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K양 Jun 04. 2015

마음이 열리던 순간.

[오래된 부록] 뉴욕그림여행 #1



주말대신 평일이 잔뜩 생겼으니 그래 이 평일을 힘닿는데까지 알뜰하게 한번 써보자며

김갑수아저씨가 그랬지 노력하지 않으면 행복해질 수 없다고. 그러니까 게으른 K양 말고 행복한 K양이 되자며 

그래서 남는 평일날 서울 구석구석 돌아다니면서 구경도 하고 드로잉연습도 하고 그래야지.

왠지 남들도 다 알고 있을 가능성이 높지만 뭐.. 그럼 읽고 싶은 사람만 읽겠지 뭐. 하면서

한없이 부족한 저도 기 에 글을 써보기 시작했는데요.


급기야는 '평일서울사용기'의 부록편으로 '뉴욕그림여행'을 함께 써볼까 해요.

(아직 글을 몇 개 쓰지도 않았는데 부록이래네 ㅎㅎㅎ)


어느새 벌써 9년전.  그러므로 아주 '오래된 부록'인데요. 

언젠가 한번은 정리해두고 싶었던 생각에 그 때 그렸던 그림들을 요즘 정리하는 중이기도 하고요.

프리랜서인 지금 서울의 시간과, 오래 전이지만 한달반 가량 여유롭게 뉴욕에서 여행했던 시간들이

조금은 닮았다는 생각이 들거든요.


언제나의 희망사항이자 저의 모토인, 



산책하듯 출근하고 취미처럼 일하며

여행하는 것처럼 살아간다는 것. 



이거 (돈없으면) 굉장히 어렵고 심지어 불가능할 수 있다는 걸 알면서도

그렇게 자유롭게 살 수 있는 방법을 찾고 싶었던 것 같아요.

(네네 아직 못찾았고요 ㅎㅎ...)



좌우당간. 이 아래부터 시작할께요.


[오래된 부록] 행 #1

마음이 열리던 순간



그 9월 23일은 뉴욕에 도착한 지 딱 9일째 되던 날이었다.

오자마자 며칠동안은 반가운 친구들을 따라 여기저기 함께 돌아다니면서 구경을 하다가

이 날은 혼자 메트로폴리탄 뮤지엄에 갔던 날이다.


일단 세계 각국의 온갖 예술품들을 여기 한 곳에서 볼 수 있다니

며칠을 둘러보아도 다 못 볼 그 엄청난 규모에 놀라고, 

우리나라 같으면 유명한 화가 누구의 전시가 열린다고 하면 평일이든 주말이든 사람들로 꽉 찰 그런

거장들의 작품들이 너무 많아서 놀랐다. 게다가 아마도 기억에 그 때는 기부제로 운영되고 있었고,

그래서 내가 낸 입장료는 1달러.


그 1달러로 볼 수 있는 작품들이 너무 굉장하고 부러워서 약간 화가나면서도 

좋아하는 화가들의 그림들을 이렇게 많이 볼 수 있다니 감동으로 맘이 꽉 찼던 날이다.


정말로 직접 눈 앞에서 만나버린

드라마틱하고 카리스마 넘치는 Caravaggio, 감동으로 자꾸 멈춰서게 했던 Vermeer,

숨막히는 컨트라스트의 Rembrant. 그리고 제일 사랑하는 Degas와 Lautrec.


그 멋진 그림들을 보면서, 아 나도 그리고 싶어. 하는 마음이 막 일어나기 시작했는데

그때까지만도 그냥 작은 노트에 몰래 하는 낙서 뿐.

사람들이 오가는 오픈된 공간에서 그림을 그리기엔 난 아직 왠지 소심하고 부끄러웠던 것 같다.




그러던 중에, 어느 부조로 된 조각 앞에 앉아 그림을 그리고 있는 소년을 보았는데.



어쩌면 그 순간이었을지도 모르겠다.

스르륵 하고

마음이 열리던 순간.



우리나라에서는 잘 못봤지만 이런 풍경은 뉴욕이 아니더라도 외국의 어느 뮤지엄에서라도 흔히 볼 수 있는 장면이었던 것 같다. 작품 옆의 설명을 메모하고 있는게 아니라 그 앞에서 작품을 모사하고 있는. 

왠지 아름다운 장면.



그래서 나도 용기를 내서 막상 그 조각상 앞에 앉아 슥슥 그리기 시작했는데,

이미 어둑어둑해지고 있었기 때문에 두번째 들렀을 때에야 완성할 수 있었던 이 그림.




'Mourning Victory' 20060923 & 1004. 

at Metropolitan museum in NY.

illust by KOOO




이 날 이후로 그냥 곧잘 아무데나 앉아서 뉴욕을 그렸던 것 같아요.

서울말고 뉴욕그림과 글도 종종 여기 써볼게요.

(읽는 사람 없어도 그냥 쓸랍니다 ㅎㅎㅎ) 





[오래된 부록] 뉴욕그림여행 #1


(끝)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