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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권희정 Aug 02. 2020

[Preview]서울 프린지 페스티벌2020

빈칸 가득 채워갈 각자의 의미

 

여름밤, 서울 프린지 축제 2020

여름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이미지 중 하나는 '축제'다. 무더운 날씨에도 한껏 미소를 짓고 있는 사람들, 날씨만큼이나 뜨거운 열정, 뜨겁고 축축한 그 여름밤의 공기... 하지만 코로나 19는 그 '여름밤'을 우리에게서 앗아가 버렸다. 그 여느때보다 조용한 여름이 지나가고있다.  


하지만 코로나 19가 아무리 많은 것을 앗아가고 인류가 서로 거리둘 것을 요구한다고 할 지라도, '우리'라는 공동체를 앗아갈 순 없다. 지속가능한 예술생태계를 구성하는 '우리'들이 모이는 축제,  서울프린지페스티벌이 8월 13일부터 31일까지 열린다.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실내공간의 작품은 온라인 페스티벌로, 야외공간의 작품은 오프라인 페스티벌로 진행된다. 오프라인 페스티벌은 8월 13일부터 8월 23일까지 매주 목, 금, 토, 일에 문화비축기지에서, 온라인 페스티벌은 8월 24일부터 8월 31일까지 온라인에서 펼쳐진다.


프린지 축제는 1998년 대학로에서 열린 ‘독립예술제’로 시작되어 매년 여름, 연극, 무용, 음악, 퍼포먼스, 미술, 영상 등 다양한 분야의 예술가들이 참여하는 축제다. 선정기준이 없이 자유참가로 이뤄지기에 장르와 형식을 넘나드는 자유로운 시도와 도전이 가능하다. 


'우리'가 지켜온 '가치'들을 지키고, 코로나 19가 앗아갈 수 없는 것이 있음을 보여주기 위해 서울프린지페스티벌의 여름밤은 여러모로 뜨거울 것이다.   



예술가들의 _________ 축제

예술의 필요성에 대해서 친구들과 토의한 적이 있다. 다양한 이유들이 나왔지만, 그 중 가장 와닿았던 건 '예술은 사회의 주류에 반해 세상을 바꿔 나가고, 변두리의 삶을 조명하기 때문'이라는 말이었다. 우리 일상의 삶은 자주 무언가를 정의한다. 돈이 되는 것, 안 되는 것. 잘 사는 것, 못 사는 것. 예쁜 것, 못난 것. 그런 정의들은 곧 주류와 비주류를 정의한다. 이는 예술계에서도 마찬가지다. 어느 비평가의 평가가 작품을 정의하고 작품의 값어치를 결정한다. 하지만 그 '정의'는 늘 부질없기 짝이없다. 어떤 정의도 변두리를 만들어내기 마련이다. 그리고 그 어떤 변두리에도 사람이 존재한다. 모두가 자신이 주인공인 우리의 삶에서, 누군가들을 비주류로 치부하는 정의는 그 정당성을 확보할 수 없다. 


그렇기에, 빈칸으로 정의되지 않은 프린지 축제가 소중하다. 중앙과 변두리가 나뉘어져 있지 않기 때문에, 차별없이 변두리를 바라볼 수 있게 하는 축제. 아니, 변두리를 중앙으로 내세울 수 있는 축제. 각종 정의와 일반화가 난무하는 일상에서 벗어나 단지 내가 느끼는 것에만 집중할 수 있는 곳. 예술가들과 함께하는 축제라는 지점을 제외하고서는 아무것도 정의되지 않은 서울 프린지 축제에선 일상에선 자주 잊고 지내왔던 존재들에 대해서, 또 아무런 의심없이 받아들여왔던 수많은 일상의 정의에 대해서 생각해볼 수 있을 것이다.  



빈칸에 채워질 각자의 의미

사실 제목 자체가 공백인 만큼, 나 또한 아무것도 기대하지 않고 그저 가서 즐겨볼까도 고민해봤지 축제를 더욱 제대로 즐기기 위해 프로그램을 확인했다. 여기, 내 눈길을 끌었던 몇가지의 프로그램을 소개해보고자 한다.


사실 제목 자체가 공백인 만큼, 나 또한 아무것도 기대하지 않고 그저 가서 즐겨볼까도 고민해봤지 축제를 더욱 제대로 즐기기 위해 프로그램을 확인했다. 여기, 내 눈길을 끌었던 몇가지의 프로그램을 소개해보고자 한다.


넌 그게 문제야(프로젝트 사공오)
늘 서로에게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는 엄마와 딸. 그들은 서로에 대한 분노를 안고 상담실을 찾아간다. 하지만 상담사를 마주한 순간부터 상담은 제대로 흘러갈 생각은 않고, 엉뚱한 행동들과 발언들이 상담실을 가득 메우기 시작한다.   


늘 서로를 비난하고, 서로에게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는 우리. 과연 '문제'는 남에게 있을까. 어쩌면 문제는 너도, 나도 아닌 '우리'에 있지 않았을까.  

 

死死로운 유서낭독 프로젝트(우주여행당)
데쓰카페(Death Café)안에는 죽음에 관해 토론하는 사람들이 있다.  이들은 서로를 위해 서로의 장례식을 열고, 서로의 유서를 낭독한다. 그리고 그들은 말한다. “부조금은 당신의 이야기로 받겠습니다.”  


인생의 끝을 말하는 만큼 너무도 무겁고 커다랗지만, 그와 동시에 각자에게는 사사롭기 그지없는 죽음 이야기. 그들의 사사로움이 궁금하다. 


그리고 아무도 없었다(수박씨)
과거 위안부의 문제를 지금의 시선으로 바라보았다. 여성이라는 이름 아래, 전쟁이라는 시대에서 겪었던 아픔들에 대해. 직접 겪어보지 못한 아픔에 대한 재연은 불가능하기에, 현재까지 계속해서 되물림되며 이어지는 현대의 아픔을 바라보았다.   

우리는 종종 '과거는 과거일 뿐'이라고 말하지만, 아무것도 해결되지 않은 과거는 결코 '지나간 일'이 될 수 없다. 어떤 형태로든 이는 되풀이되고, 되물림 된다. 위안부부터 현재까지 결코 끝나지 않고 재생산되고 되물림되는 그 아픔들을 들여다보고자 한다. 


위 작품들은 내게 어떤 의미를 남길까. 나에게 프린지 축제는 어떤 의미로 남을까. 무한한 빈칸에 정의나 편견, 잣대 대신 채워질 각자의 의미들이 궁금해진다.   




 



서울프린지페스티벌2020

- The 23rd Seoul Fringe Festival -



일자

오프라인 08.13~08.23

온라인 08.24~08.31 


*

오프라인 월, 화, 수 공연 없음


장소 : 문화비축기지


티켓가격

온라인/오프라인 티켓

각 25,000원


주최

프린지페스티벌 사무국

서울프린지네트워크


후원

마포구

서울문화재단

한국문화예술위원회

문화비축기지 


이 글은 아트인사이트(https://www.artinsight.co.kr/)와 함께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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