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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파키뉴 Jul 22. 2023

신한테 카톡 좀...

"비가 왜 이리 많이 오나 모르겠어요. 신한테 카톡 좀 보내 보세요. 비 좀 그만 내리게 해 달라고."


편의점 사장님은 신용카드를 돌려 주며 그렇게 말했다. 


"카톡 온 게 너무 많아서 아마 못 읽으실 거예요."

"네?"


카드를 도로 지갑에 넣으며 꺼낸 말에, 사장님은 이해가 안 된다는 듯 되물었다.


"메시지가 너무 많으면 저기 한참 아래로 밀릴 거잖아요."

"아, 그거 말 되네요. 그럴 수 있겠네, 허허."

"헤헤. 안녕히 계세요."

"네, 안녕히 가세요."


편의점을 나서며 방금까지 입 밖으로 떠나버린 말들을 다시 붙잡아 와 생각해 보았다. 지구상 인간이 수십 억명이라 하니 신의 카톡에는 채팅방이 적어도 그만큼은 만들어져 있겠지. 하루에도 수십 억의 푸시 알림이 팝업되고 그걸 하나하나 대답하는 신의 모습을 그려 보니, 그거 참 골치 아픈 노릇이겠다 싶었다. 그래도 신은 전지전능하다는 누군가의 말이 떠올라, 그건 단지 지구상 수십 억 중 나라고 하는 단 하나의 우주가 만들어 낸 선입견이겠구나 하는 반성을 하였다. 


내가 대신 보내겠다고 했어야 했나. 돌이켜 보니 그랬어야 했나 싶었다. 비 좀 그만 오게 해 달라는 카톡을 그때 그에게 보냈더라면, 불어난 물에 누가 떠내려 갔다느니 승객으로 가득 찬 버스가 통째로 물에 잠겼다느니 하는 그런 안타까운 일은 없었을 테니까. 그 순간 신에게 그런 죽음을 청했던 승객이 있던 것일까? 이렇게 생각하니 신은 우리 말에 귀기울이려고나 할까 하는 의심이 들었다. 


하긴. 태어났으면 좋겠냐고, 지구에서 인간으로 한 번 살아 볼 거냐고, 나한테 언제 한 번이라도 물어 본 적 있었던가. 개똥밭을 굴러도 이승이 나을 거라 생각했던 건지, 정작 본인은 저승에 살고 있으면서, 내 의견은 들어 보지도 않고 나를 이 세상에 던져 놓았지 않았던가. 실례라면 실례이고 만행이라면 만행인 그런 일을 저지르고도 내게 사과의 말 한 마디 없었던 것도 그렇고.


사장님께 나는 달리 말했어야 했다. 


"아마 읽씹일 거예요. 안읽씹일 수도 있겠네요. 아무튼 그냥 씹히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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