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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헤르메스 May 30. 2018

아마추어에겐 현대미술이 오히려 더 쉽다(2_10/11)

데미안 허스트, 삶과 죽음

[데미안 허스트]

데미언에 가까운 본토 발음이나 독일 작가 헤르만 헤세의 소설 데미안이 생각나서 데미안 허스트로 표기하기로 했다. 

데미안에서 새는 알을 깨고 나와서 아프락사스에게로 날아간다는 유명한 구절이 있다. 알은 선에 치우친 기독교의 신을 뜻하고 아프락사스는 선과 악을 통합하는 신이다. 데미안 허스트는 삶과 죽음을 통합하는 작가로 유명하니 서로 공통점이 있다. 데미안은 주인공 싱클레어에게 에바 부인을 소개하는데 에바는 영어로 이브에 해당한다. 에바 부인은 아담에게 선악과를 먹이듯이 주인공에게 선악을 통섭하게 한다. 데미안은 삶과 죽음이 교차하는 전쟁터에서 주인공 싱클레어가 삶과 죽음을 담담히 받아들이게 되고 선과 악의 진정한 의미를 깨달아 어른으로 성장해 간다는 일종의 성장소설이다.

 삶을 선으로 보고 죽음을 악으로 보면 최후의 부활을 믿는 기독교인은 선이 결국 승리하리라고 믿는 사람이 된다. 

데미안 허스트는 영리하게도 인류의 영원한 화두인 삶과 죽음을 표현주제로 삼았다. 데미안 허스트의‘상어’라는 작품은 수조에 이빨을 드러낸 상어 박제를 넣고 물을 순환시켜 상어가 달려드는 듯한 효과를 내었다. 관람객은 생명의 위협을 느끼면서도 안전한 물 밖에 있다는 것을 깨닫고 안도하게 된다. 죽음과 삶이 대조되어 서로의 의미가 더 뚜렷하게 나타나게 되는 것이다.

 데미안 허스트의 다이아몬드 해골은 해골의 표면에 다이아몬드를 빼곡히 붙이고 미간에는 루비로 불꽃문양을 표현했다. 다이아몬드는 세상에서 가장 단단한 물질로 죽음이 유연하게 누구는 비켜가고 누구는 찾아오는 게 아니고 모두에게 공평히 맞이하게 된다는 가장 단단한 약속을 상징한다. 단단한 다이아몬드를 붙인 것은 산 것은 유연하고 죽으면 경직현상에서 보듯 굳어지고 결국 딱딱한 해골이 되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 다이아몬드는 스스로 빛을 내지 못하고 빛이 있어야 반짝이기 때문에 아무리 찬란한 업적을 남긴 사람도 산자가 기억의 조명을 비추지 않으면 반짝일 수 없음을 뜻한다. 해골에 다이아몬드를 장식한 가장 중요한 이유는 다이아몬드의 반짝이는 생기가 음습한 죽음의 기운과 대비되는 걸 노렸을 것이다. 대비를 통해 서로의 존재가 더 뚜렷이 부각되는 것이다. 단단하고 투명한 다이아몬드와 백색의 딱딱한 해골이 조화를 이루는 것도 염두에 두었을 것이다. 아무리 번쩍거리는 물질로 장식을 해도(부와 권력의 위세를 과시해도) 죽음을 피할 수 없다는 걸 표현하기도 한다. 불꽃문양은 디자인의 단조로움을 피하기 위한 목적도 있지만 삶과 죽음을 대비하기 위함이다. 삶이란 칼로리를 서서히 태우는 과정이기 때문이다. 모닥불을 넋을 잃고 바라보는 경우가 있는데 일렁이는 불꽃이 삶의 변화무쌍함을 담았기 때문이다. 촛불 집회에 나가는 것도 촛불이 자신을 희생해서 주변을 밝힌다는 뜻도 있지만 자신이 살아있음을 증명하려는 목적이 더 클 것이다. 불꽃문양은 살아 있는 불꽃이 아니므로 한 때 살아있었다는 흔적으로 가능할 것이다. 하필 미간에 불꽃무늬를 표현했느냐는 의문을 가질 수가 있는데 힌두교와 불교에서 예감을 느끼는 제3의 눈이 있는 곳으로 미간을 지적한다. 그러니까 죽음에 대한 예감을 느끼는 곳이라고 할 수 있다. 일설에 따르면 숨이 끊어질 때 영혼이 미간으로 빠져나간다고 하므로 불꽃무늬는 생명이 있었다는 마지막 흔적으로 볼 수 있다. 

데미안이라는 이름도 예사롭지 않은데 데미안 허스트가 헤르만 헤세의 소설 ‘데미안’을 읽었는지 알 수 없으나 만약 읽었다면 선과 악, 삶과 죽음을 필생의 표현주제로 삼은 것을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데미안 허스트는 언젠가 올지 모를 부활을 기다리지 말고 죽음을 삶의 한 과정으로 받아들이기를 바라는 것 같다. 

다이아몬드 해골의 메타비평으로 황태를 병치하고 싶다. 화려함과 초라함의 대조뿐만 아니라 죽음 뒤에도 변할 수 있음을 보여주고 싶기 때문이다. 얼었다 녹았다 하는 과정을 되풀이 하면서 색깔은 점점 노랗게 변하고 살은 부풀어 오르고 맛은 더 좋아지게 된다. 죽음 이후의 변화가 인간에게 도움이 되는 경우가 많이 있다. 한사람의 죽음이 세대교체를 이루는 확실한 마침표가 될 수 있고 주변 사람에게 심정적 변화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 예수의 죽음과 부활에 이어진 백일승천을 목격한 제자들이 부쩍 전도에 열을 올리면서 기독교는 세계적인 종교가 되었다. 예수의 죽음과 부활이 없었다면 기독교는 유대교의 한 유파로 자리매김 했을 것이다. 

석가모니에 집착했던 아난다는 석가모니가 열반에 들자 집착의 대상이 사라지면서 곧 깨달음을 얻게 되었다. 아난다는 석가모니의 언행을 기록한 불경을 결집하였다. 이 불경을 토대로 하여 불교는 세계적인 종교로 발전하게 되었다. 시조의 죽음이 없었다면 오늘날 찬란한 기독교와 불교문화를 누리지 못했을 것이다. 

다이아몬드 해골은 역설적으로 죽음의 찬란함을 표현한 것으로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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