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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ongsue Kim Dec 04. 2020

혼자, 시간을 보내는 방법

지극히 개인적인 방법

지극히 혼자 있기 싫어하던 사람이 바뀌었습니다. 저는 자주 혼자 있지만 2시간이 넘어가면 조금 힘들어하는 편입니다. 한 해 두 해 지나니 이것도 꽤 지낼만합니다. 제가 어떻게 이렇게 변했나?  스스로 돌아보았습니다.
예전에는 혼자 있는 시간이 생기면 무언가 사람들 많은 곳에 가거나 다른 곳에 한눈을 파는 행동을 하고는 했습니다. 혼자가 되었다는 사실을 잊기 위한 무엇인가를 계속 만들어 냈습니다. 더는 소모적인 일을 하지 않게 되었습니다. 꾸준히 나를 위해 잘 지내는 방법을 터득한 것입니다. 그 방법 중 3가지를 소개합니다.

책을 읽습니다. 지하철에서 잠깐잠깐 읽고 있습니다. 출퇴근 시간이 각각 한 시간을 채우다 보니 이제는 자연스러운 일이 되었습니다. 책이 안 읽히면 쉽게 쓰인 에세이도 읽습니다. 휴대폰을 통해 타인의 삶을 지켜본다면 책을 읽으며 책 속의 내용과 나의 삶을 비교도 하고 감정이입을 해보곤 합니다. 오롯이 혼자 독서를 해야만 얻을 수 있는 것들입니다. 


글을 씁니다. 한주만 더 쓰면 30주를 채우게 됩니다. 매주 같은 시간에 같은 공간에 앉아 글을 씁니다. 처음엔 4시간을 앉아 있어도 글도 나오지 않고 스스로 매우 괴로워하다 마감 시간이 다되어서 비로소 쓰게 됩니다. 이제는 조금 편안해져 2시간 만에 1,000자의 글을 뚝딱 만들어 냅니다. 상을 받을 수준은 아니지만 제 눈엔 맘에 듭니다. 나를 소재로 하는 글을 쓰면서 내 안에 것들을 정리하는 시간을 갖습니다. 혼자인 시간을 어떻게 지낼지 몰라 광화문을 헤매던 시간이 가끔 그립지만 글을 쓰면 내 안의 마음을 거니는 것도 꽤 멋진 일인 것 같습니다.


요리를 합니다. 특히 어머님이 부재중일 경우 때를 놓치지 않습니다. 특별한 요리를 하는 것은 아닙니다. 간단한 파스타를 합니다. 큰 솥에 물을 붓고 파스타 면을 삶기 시작합니다. 동시에 아스파라거스와 마늘을 씻고 버섯을 다듬어 기름을 두른 프라이팬에 올립니다. 열심히 볶다가 다 익은 면을 프라이팬에 올립니다. 소리와 동시에 김이 모락모락 올라오고 금세 파스타가 만들어집니다. 요리하는 과정에 집중하다 보니 생각이 단순해지고 생각이 단순해집니다. 

혼자 시간을 보내는 방법의 마지막은 러닝입니다. 지난주에도 일요일 글이 잘 써지지 않아 남산을 한 바퀴 휘휘 돌고 내려와 글을 썼습니다. 아마 제가 혼자 일 때 가장 신나게 시간을 보내는 방법이 러닝입니다. 힘든 숨을 몰아쉬며 달리다 보면 세상과 저는 투명막이 씌워진 채 혼자가 됩니다. 그 방어막 속에서 혼자만의 시간을 보냅니다. 그동안 하지 못한 것들이 먼저 떠오르고 내일 다가올 일들이 스쳐 지나갑니다. 마침내 도착했을 때는 그런 잡념이 한 번에 사라집니다.  

이렇게 혼자 시간을 보내는 방법을 하나씩 터득해 나갑니다. 20대 때 이런 방법들을 알았다면 현재의 삶이 조금은 단단해졌을까요? 하지만 저는 지금에서야 혼자 잘 보내는 방법을 알게 된 것도 참 다행이라 생각합니다. 길거리를 아직도 걷고 있다면 조금 삶이 피곤했을 테니깐요. 

 혼자 보내는 방법을 나열하다 보니 떠오르는 깨달음이 있었습니다. 혼자만의 시간을 통해서 과거의 나를 반성하고 아이디어를 떠올리고 가치 없는 시간을 알차게 만들어 나가는 기회를 얻는다는 것을요. 
 이런 시간이 단단히 다져지면 또 다른 누군가가 왔을 때 함께해도 상대방에 대해 지루해하지 않고 더 반가워할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때 그 사람이 마치 속 깊은 친구를 만난 것 같은 느낌의 들기를 바랄 수밖에요
 마지막으로  혼자 있는 시간에 하는 것도 좋지만 다른 사람과 같이해도 좋다는 것을요. 다시 말하지만 저는 혼자만의 시간을 잘 보내고 있습니다. 요리도 하고 책도 읽고 글도 쓰면서요. 여러분은 혼자 있을 때 무엇을 하며 시간을 보내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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