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7월
얼티밋 워리어가 두팔을 들어 천천히 오르락 내리락 할 때 내가슴은 마구뛰었다.
그의 얼굴에 형형색색 멋지게 새겨진 가면은 환상의 세계로 들어가는 입구였다.
그가 스러지면 나도 스러졌고 그가 암바 걸릴 땐 내 머리도 쥐어짜듯 고통스러웠다.
링 위에서 적들에 둘러싸여 외로운 싸움을 벌일 때 그를 도와주기 위해 등장하는 레슬러는
곧 우리의 친구였으니 헐크 호간의 등장곡의 리드 기타소리가 울려 퍼질 때 나는 가슴 저 밑에서 끌어오르는 환호를질렀다.
이내 호간의 레그킥이 작렬하고 두사람이 서로의 팔을 들어주며 승리는 너의 것이라는 손짓을 할 때
나는 그들의 우정을 넘어 정의는 살아 결국 승리한다는 권선징악의 진리를 받아들였다.
그 드라마가 링 위에서 반복되어 연출되더라도 나는 결코 그것이 짜여진 극본이라 믿지 않았고
'그건 연기야' 비웃듯 말하는 웃자란 친구들을 미워했다.
호간이 그의 티셔츠를 두팔로 뜯으며 찢을 때 정의를 연기로 호도하는 미운 친구들의 거짓말을 응징하는 대리자였고,
맞아도 고개들고 맞아도 고개들고 또 맞으면 우뚝 서서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너 오늘 죽었다며
손가락을 가리키며 뭔가를 말할 땐 내 안의 모든 채증이 사라지듯 시원했던 것이다.
'말굽형 수염, 빨간색과 노란색 의상, 스스로 ‘24인치 비단뱀(python)’이라 부른 거대한 팔뚝'은 어린 마음을 사로잡기 충분했다.
2025년 7월 헐크 호간이 유명을 달리했다는 소식을 들은 아침,
해야 할 일을 모두 제쳐두고 내 유년의 영웅에게 쓴다.
왓챠 가나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