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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헤르메스 Apr 06. 2018

아마추어에겐 현대미술이 오히려 더 쉽다(1_14/17)

현대미술, 숭고미

 현대미술의 특징으로 모 평론가는 숭고미를 거론하는데 이 분은 숭고미를 너무 넓게 해석한 것 같다. 고대, 중세, 르네상스 시대에 숭고미를 느낀 작품은 무수하지만 현대미술 작품 중 숭고미를 느낀 작품은 손에 꼽는다.


 우선 가우디의 성 가족성당과 김중업의 충혼탑을 들 수 있고, 마크 로스코의 일부 색면추상화와 백남준의 TV 부처를 들 수 있고, 리처드 롱의 대규모 대지미술(다른 작품에 비해서 소규모) 작품을 들 수 있다.


안토니 가우디 "성가족 성당(사그라다 파밀리아)"
김중업 "충혼탑"
마크 로스코 "No.3/No.13" 1949  ||  백남준 "TV 부처" 1974(2002)


 고대, 중세, 르네상스 시대에 숭고미를 느낀 작품의 예를 들면 영국의 스톤헨지가 오랜 세월의 힘과 장대한 규모 때문에 숭고한 느낌이 들고, 그리스의 파르테논 신전은 설명할 필요도 없고, 한국의 석굴암은 석조여래좌상과 주위의 보살상과 건축이 기막히게 비례가 맞아 숭고한 느낌이 든다.


석굴암 석조여래좌상(본존불)
랭스 대성당 내부(Reims Cathedral interior)

 중세 유럽 고딕 양식으로 지어진 교회 건물은 웅장하고 신성한 분위기가 감돌아 숭고미를 느낄 수 있고, 한국 불국사 석가탑은 완벽한 비례의 아름다움으로 숭고미를 느끼게 하고, 성덕대왕신종은 비천상 외 문양의 아름다움뿐만 아니라 기막힌 소리로 숭고미를 느끼게 한다. 

성덕대왕신종

 중국, 일본, 태국, 미얀마의 종은 구리와 주석의 합금으로 소리가 탁한데 한국의 종은 아연이 첨가되어 소리가 맑다. 성덕대왕 신종은 거기 더하여 스님이 삼매에 들 때 호흡주기와 비슷한 맥놀이로 인해 저절로 마음이 차분해지는 효과가 있다.

 맥놀이란 비슷한 진동수의 소리가 동시에 나올 때 보강과 간섭을 통해 진동수 차이만큼의 진동수로 소리가 커졌다가 작아졌다가를 반복하는 것이다. 맥놀이는 악기 튜닝에 이용하는데 기준 음과 맥놀이가 없으면 기준 음과 음정이 정확히 일치하는 것이다

 종 안쪽에 금속단추 같은 것이 붙어 있는데 처음에는 종의 금 간 부분을 수리한 줄 알았으나 후에 호흡주기에 맞춰 맥놀이를 조절하기 위함이라는 데에 생각이 미쳤다.


*성덕대왕신종 소리 녹음본 https://youtu.be/z9mXOygAQ-A



 이쯤하면 종 고리에 끼우는 쇠막대 이야기를 안 할 수 없다.

성덕대왕신종 쇠막대

 봉덕사 종각이 목조여서 화재위험 때문에 국립 경주 박물관으로 옮길 때 처음에 종만 옮겼는데 막상 종을 달려고 하니 종 고리에 맞는 막대가 가장 강한 합금을 사용해도 종의 무게를 견디지 못하고 휘어진다는 사실을 알고 부랴부랴 원래 쓰던 막대를 찾아 종을 달았다. 후에 연구해보니 철판을 말아서 힘이 분산되도록 한 구조였다. 주조과정에서 기포가 들어가지 않는 등 알면 알수록 경외감이 들고 숭고미가 더해진다.



그 다음 숭고미를 느낀 작품은 한국의 국보인 금동미륵보살 반가사유상이다. 이 불상은 두 분이 있는데 하나는 관이 소박하고 또 하나는 관이 화려하다. 관이 소박한 불상은 그대로 목조불상으로 본떠서 일본으로 수출되어 일본의 국보 제1호가 되었다. 이 불상이 한국산이라고 확인된 것은 나무의 조직검사에서 그 당시 일본에서 나지 않는 나무이고 한국에서 자라는 수종으로 판명되었기 때문이다. 

금동미륵보살 반가사유상(국보 제83호) || 목조미륵보살 반가사유상(일본 국보)


노틀담 사원의 정문에 있는 성인상이 인체 비례가 과장되게 길어 성스러움을 더하고 석굴암의 석조여래좌상은 머리가 커서 올려다 볼 때 비례가 맞게 되어 있듯이 금동미륵보살반가사유상도 인체비례가 살짝 과장 된 멋을 갖고 있지만 무엇보다 숭고미를 느끼게 하는 것은 입가에 띠고 있는 신비한 미소이다.


신비한 미소라는 것은 신의 비밀을 깨달은 사람만이 띨 수 있다.  

깨달은 사람으로 여겨지는 경봉스님의 법어집에서 미미소라는 말이 자주 나온다. 금동미륵보살반가사유상의 미소도 깨달은 스님의 미소를 모델로 했을 것이다.


이 미소를 모나리자의 띤 듯 만 듯한 미소와 비교하면 시시하다. 

모나리자가 깨달은 사람이라면 여러 가지 일화가 전해질 텐데 그런 것이 없는 것으로 보아 모나리자는 원래 웃는 상이거나 화가가 미소를 지으라고 주문했는데 안면근육의 피로로 인해 미소가 풀리는 것을 레오나르도 다빈치가 포착했는지도 모른다. 







안토니 가우디 "사그라다 파밀리아" https://en.wikipedia.org/wiki/Sagrada_Fam%C3%ADlia#/media/File:Sagrada_Familia_01.jpg

김중업 "충혼탑" 건축도시정책정보센터

마크 로스코 "No.3/No.13" 1949 https://www.wikiart.org/en/mark-rothko/no-3-no-13

백남준 "TV 부처" 1974(2002) https://njp.ggcf.kr/archives/artwork/n008

석굴암 석조여래좌상 http://www.antiquealive.com/Korea_Tour/World_Heritage_Site/seokguram_grotto.html

랭스 대성당 내부 https://www.thousandwonders.net/Reims+Cathedral

경주 성덕대왕신종 https://ko.wikipedia.org/wiki/%EC%84%B1%EB%8D%95%EB%8C%80%EC%99%95_%EC%8B%A0%EC%A2%85#/media/File:%EA%B2%BD%EC%A3%BC_%EC%97%90%EB%B0%80%EB%A0%88_%EC%A2%85.jpg

성덕대왕신종 쇠막대 http://blog.daum.net/parkty22/7264314

금동미륵보살 반가사유상 https://ko.wikipedia.org/wiki/%EA%B8%88%EB%8F%99%EB%AF%B8%EB%A5%B5%EB%B3%B4%EC%82%B4%EB%B0%98%EA%B0%80%EC%82%AC%EC%9C%A0%EC%83%81_(%EA%B5%AD%EB%B3%B4_%EC%A0%9C83%ED%98%B8)#/media/File:Pensive_Bodhisattva_01.jpg

목조미륵보살 반가사유상 http://www.hyunbulnews.com/news/articlePrint.html?idxno=2773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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