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문장을 쓰기가 어려워요

책쓰기 클리닉5

by 홍승완 심재

질문

첫 문장을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 모르겠어요. 글쓰기 전문가들은 첫 문장이 중요하다고 강조하는데, 막상 쓰려고 하면 전혀 감이 잡히지 않아요. 뭔가 기발하고 재미있게 시작해야 할 것 같은데, 뜻대로 되지 않아서 시간만 죽일 때가 많아요. 그렇다고 첫 문장을 아무렇게나 쓸 수는 없잖아요. 어떻게 해야 멋진 첫 문장을 쓸 수 있을까요?

- 이동재(38세, 은행 직원)



답변

첫 문장을 쓰기가 어렵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종종 있어요. 무엇을 쓸지 모르는 사람에게 첫 문장을 쓰기가 어려운 건 당연해요. 목적지를 모르면 길을 떠나기 어려우니까요. 그런데 무엇을 쓸지 정해둔 사람도 첫 문장에 마침표를 찍지 못하는 경우가 적지 않아요. 어떤 때는 주제가 확실하고 이미 첫 문장을 생각해놓고서도 머뭇거리곤 하죠.


왜 그럴까요? 뭔가 기발하게 시작하고 싶어 하기 때문이 아닐까요? 완벽하게 출발하고 싶어서가 아닐까요? 처음부터 독자의 눈길을 확 잡아끌고 싶어서가 아닐까요? 이유는 여러 가지일 거예요. 하지만 첫 문장을 시작하는 원칙은 간단해요. 딱 두 가지만 명심하면 된답니다.


첫째, 일단 쓰세요. 그냥 시작하세요. 어떤 식으로든 첫 문장을 써야 해요. 첫 문장을 써야 두 번째 문장도 쓸 수 있어요. 그래야 문단이 되고, 한 편의 글을 완성할 수 있어요. 그러니까 첫 문장을 멋지게 쓰려고 너무 고민하지 마세요. 첫 문장을 시작하는 것과 첫 문장을 확정하는 건 완전히 다른 거예요. 맨 처음 쓴 첫 문장이 최종 원고에서 그대로 유지되는 경우는 드물답니다. 어떻게 첫 문장을 써야 할지 모르겠다면 마음 가는 것부터 쓰세요. 가장 먼저 떠오르는 문장을 써도 좋고 핵심 메시지부터 써도 좋아요. 결론부터 쓰고 싶으면 그렇게 하세요. 어떤 글을 쓰고 싶다는 건 뭔가 할 말이 있다는 뜻이니까요. 기발한 첫 문장을 고민하는 것보다 하고 싶은 말, 중요한 메시지나 결론부터 쓰는 게 더 쉬울 거예요.


그런 다음에는 고치세요. 첫 문장을 포함해서 모든 문장은 고쳐야 좀 더 좋아지거든요. 글을 쓰는 사람은 자기 자신이고, 고치는 사람도 자신이에요. 최종본에서는 첫 문장이 중요할지 모르지만 초고에서는 첫 문장이 그다지 중요하지 않아요. 그러니 초고를 쓸 때는 첫 문장 때문에 고심할 필요가 없어요. 첫 문장은 언제든 바꿀 수 있어요. 쓰다 보면 첫 문장으로 삼을 만한 더 좋은 문장을 발견할 수도 있거든요. 고쳐 쓰는 과정에서 더 좋은 문장이 떠오르는 경우도 있고요.


첫 문장은 몇 번이고 고칠 수 있어요. 그러나 첫 문장을 쓰지 않으면 고칠 것도 없어요. 그러니 먼저 쓰세요. 그리고 고치세요. 첫 문장을 어떻게 시작할지는 글의 성격에 따라 달라요. 신문 기사라면 첫 문장에 결론이나 중심 메시지를 제시해야 해요. 추리 소설이라면 첫 문장에서 독자의 호기심을 유발해야 하고, 광고는 첫 문장에서 소비자의 시선을 사로잡아야 하겠지요. 수필이라면 핵심과는 멀리 떨어진 곳에서 첫걸음을 떼도 괜찮아요. 어떻게 시작하든 첫 문장으로 찌를 수도 있고 간지럼을 태울 수도 있어요. 엉뚱한 곳에서 첫걸음을 내디딜 수도 있어요.


이 밖에도 첫 문장을 시작하는 여러 방식이 있을 거예요. 중요한 건 방법 자체가 아니에요. 첫 문장을 시작하는 데 필요한 것은 기교나 방법론이 아니라 용기예요. 첫 문장을 시작할 수 없는 사람은 어떤 글도 쓸 수 없다는 걸 잊지 마세요. 나탈리 골드버그는 글 쓰는 사람을 ‘전사戰士’라고 표현했어요. 용기야말로 글을 시작하는 최고의 자세인 거지요.


글쓰기는 쉬울 때보다 어려울 때가 더 많아요. 어려운 일이라 해도 쉽게 시작하세요. 첫 문장을 멋지게 시작한다고 해서 글 전체가 좋아지는 건 아니에요. 초고가 형편없다 해서 나쁘다고 할 수는 없어요. 형편없는 초고를 고쳐 쓰지 않는 게 나쁜 것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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