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종석의 문장 1>(알마, 2014)
광화문 네거리 근처에 한글학회가 있습니다. 여러분 한글학회라는 덴 뭘 연구하는 곳일까요? 한글학? 그러면 한글학이란 뭘까요? 한글에 대한 학문이겠지요.
한글은 한국어를 표기하는 데 쓰는 문자체계죠? ‘ㄱ’부터 ‘ㅎ’까지 닿소리 글자 열네 개, ‘ㅏ’부터 ‘ㅣ’까지 홀소리 글자 열 개, 이게 한글입니다.
한글학회에 계신 분들은 한글을 연구하는 게 아니라 한국어를 연구합니다. 물론 한글도 좀 연구하겠지요. 곁다리로 말입니다. 그래서 한글학자라는 말도 쓰이고 있지만, 이건 적절하지 않은 말입니다. 한국어학자 또는 국어학자라고 불러야지요.
한글학회라는 명칭 때문에, 한국 사람들이 한글이란 말과 한국어라는 말을 흔히 포개서 쓰고 있습니다. 물론 한글학이라는 것도 존재할 수 있습니다. 로마문자학이나 키릴문자학이나 한자학이 존재할 수 있듯이요. 사실 한자학은 아주 버젓한 한문입니다.
그렇지만 한글학회 회원들이 연구하는 것은 한글학만이 아니라 한국어학입니다. 그러니까 우리가 흔히 한글학자라고 부르는 분들이 연구한 것도 한글이 아니라 사실은 한국어입니다. 그분들을 한국어학자, 또는 국어학자라고 부르는 게 옳다는 뜻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