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정보를 담아야 할까?
고수의 프레젠테이션은 늘 심플하다. 읽기 좋은 보고서는 한 페이지로 요약된다. 가진 정보가 많다는 건 좋은 일이지만 때론 감당할 수 없는 양에 압도 당하고 교란 당한다. 정보는 권력이 된다. 그것의 불균형은 누군가에겐 돈을 벌어다 주고 누군가에겐 좋은 일자리를 준다. 정보가 있는 곳엔 그래서 늘 사람과 힘이 몰린다. 하여, 정보제공자에겐 막중한 책임역시 따라야 한다 생각한다. 제공할 정보가 사실에 기반해야 하는 건 물론이고 더 중요한 건 진정 필요한 콤팩트(compact)한 정보만을 제공해야 한다는 것이다.
현재진행형인 대시보드(dashboard) 프로젝트 과정에서 위와 같은 생각이 들었다. 그러면, 주관과 사욕을 완전히 배제하고, 내가 드러내고 보여주고 싶은 정보가 아니라 최대한 많은 이에게 가치롭게 활용되는 정보는 어떤 형태여야 할까? 스스로 답을 내렸다.
우선 사람별, 상황별로 다른 관점과 해석이 양립할 수 없는 요소로 구성돼야 하고, 전달과정에서 요구되는 추가적 배경지식은 불필요해야 하며 필요하다면 극히 적은 양이어야 한다. 무엇보다 관련된 이는 누구나 궁금해 해야 할 것이어야 하고 부차적인 것을 제외한 본질만을 담고 있어야 한다.
이 같은 정보를 핵심정보라고 정의하면 핵심정보는 각각의 업이 가진 '본질적 성장 방정식(fundmetal growth equation)'과 연관이 깊다. 본질적 성장 방정식이란 현 시점에서 비즈니스의 성장을 추진하는 모든 핵심요소, 즉 핵심적인 성장 지렛대를 표현한 간단한 공식을 뜻한다. 제아무리 시가총액 1조를 넘은 기업일지라도 그들의 성장공식을 대여섯 가지의 핵심요소로 도식화하는 것은 가능하며 그것은 제품, 서비스가 가진 성격별로 달라진다. 본질적 성장 방정식을 <진화된 마케팅 그로스 해킹>이란 책에서 나온 사례를 인용해 예시를 들면 아래와 같다.
# 이베이의 방정식
{아이템을 등록한 판매자의 수}x{등록된 아이템의 수}x{구매자의 수}x{성공적인 거래의 수}=총 매출 성장
# 어느 온라인 뉴스사이트의 방정식
{웹사이트 트래픽}x{이메일 전환율}x{활성 사용자 비율}x{유료구독으로의 전환율}+다시 찾은 구독자 =총 구독자 매출 성장
이베이의 방정식을 보면 트래픽 양보다는, 거래량을 일정수준 이상 유지하는 것이 성장에 있어 더 중요한 미션일 것이다. 그래서 신규 셀러와 동시에 판매 아이템에 대한 공급이 지속적으로 원활히 이뤄져야만 한다. 아울러 매일, 매주 등록되는 아이템 개수와 그것의 품질, 카테고리 같은 것도 광장히 중요한 관리요소 중 하나일 것이다.
한편, 어느 온라인 뉴스사이트의 경우 트래픽의 양은 광고매출과 직결되고 신규 독자 확보의 가능성을 높여주는 성과의 선행지표다. 뉴스레터 이메일은 수신자를 이후 결제 - 유료구독 -할 확률이 높은 활성 사용자로 전환시키는 데 주력할 것이다. 그래서 사이트를 드나드는 빈도가 높은 활성 사용자층을 얼마나 두껍게 유지하느냐는 온라인 뉴스 비즈니스에서 관건 중 하나일 것이다.
참고: https://www.youtube.com/watch?v=PvSW0ri7AEg
이처럼 본질적 성장 방정식을 구성하는 요소를 해부해보면 어떤 정보가 현 시점에 우리의 비즈니스를 이끄는 핵심정보이고, 비교적 불필요한 정보인지, 잘 드러난다. 또한, 생각한 것보다 관리해야 할, 혹은 제공해야 할 정보가 적다는 것에 놀란다 - 개인적으론 충격이었다.
페이스북 광고 관리자 페이지에서 관찰할 수 있는 데이터 필드 수는 맞춤설정 활용 시 약 300개까지 지원된다. 그들 중 절반은 서비스와 관련성이 적거나 매일 추적한다 해도 당장의 마케팅 관련 의사결정에 도움을 주지 못하는 것이 대부분일 수 있다. 구글애널리틱스에서 제공하는 지표 또한 마찬가지다. 이탈률을 체크하는 것이 중요하다고들 하지만, 서비스의 태생적 특성 상, 신규 사용자 유치를 위해 지속적이고 공격적인 온라인 광고가 불가피하다면? 때론 업계 평균보다 높은 이탈률이 당연한 것이고 그것이 가진 시사점은 적을 수도 있다. 단지 '쿨'해 보이는 지표를 관찰할 게 아니라 각각의 비즈니스 '실정'에 맞는 성장 방정식을 꾸리고 그것을 지켜 보는 게 중요하단 말이다.
