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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Its me Jun 23. 2020

'나와 다른 문화란, 세계에 대한 경의를 배우는 것이다

<수전 손택의 말>(마음산책, 2015)


전 우리가 다 똑같은 인간이며 가족이라는 자유주의적 생각을 좋아하지 않아요. 문화적 차이는 실제로 존재하고, 그런 차이에 민감한 건 대단히 중요하다고 여기죠. 그래서 제가 인지할 수 있는 관용을 보여주기를 바라며 그들과 소통하려고 버둥거리기를 이젠 그만두었습니다. 그들이 관용을 표현하는 방식은 제 방식과 다르니까요. 그들도 물려받은 언행의 전통이 있고, 친밀함의 의미 역시 우리와 달라요. 세계에 대한 일종의 경의를 배우는 것 같았어요. 세계는 복잡하고, 우리가 생각하는 당위로 환원될 수는 없습니다.

(중략)

당연히 저는, 예술로 재현된 걸 이해할 때보다 제 삶에서 훨씬 더 편협하고 촌스러워요. 예술에 대해서는 훨씬 보편적이고 차이를 존중하죠. 그리고 확실히 저는 편협한 스타일을 가지고 있어요. 정말 친밀함을 좋아하거든요. 아무로 말하자면, 유태인적인 종류의 친밀함 말이에요. 말이 아주 많고, 자기 자신에 대한 얘기를 늘어놓고, 따뜻하고 육체적으로 표현하는 그런 사람들을 좋아하고요. 그렇지만 브레송이나 파뇰의 영화 속에서 살 필요는 없어요. 그리고 제 삶을 살면서 한계를 극복해야죠.

그러니까 제가 취향이 다소 촌스럽고 편협하고 지방색이 짙다고 말하죠. 저는 사람들이 어떻게 살든, 어떻든 아무런 상관도 하지 않을 정도로 거리를 두고싶지는 않거든요. 왜냐하면 사실 사람들이 '어떻든' 상관없이 그들을 받아들이고 인정할 수 있으니까요. 내 친구들은 대체로 표현이 강한 사람들이에요. 그런 게 제가 좋아하는 거니까요. 전 약간 금제가 있는 편이라 저처럼 거리낌이 많지 않은 사람들에 에워싸여 가까이 지내는 걸 좋아해요. 그래야 저도 마음을 터놓을 수 있고 기분이 좋아지거든요. 그건 제가 지닌 단 하나의 삶이기 때문이죠. 그러나 영화나 다른 것들에 대해 생각할 때면 세계를 생각하게 되고, 그러면 어떤 사람들은 이렇게도 살고 또 어떤 사람들은 저렇게도 산다는 생각에 마음이 너무나 편안해지죠.(p.142-1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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