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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빈틈 Jun 09. 2023

일상이 멈추고, 무거운 죄책감이 나를 짓눌렀다

무엇이 엄마를 고통스럽게 했지?


"오늘이 고비라고 보시면 돼요. 혈압 안 떨어지면 출혈로 갈 수밖에 없습니다. 최악의 상황까지 생각하셔야 해요."


엄마의 상태를 전하는 의사의 목소리는 담담했고, 쉬웠다. 조금도 거리낌 없이 뱉어진 말에 놀란 건 나뿐만이 아니었는지 엄마의 혈압은 더 올라가고 있었다.


엄마는 자신이 죽을 수도 있다는 생각에 두려워하는 게 틀림없었다. 그런 엄마의 두려움은 고스란히 나에게 전해졌고, 나는 엄마의 손을 꽉 잡아 주었다.


"엄마. 걱정하지 마. 내가 엄마 혈압 내려가도록 도와줄 거야. 나만 믿어."


사실은 무서웠다. 운영 중이던 편의점 때문에 자리를 비운 아빠를 대신해서 엄마의 보호자가 된 내가 엄마를 살릴 수 있을까. 엄마가 이대로 정말 최악의 상황까지 간다면 나는 날 용서할 수 있을까. 밀려드는 많은 생각들이 머릿속을 헤집었지만 나는 엄마에게 괜찮다고, 별 일 아니니까 겁먹지 말라는 말을 건넸다.


"엄마. 불편한 거 없어?"


내 말에 엄마는 어설픈 발음으로 병실을 옮기고 싶다고 말했다. 아마도 다른 환자들의 고통스러운 기운들이 엄마를 더 무섭게 하는 것 같았다.


"엄마. 그럼 2인실로 옮길까?"

"돈은 어쩌고?"


엄마는 그 순간에도 돈 걱정을 했다. 편의점을 운영하면서 많은 빚을 지게 된 엄마가 돈 때문에 걱정이 많았다는 건 언니에게 어렴풋이 들었었다. 그리고 오늘 엄마의 이 고통의 원인도 다 돈 때문이란 생각이 들었다. 나 역시 자취를 하며 일하고 있었기 때문에 모아 둔 돈은 많지 않았지만 이 순간만이라도 엄마를 편하게 해주고 싶단 생각이 들었다.


"엄마 돈 걱정 마. 나 모아둔 돈 많아. 내가 병원비 다 내줄 테니까 그냥 편안하게 옮기자. 엄마 죽으면 돈이 다 무슨 소용이야. 제발, 가자. 내 말 들어."


엄마는 고개를 끄덕였고, 우리는 아무도 없는 2인실로 병실을 옮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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