결론적으로 다시 대시보드 이야기로 돌아가면, 정보판으로써 구실하기 위한 최소요건으로 대시보드에는 성장 방정식을 이루는 구성요소만 들어있으면 된다. 그것들이 최소요건이자 거의 대부분이다. 그 외 정보는 실제로는 불필요하거나 수요가 낮은 정보일 가능성이 높다. 물론 그런 정보는 필요에 따라 '드릴 다운' 방식으로 제공하는 것도 좋겠다. 하지만 당장의 우선순위는 아니란 것이다. 대시보드의 첫인상은 고수의 피티처럼 심플하고, 잘 짜여진 보고서 앞 한 장 요약본처럼 말하는 바가 적확해야 한다.
내밀한 이야기가 될 수 있는데, 대시보드 프로젝트를 진행하며 자사 비즈니스의 본질적 성장 방정식은 어떻게 생겼을까, 혼자 그려봤다. 디지털 마케팅 중심적 사고이기 때문에 주관적이며 생각차는 있을 수 있다. 그리고 미래의 가변적 환경을 반영하지 않았다. 어차피 대시보드에선 미래를 projection하지 않기 때문이다.
# (현 시점 기준) blank의 방정식
{상품기획력}x{콘텐츠 파워}x{SNS 광고비}x{광고유입후 0일-1일내 구매하는 이의 비율}x{재구매율}x{고객생애가치}= 성장의 크기
방정식 안에 bold체로 표시된 요소를 살펴보자.
내가 생각하는 - 공식적인 내용이 아니다 - 우리의 모델 안에서 {SNS 광고비}는 성장(매출)의 크기를 좌우하는 핵심인자다. 광고를 통해 설득 당한 잠재고객을 단번에 구매로 이끌 수 있는 흡인력 - 앞선 방정식에선 {광고유입후 0일-1일내에 구매하는 이의 비율}로 표시했다 - 을 지속하느냐 또한 DR(direct response ; 직접 반응) 마케팅에서 관찰하고 관리해야 할 주요요소다. 이후 구매자의 {재구매율}과 {생애가치}도 이해하고 관리할 수 있다면 완벽할 것이다. 하지만 해당 지표의 정의와 계산은 마냥 쉽지 않기에 정밀한 설정 안에서 관련 정보의 해상도를 높이는 일이 요구된다. 이 정도의 정보가 현 시점에서 마케팅 유닛에서 필수적으로 관찰하고, 유관부서에 공유해야 할 핵심지표가 될 수 있을 것이다.
대시보드 상에 CTR(클릭률), CPC(클릭당비용), CPM(1,000회 노출당비용)과 같은 매일의 광고지표를 넣었다간 보는 이로 하여금 복잡성만 가중시킬 뿐이다. 전자상거래 마케팅 과정에서 오직 알아야 할 정보는 "광고비를 얼마나 효율적으로 투자해 얼마를 벌었는가"라고 생각한다. 현재 페이스북이 제공하는 구매 최적화 광고의 알고리듬 상에선 구매 수와 CPA(액션당비용, 구매당비용) 외 다른 지표들은 그때그때 알고리듬 컨디션에 따라 결정되는 후행지표이자 수단일 뿐이다 - 이 부분은 나중에 기회가 있다면 더 설명해보고 싶고 다른 이와 토의하고 싶다.
불과 얼마 전까지 - 아니면 지금까지; - 난 아마도, 엑셀 시트에 피봇테이블을 덕지덕지 붙여넣고 형형색색으로 트렌드를 표시하면 좋은 정보가 되는 줄 착각했었다. 그리고 난 데이터분석가도 아니고 고급통계지식이 풍부한 편도 아니다. 프로그래밍을 할 줄 알아 데이터 처리기술이 남다른가? 고작 엑셀 단축키와 기본 함수를 사용해 평균보단 빠르게 잔머릴 굴리는 정도다.
하지만 최근에는 시각화, 데이터분석, 고급통계지식 모두 중요한 정보를 전달하는 수단일 뿐이란 생각이 든다. 자기위로적 감상일 수 있지만, 정말로, 정보를 다루는 데 있어 그러한 스킬보다 중요한 건 진정 필요한 정보를 옥석 가리듯 가려내는 정보 분별력이라고 생각한다. 수단에 현혹돼 정작 알맹이는 없고, 누구에게도 도움되지 않는 보고서를 만드는 일이 어떤 마케터, 사업PM에게도 없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