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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헤르메스 May 01. 2018

아마추어에겐 현대미술이 오히려 더 쉽다(2_3/11)

마크로스코, 색면추상, 어머니

<마크로스코>

몇 가지 색을 칠하거나 단색으로 화면을 칠하여 색면추상화가로 불리는 마크로스코는 젊은 시절에는 색상이 경쾌하더니 죽음에 가까워지면서 색상이 점점 어두워지는 것을 볼 때 그림으로 자신의 기분을 표현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메타비평으로 한국의 기억이 안 나는 작가의 ‘어머니’라는 작품을 들 수 있다.

이 작품은 가로,세로30cm 크기의 회색이 칠해진 색면추상 작품이다. 마크로스코와 차이는 작품의 규모와 객관성이다. 마크로스코의 작품은 크기가 가로 약1m, 세로 약1.5m 크기로 앞에서면 위압감을 느끼는데 몇 가지 색을 사용한 작품은 색 덩어리의 경계가 모호하여 기쁨이나 막연한 희망 같은 감정을 표현한 것으로 볼 수 있다. 규모가 크기 때문에 온 세상이 기쁨과 희망으로 가득한 것처럼 보이고 어두운 색상의 작품은 온 세상이 우울하게 보이는 효과를 낸다.

‘어머니’라는 작품은 작가 때문에 화가의 어머니가 평범한 어머니라는 걸 짐작할 수 있다. 거기에 칠해진 회색이 단순히 검은색과 흰색을 섞은 것이 아니라 여러 가지 색을 섞은 결과로 나온 회색일 가능성이 크다.

어머니의 사랑을 표현한 핑크색과 자식의 안전을 바라는 녹색을 섞고, 안락한 가정을 상징하는 주황색과 어머니와 자식의 희망을 상징하는 파랑색을 섞고 어머니에게 중요한 것을 상징하는 색을 섞은 결과로 탄생한 회색이라고 생각한다.

작은 캔버스에 짙은 회색을 칠한 것을 보면 화가 어머니의 체구가 작고 남편을 일찍 여의고 가족의 생계를 책임지게 되어 남자화장실의 청소 아줌마처럼 성이 무시되고 어머니라는 중성적인 삶이 강요되었음을 알 수 있다. 화가인 딸은 어머니를 애틋한 시선으로 보았을 것이다.

어머니라는 제목으로 초상화를 그리거나 모딜리아니의 아내 그림과 장욱진의 진진묘라는 그림처럼 반추상화로 그리기 십상인데 진한 회색의 색면추상으로 그리니 오히려 딸의 어머니를 보는 마음을 직접 대면하는 느낌이 들고 이것이 마크로스코의 주관적 기분을 나타낸 그림과 대조되기에 이 그림을 마크로스코의 색면 추상에 대한 메타비평으로 선택한 이유이다.

모딜리아니의 아내 그림에 눈동자를 그리지 않은 이유를 아내가 물어보니 당신의 아름다운 눈동자를 표현할 수 없어서 그리지 않았다고 말했다.모딜리아니가 어차피 아내의 눈동자를 못 그릴 바에야 시대는 안 맞지만 아내의 아름다움을 색면 추상으로 표현해보면 어떨까 상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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