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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법륜 Oct 18. 2017

[법륜스님 즉문즉설] 일을 자꾸 그만둬요.

질문자 “저는 평범한 집에서 태어나서 열심히 공부해서 명문대에 입학했고, 조기졸업과 동시에 7급 공무원에도 합격했습니다. 학교에서는 열심히 공부하면 우등생이 되는데, 사회에서는 일을 열심히 하니까 힘들어서 일을 그만두게 되더라고요. 그래서 7급 공무원도 그만두게 되었어요.”

  


법륜스님 “7급 공무원을 그만두었다고 얘기하지 말고, 업무를 열심히 해서 7급 공무원을 조기에 졸업했다고 생각하면 어떨까요?”         


“네. 진짜 정년퇴임하는 기분으로 공무원 생활을 마쳤어요. 그리고 나이 서른을 앞두고 다시 수능시험을 봐서 교육대학 졸업 후 교사가 되었습니다. 지금 열심히 아이들을 가르치고 있는데 월급도 안 오르고, 끊임없이 조직에 맞춰서 계속 일을 해야 해서 또다시 그만둘까 하는 고민이 듭니다. 그냥 지금 그만두는 게 좋을지, 3년은 다녀보는 것이 좋을지 고민입니다. 어떡하면 좋을까요?”     



하다가 그만두는 것을 반복하는 습관을 고치려면 ‘3은 버텨 보아야합니다.       


“어떤 일이든 내일 당장 그만둬도 돼요. 그런데 방금 한 얘기를 주욱 들어보면, 첫째, 질문자는 어떤 일을 하다 그만두고 하다 그만두는 습관이 있어요. 이런 습관을 갖고 있는 한은 앞으로 새로운 직장을 구해도 하다 보면 또 의미가 없어 보여 직장을 그만둘 확률이 높아요. 반드시 그렇다는 것은 아니지만요. 둘째, 이런 습관이 여기서 끝나는 것이 아니고 연애나 결혼도 그렇게 될 확률이 높아요.     


하다가 그만두는 것을 반복하는 이런 습관을 고치려고 할 때 이 ‘3년’이라는 말이 나오는 겁니다. 이 습관을 내가 한 번 고쳐봐야 되겠다고 한다면, 교장이 뭐라 하든, 학생들이 어떻든, 학부형이 뭐라 그러든, 무슨 사고가 생기든 수행삼아 3년을 버텨보는 거예요. 그러면 고비가 찾아오는데, 이 고비를 한 번 넘기고, 두 번 넘기고, 세 번 넘기면 그 다음에는 큰 문제가 아니게 되요. 이 습관이 있는 사람은 조그만 일에도 도저히 못할 것 같고 그만둬야 할 것처럼 느끼거든요. 그런데 이런 고비들을 넘어보면 ‘아, 별 것 아니구나’ 하고 깨닫게 됩니다. 제가 보기에는 질문자가 이 습관을 한번 바꿔보는 것이 좋을 것 같아요. 이대로 살면 질문자 인생이 너무 피곤해질 것 같네요.”     


“네. 저도 이래저래 너무 피곤합니다.”     


“교사 그만두면 다음에는 무엇을 하려고 해요?”        


“학원 강사를 할까 생각 중입니다. 개인 과외를 해보니까 보수는 적지만 많이 자유롭더라고요. 그래서 학원 쪽이 저와 더 맞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것은 파트 타임으로 잠시 했던 거잖아요. 파트 타임으로 하면 출구가 있기 때문에 내 업식이 안 드러나요. 왜냐하면 언제든지 그만둘 수 있다는 마음으로 하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직장이라는 틀 안에 딱 묶이게 되면 가슴이 답답해지면서 업식이 발동하게 됩니다. 장가는 갔어요?”      


“아직 안 갔습니다. 저는 결혼할 마음이 전혀 없어요. 상대 여자 분을 너무 고생시킬 것 같아서요.”      


“그 수준에서 결혼하면 부인이 신뢰를 못해요. 자기를 잘 알고 있네요. 그것만 해도 굉장히 훌륭한 겁니다. 이왕에 시작한 거 3년은 해보세요. 학교 경력 3년을 하면 학원계로 진출하는데 유리해요. 그러니 한 3년은 해보시지요.”     


“네. 3년 동안 아이들 열심히 가르쳐 보겠습니다.”     



교사생활, 열심히 가르치는 것보다 아이들을 이해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너무 열심히 가르치면 안 돼요. 그러면 또 그만두게 돼요. 선생님이 열심히 가르치면 아이들이 좋아할 것 같은데, 아이들은 오히려 힘들어 해요. 위에 상사가 너무 열심히 일을 하면 밑에 직원들이 힘들어 해요. 시장이 되어서 일을 너무 열심히 하면 밑에 직원들은 죽어나요. 그러니 너무 열심히 하면 안 돼요. 잘리지 않을 수준으로만 대강 해보세요. 질문자는 너무 열심히 하는 것이 병이기 때문에 그냥 대강 하는 연습을 해야 돼요.      


그리고 학생들을 가르칠 때는 이걸 아셔야 해요. 내가 낳아서 내가 키웠는데도 내 말을 안 듣는 것이 아이들입니다. 그런 아이들만 스무 명을 모아 놓은 것이 교실이에요. 자기가 낳은 조그마한 아이 한 명도 엄마가 키우기 힘들어서 죽겠다고 아우성인데 그런 아이들 스무 명을 질문자가 가르쳐야 하는 거잖아요. 그런 아이들이 질문자의 말을 잘 들을까요?”     


