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쓰기 클리닉4
질문
저는 글감과 생각이 조화롭게 어울리는 싱싱한 글을 쓰고 싶어요. 그런데 글을 쓰다 보면 소재가 딱딱해진다는 느낌이 들 때가 많아요. 부드럽게 쓰려고 노력하고 어려운 표현은 최대한 배제하는데도 이런 현상이 나타나요. 글을 쓸 때 소재가 되는 대상, 즉 사물이나 사람 등을 어떻게 묘사해야 하나요? 정확히 묘사하는 게 좋은 것 아닌가요?
- 임창수(43세, 대학교수)
답변
세밀하고 정확한 묘사가 올바른 묘사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게 당연한 듯 여겨질 수 있지만 꼭 그런 건 아닙니다. 물론 정밀한 묘사가 힘을 발휘할 때도 있어요. 그런데 거기에 너무 얽매이면 본질을 놓칠 수 있어요. 눈에 보이는 것처럼 묘사하려고 하면 글이 답답해지고 오히려 생동감이 떨어질 수 있거든요.
초상화 그리기를 생각해보세요. 그림을 처음 배우는 사람은 자신이 그린 초상화가 실제 인물과 다르게 보이면 안 된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실물과 똑같이 그리려고 애쓰죠. 그것이 지나치면 오히려 그림의 생명력이 떨어지게 돼요. 인물의 내면을 담아내지 못하기 때문이죠. 초상화의 핵심은 정밀한 묘사가 아니라 그 사람의 분위기와 특징을 잡아내는 거예요. 어떤 사람을 똑같이 그린 그림을 보고 “비슷하네”라고는 말해도 “살아 있네”라고 하지는 않아요. 오히려 그 인물의 두드러진 점이나 개성을 드러낸 그림을 보면서 “생생하다”라고 말하지요.
미국의 유명한 초상화가 노마 밀러Norma Miller는 “초상화 그리기를 배우는 대부분의 학생은 자신이 그리는 선 하나하나가 실물과 닮기를 원한다. 그들은 주로 윤곽부터 그린 다음 그 안을 채운다. 즉 밖에서부터 안으로 그리려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초상화는 안에서부터 밖으로 그려야 한다. 왜냐하면 안만 제대로 그려지면 밖은 저절로 완성되기 때문이다”라고 말했어요. 묘사를 할 때 지나치게 겉모양에 신경 쓰는 건 바람직하지 않아요. 껍데기가 알맹이를 대신할 수는 없으니까요.
그렇다면 묘사를 구체적으로 어떻게 해야 할까요? 한 가지 방법은 캐리커처를 그리듯이 묘사하는 거예요. 캐리커처는 정밀 묘사가 아니라 대상의 본질과 특징에 초점을 맞추죠. 캐리커처를 그리는 사람들은 5분이나 10분 만에 그림을 완성해요. 어떻게 그럴 수 있을까요? 어떤 사람이나 사물의 특징을 찾아내고 그걸 중심으로 그리기 때문이에요. 묘사도 마찬가지예요. 어떤 소재의 본질과 특성을 포착하는 데 초점을 맞춰보세요. 묘사를 위한 묘사를 하지 말고, 설명에 설명을 붙이지 마세요. 꼬리에 꼬리를 무는 묘사는 글이 늘어지게 해요. 본질과 특징이 아닌 것을 묘사하고 싶은 마음을 싹둑 자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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