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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라떼비버 Oct 22. 2024

돈과 관심 너머의 욕구

진정한 나를 찾아서


매일 아침 드립커피를 내리는 일은 하루를 시작하는 의식과 같다. 


원두를 갈고, 물을 끓이고, 필터에 뜨거운 물을 부어 드립서버로 한 방울씩 떨어지는 커피를 바라보며 하루를 시작한다. 


늘 반복되는 일상을 지루해하면서도, 아이러니하게 남편과 함께 커피를 마시며 나누는 아침 대화만큼은 질리지 않는다.


창 밖을 바라보며 커피를 마시다 문득 생각한다.


나는 왜 그토록 사람들의 인정을 갈구했을까.


누군가 나를 알아볼 때마다, 서점 매대에서 내 책을 발견할 때마다, 강의장 앞에 설 때마다 어깨가 으쓱했다. 

그 순간만큼은 내가 특별한 존재가 된 것 같은 기분이 들었으니까.


부동산 중개업을 시작하고, 책을 쓰고, 강의를 하면서도 늘 다음을 바라봤다. 

한 가지 일이 익숙해질 때쯤이면 어김없이 지루함이 찾아왔고, 그때마다 또 다른 새로운 것을 찾아 나서기를 반복했다. 


즐거운 일을 하고 싶다는 열망이 늘 마음속에 있었지만, 그 갈증이 해소된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


나는 늘 '왜'라는 질문을 던지는 사람이었다. 

모든 선택의 기준에는 '이유'가 필요했다. 

그런데 그 이유의 끝에는 늘 '인정'이라는 단어가 있었다.


그러다 우연히 도서관에서 "진짜 좋아하는 일만 하고 사는 법"이라는 책을 만났다. 

처음엔 이것도 그저 더 나은 길을 찾는 데 도움이 되길 바라는 마음에서 읽기 시작했다.



그런데 첫 장의 질문이 나를 멈추게 했다.


"돈도, 관심도, 더 이상 필요 없다면 당신은 무엇을 할 텐가?"


가슴이 쿵 내려앉는 기분이었다.


이제껏 한 번도 생각해보지 못한 질문이었다. 

아니, 어쩌면 생각하기를 거부했던 질문일지도 모른다.


이 일을 왜 해야 하는지, 무슨 의미가 있는지 명확하지 않으면 한 발자국도 떼지 못했던 나였다. 

그런데 정작 가장 중요한 질문은 하지 않고 있었다.


"나는 왜 이토록 인정받고 싶어 하는 걸까?"

"왜 항상 새로운 것을 찾아 헤매는 걸까?"


책을 내고, 그 책이 베스트셀러가 되었고, 강사로 데뷔하면서 사람들은 내가 성공을 향해 착실히 걸어가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내 생각은 조금 달랐다. 


대중에게 비춰지는 모습을 신경 써야 하고, 정해진 이야기를 전달해야 하는 일상이 오히려 나를 옥죄었다.

 

그제야 깨달았다. 


매번 새로운 일을 시작할 때마다 나는 모든 선택을 단지 "인정받기 위해서" 또는 "좋아 보이는 것"에만 집중하고 있었다는 것을.



책상 위에 앉아 노트북을 켜고 '더는 하고 싶지 않은 일들'을 적어보기로 했다.


- 매일 정해진 시간에 정해진 장소로 출근하는 것

- 나의 이야기가 아닌 정해진 이야기를 전달하는 페르소나로 살기

- 누군가의 인정을 위해 내 모습을 꾸미기

- "대단하다"는 말을 듣기 위해 하기 싫은 일 하기

- 의미도 모른 채 반복되는 일상 보내기


타이핑을 치다 말고 잠시 멈췄다. 


이상하다. 

내가 그토록 열심히 해온 일들인데, 정작 이 모든 게 '나'를 위한 게 아니었다니.


그럼 진짜 '나'는 뭘 원하는 걸까?


이번에는 타인의 시선이나 인정은 제외하고, 단순한 변화 추구도 아닌, 순수하게 내가 원하는 것만 생각해 보기로 했다.


한참을 고민하다 깨달았다.


나는 '자유'를 원했던 거다.


타인의 인정이나 기대에서 벗어난 자유.

'대단한 사람'이어야 한다는 강박에서 벗어난 자유.

지루한 반복에서 벗어나 진정으로 의미 있는 일을 찾을 자유.


오늘부터 70일 동안 나는 이 여정을 기록해 보기로 했다.


타인의 인정이라는 새장을 벗어나 진정한 자유를 찾아가는 과정을.

그리고 그 안에서 만나게 될, 인정받지 않아도 괜찮은 진짜 나를 기록하기로 했다.


이 글을 읽고 있는 당신도 잠시 멈춰 서서 생각해 보면 어떨까.


더 이상 누군가에게 인정받지 않아도 된다면,

매일 같은 일을 반복하지 않아도 된다면,

당신은 무엇을 하면서 살고 싶은지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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