“말을 안 듣죠.”     


“아이들이 선생님 말을 안 듣는 것을 당연하게 생각해야 해요. 아이들이 선생님 말을 잘 들어야 된다고 생각하면 선생 노릇하기 힘들어요. 내 말을 안 듣는 것이 너무 당연하다고 생각하고 있으면 그 중에 가끔 말을 잘 듣는 아이가 생기면 너무 기뻐요. ‘그래도 말을 듣는 아이도 있네’ 이렇게 긍정적으로 생각하게 됩니다. ‘어떻게 선생님 말을 안 들을 수가 있어!’ 이렇게 부정적으로 생각하면 내가 힘들어져요. 지금 한 반에 몇 명이에요?”

     

“18명입니다. 그런데 제가 열심히 했던 게 꼭 아이들을 힘들게 한 것은 아닌 것 같아요. 그 이유가 제가 오늘 아이들에게 법륜 스님에게 질문해보고 이 일을 그만두라고 하면 너희들은 내일 다른 선생님한테 배워야 한다고 하니까 그러지 말라고 하는 아이들이 대다수였어요. 내일부터 안 왔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는 아이가 여섯 명이었고요.”     


“법륜 스님 만나러 오는 걸 초등학교 아이들하고 의논을 해요? 그것도 모자라서 나 좋은 사람 손들어 보라고 묻고요. 그런 얘기는 아이들과 하는 게 아니에요.(모두 웃음)     


아이들에게 ‘선생님이 내일 안 왔으면 좋은 사람?’ 하고 물었을 때는 한 명만 손들어도 그것은 99명이 손 든 것과 같은 겁니다. 왜냐하면 선생님 면전에 대고 손을 들 수 있는 아이는 거의 없기 때문이에요. 그런데 여섯 명이나 손을 들었다는 것은 절반 이상이 선생님을 싫어하고 있다는 뜻입니다. 반대로 선생님이 내일 왔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는 사람 손들어 보라고 했을 때 절반 이상 손든 것은 두 명 정도만 손을 든 것과 같아요.      


그러니까 3년은 해야 됩니다. 대신에 너무 열심히 하면 안 되고, 아이들을 이해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아이들이 다음 네 가지만 잘 지키는 한도에서는 야단을 치면 안 돼요. 첫째, 남을 때리지 않는다. 둘째, 남의 물건을 뺏거나 훔치지 않는다. 셋째, 성추행하지 않는다. 넷째, 욕하고 거짓말하지 않는다. 이 네 가지만 잘 지킨다면 아이들이 잘못되었다고 생각하면 안 됩니다. 예를 들어 아이가 수업 시간에 조는 것은 이 네 가지 들어갑니까?”     


“안 들어갑니다.”     


“네. 그것은 잘못된 것이 아니에요. 그러면 졸도록 내버려 두어야 하느냐? 수업 시간에 조는 것은 남에게 피해를 주지는 않아요. 그러나 자기에게 손해입니다. 자신에게 손해를 끼치는 것은 어리석은 행동이기 때문에 선생님은 이것을 깨우쳐 주는 역할을 해야 해요. 그래서 흔들어 깨워줘야 합니다. 그러나 야단을 치면 안 돼요. 다섯 번을 흔들어 깨워도 계속 존다고 욕하면 안 됩니다. 왜냐하면 그것은 남에게 피해를 준 것은 아니기 때문이에요.      


그런데 수업 시간에 떠드는 것은 남에게 피해를 주는 행위이기 때문에 지적을 해주고, 그래도 말을 안 들으면 ‘밖에 나가서 놀아라’ 하고 교실 밖으로 내보내면 되요. 그래서 공부를 하고자 하는 아이들이 피해를 안 보도록 해야 합니다. 그런 관점을 갖고 어지간하면 간섭 안 하는 것이 좋아요.      


또 공부를 못하는 것도 남에게 피해를 끼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야단치면 안 돼요. 그렇다고 내버려 둬야 하느냐. 아니에요. 공부를 하도록 깨우쳐줘야 합니다. 성적이 떨어지는 것은 사실 남에게 좋은 일을 한 것이에요. 남의 성적을 올려준 거잖아요. 칭찬을 못해 줄 망정 야단을 쳐서는 안 됩니다. (모두 웃음) 이런 원칙을 가지면 별 문제 없어요.     



열심히 한다는 표현은 하기 싫은데도 불구하고 억지로 할 때 쓰는 표현입니다.        


그러니 너무 열심히 하지 마세요. 아이가 밥도 안 먹고 만화를 본다고 할 때 ‘열심히 만화를 본다’고 표현 안하잖아요. 게임에 빠져서 밥 먹으라고 두 번 세 번 불러도 대답이 없을 때 ‘게임을 열심히 한다’고 하지 않지요? 열심히 한다고 표현할 때는 하기 싫은 데도 불구하고 억지로 할 때를 말해요. 그래서 열심히 하는 것이 좋은 게 아니에요.      


그럼 하기 싫은 것은 안 해야 됩니까? 하기 싫은데 안 해도 되면 안 하면 됩니다. 그러나 세상일은 하기 싫어도 해야 될 때가 있잖아요. 그럴 때는 기꺼이 하는 겁니다. 열심히 하지 말고요. 열심히 하면 스트레스를 받습니다. ‘네. 알겠습니다’ 하고 기꺼이 할 뿐이지 열심히 하지 마세요. 열심히 하는 것은 좋은 것이 아니에요.”     


“네. 잘 알겠습니다. 답변 감사합니다.”          



열심히 애쓰지 말고...

그냥 해 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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