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니 보일 : 작품을 쓸 때 가져야할 시선>(마음산첵, 2012)
Q : 비평가들은 마약에 대한 감독님의 중립적인 태도를 지적하는데요. 정말로 중립적이신가요?
영화감독 대니 보일 : 특히 요즘 같은 후기 엑스터시 사회에서는 사람들은 그런 설교에 관심이 없어요. 80년대 후반과 90년대 초반의 경험들이 마약에 대한 일종의 새로운 관념을 만든 거 같아요. 헤로인과 엑스터시를 비교하려는 게 아니에요. 사람들이 실제로 마약에 대해서 많은 걸 알게 되었다는 거예요. 영화관에 오는 사람들이 바로 그들인데, 우리가 그들보다 더 잘 안다고 주장하면서 가르치려 들면 되겠어요? 그러면 정작 그들은 소외시키고 마약이란 저주받은 것이라고 생각하는 나이 든 세대나 만족시켜주는 꼴이 되잖아요. 마약에는 만족과 위험이 동시에 따라오죠. 어렸을 때는 위험보다는 만족에 더 관심을 갖게 되고요.
(중략)
Q : 그런 면에서 감독님의 영화에서는 불균형 같은 것이 느껴집니다. 만족보다는 오히려 위험을 더 강조한 것 같아요.
영화감독 대니 보일 : 솔직히 말해서 이 영화 <트레인스포팅>(1997)은 마약을 상당히 전통적인 관점에서 보여주고 있어요. 유일한 차이라면 초반부에 실제로 기분을 좋게 하려고 마약을 사용한다는 점을 보여준 것뿐이에요.
Q : 영화는 헤로인 중독이 절정을 이루던 80년대 중반을 배경으로 전개되다가 레이브 문화가 시작되는 시기에 끝을 맺는데요. 어떤 의도에서 거기서 끝낸 건가요?”
영화감독 대니 보일 : 그 정도도 인정하지 않는다면 마약을 하는 사람들을 그저 바보들이라고 주장하는 게 되죠. 영화 속의 노래들이 현대 브릿팝이었기 때문에 그 시기로 넘어간다고 보신 것 같아요. 하지만 특정 시대를 다룬 영화로 보지 못하도록 의도적으로 모호하게 했어요. 마약 문화의 정말 잔인하고 모순된 점은 바로 자신이 최신 유행이라고 생각할 때 이미 구식이 되어버린다는 거예요. 팝 음악만큼이나 빠르게 변화하죠.(p.82-8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