녀의 대결구도보다 더 눈여겨봐야 할 것은 10년 전에는 나처럼 20대였던 30대 일부의 (민주당으로부터의) 이탈이다. 박근혜에 대항한 단일후보 문재인을 밀어줬던 이들은 어떤 이유에서인지 그 지지를 유지하지 않았다. 세 달 전 대선에서도 그랬다.


2. 나는 대통령 선거 前주에 결혼식을 올렸다. 신혼집은 뚝섬유원지 근처 빌라. 친절한 집주인, 이천에 오십 월세로 시작했던 게 기억에 남는다. 월급이 세후 230이었는데 충분했고 행복했다. 내일을 꿈꿔도 되는 시기 같았고 내심 집값이 떨어질 것이라는 생각도 했다. 그 생각이 정말 순진했다는 것은 오늘 떨어진 노영민씨와 (지방집 팔고 서울집 남긴 뒤 당당히 지방에서 출마) 더 나은 일자리를 찾아 일본으로 온 내가 몸소 증명하고 있다. 공교롭게도 한국 집값도 두배, 내 연봉도 두배가 되었다. 노영민씨가 부러워서 나도 도쿄 중심부에서 멀지만 집이라는 자산을 샀다.


3. 2019년 초부터 내일배움카드 직장인 과정을 통해 컴퓨터를 배웠고 시스코에서 발행하는 자격증을 딴 후 전에 다니던 일본 회사에 취직했다. 한국 회사도 알아봤는데 30대 중반은 어림도 없었다. 마침 한국이 일본의 화이트리스트에서 배제되어 반일감정이 치솟던 시기였다. 나는 그 시기에 일본대사관에 가서 비자를 받고 한국을 떠날 채비를 했다. 결과적으로 문 대통령과 민주당을 아무리 지지하고 응원해봤자 내 삶은 달라지지 않았는데, 전국민이 증오하는 아베 총리와 자민당은 내게 더 괜찮은 삶을 준 셈이다.


4. 정치는 결국 누가 더 나은 삶을 경험하게 해주느냐가 관건인 게임이다. 내가 어떤 면에서는 문재인과 민주당보다 아베 신조와 자민당이 더 낫다고 평가하듯이. 30대들도 저마다의 평가가 있을 것이다. 아마 대부분이 '욕망에 충실할걸', '점잖 떨지 말고 실속 챙길걸' 하고 후회들 하지 않을까 한다.

매거진의 이전글 헤이런(黑人)과 투명인간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