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아하는 마음을 잃지 않고 이어가고 싶어서
출퇴근 지하철에서 책을 읽는다. 여러 이유에서 시작했으나 가장 큰 동기부여는 일로서 만나는 원고 말고 완전한 취미로 책을 읽고 싶단 간절함에서였다. 책이 좋아 출판사까지 왔으니까, 좋아하는 마음을 잃지 않고 이어가고 싶었다.
집이나 카페 같은 공간보다 여러 소리가 섞인 지하철에서 유독 독서 집중이 잘 된다. 핸드폰 사용을 줄이기 위한 노력은 작년부터 꾸준히 하고 있어, 지하철에선 데이터도 끄고 음악도 cdp로 듣는다. 소리로 공간을 나누면 주변 사람들은 사라지고 복잡한 지하철 어느 구석에 홀로 남게 된다. 사람 빽빽한 출퇴근 지하철은 항상 스트레스였는데, 가사 없는 노래를 들으며 책 속에 콕 박힌 순간만큼은 그것도 견딜 만했다. 좋아하는 마음은 언제나 내 생각보다 힘이 세다.
습관이 붙으니 이렇게 재밌을 수가 없다. 야근 후 눈이 피곤해 뻑뻑해도 앉아서 페이지를 넘긴다. 수많은 시행착오를 겪으며 발견한 나의 좋은 루틴이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며 내가 그것들을 만든 것이 아니라, 그것들이 나를 지키고 있다는 것을 배운다. 읽으며 더 나은 사람이 되는지는 잘 모르겠으나, 하루가 조금 더 재밌어진 건 맞다. 모든 일에 꼭 선명한 목적이 있어야 하는 건 아니니 그거면 되지 않을까, 재밌는 거, 재밌게 사는 거.
�내가 루틴을 지키는 것이 아니고, 루틴들이 나를 지켜주는 것이다. - 매일 하면 좋은 생각, 김유진 / #아하레터 71호서 볼 수 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