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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yun Feb 14. 2023

베를린에서의 사투 0

그리 유쾌하지 않은 새로운 삶이 시작됐다. 

이것은 기록이자 일기, 그리고 아무도 읽지 않겠지만 혹여나 우연히 읽은 누군가에게 나와 같은 실수를 하지 말라고 전하는 반면교사의 불친절한 편지다.


베를린이 온 지 어연 5개월이 다 되어 가지만 여전히 적응 중이다. 여행이라면 나름 많이 다녔다고 자부했던 나지만, 해외로 거처를 옮긴다는 것은 완전히 다른 이야기였다.


공부는 정말 관심도 없지만 해외에서는 살아보고 싶은데, 지금 나이에 아무 이득도 되지 않을 워킹홀리데이를 하자니 그건 아닌 것 같고 그러다 눈에 들어온 것이 석사 유학이었다. 물론, 커리어를 끌어올리고 싶다는 생각도 있었지만, 1학기를 어찌 끝내 보고 한 가지 확실하게 느낀 건, 분명한 목적성이 있는 유학은 아닌 것 같다. 굳이 말하자면 도피 50%, 어렴풋 보일 듯한 나만의 목적 50%로 채워진 유학인 듯하다.


짧지도 길지도 않은 직장 생활 동안 모은 돈을 모두 털어 이곳으로 왔다. 그래서 정확한 신분은 대학원생이다. 애초에 환상 따윈 없어서 실망할 것도 없었지만, 모든 것이 새롭고 동시에 역경이며 하나부터 열까지 스스로 해결해 나가며 새로운 레슨을 얻게 된다.


나만의 중심을 더욱 견고히 해야 함을 느끼는 요즘이다. 베를린에 온 지 얼마 안 돼 이 초고를 쓴 이후 벌써 5개월이나 흐른 것처럼, 시간은 더욱 빨리 흐를 것이다. 나는 무엇을 위해 이곳에 왔는가? 그 답은 시간이 흐를수록 변할 수도 있지 않을까? 멋스럽기는커녕, 때로는 추할 수도 있는 나의 여정을 이곳에 당당히 기록해 보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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