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요가하러 발리 우붓에 가는 사람들
리트릿을 기획했다. 제주 동쪽과 남쪽으로 두 번의 리트릿을 기획하고 나서 자신감이 생겼는지 발리 요가리트릿까지 만들었다. '사람이 모일까?' 싶었다. 될까? 의심을 품을 때 추진력 좋은 은우 선생님이 될까, 말까, 할까, 말까 고민할 시간도 없이 진행해서 가능했다. 처음에는 국내로 가는 리트릿이 아닌 외국으로 나가는 일이니 겁이 나서 여행사와 미팅을 했다. '혹시 사고가 나면 어떻게 하지?' 만약을 위한 보험성 뒷배가 필요했는데 막상 미팅을 하고 나서는 '내가 해도 되겠는데'라는 확신이 더 생겼다. 아이러니하게도. 일단 여행사가 만든 획일적인 요가 여행 프로그램에 이름만 얹어져 사람을 모아 가고 싶지 않았다. 청청청 요가 발리리트릿만 갖는 차별성, 요가 선생님이 직접 선별한 요가원과 요가 관련 코스로 짜고 싶었다. 수익적인 면에서도 여행사에 30% 정도 커미션을 넘겨줘야 하니 참여하는 분들도 그만큼 부담해야 하는 비용이 올라간다.
추석 연휴에 답사를 다녀오기로 결정했다. 마침, 하늘에서 밀어주는지 그동안 쌓아두었던 대한항공 마일리지로 발리 왕복행이 가능했기 때문에 가능하기도 했다. 발리는 10년 전에 세 달 동안 인도네시아 외교부 초청으로 레지던시 프로그램으로 지냈던 경험이 있는데 사주를 보면 외국에 빚을 졌다고 한다. 맞는다면 그때 빚을 진 게 맞다. 빚 내역은 발리 짱구 지역 쪽에 지내면서 아침에는 가믈란과 전통춤을 배웠고, 오후에는 비치에서 수영을 하며 주말에는 발리 전역을 관광까지 시켜줬던 숙식과 항공권까지 지원해 주었던 대출. 결과적으로 인도네시아 세금으로 내게 투자를 해줬던 일은 십 년 후에 내가 이렇게 발리로 다시 돌아와 빚을 상환하게 되는 서사가 이루어진다.
십 년 만에 들어온 발리.
요가 성지 우붓에서 매일매일 새로운 요가원을 다녔고, 올가닉과 채식 식당에서 점심을 먹고 저녁은 건강하지 않은 기름진 음식들을 먹으며 기분을 냈다. 뭐든 처음 시작은 서툴지만 부을 수 있는 모든 것을 부어야 '초심자의 행운'이 찾아온다. 리트릿 기획은 친구들과 놀러 가는 것이 아닌 금액을 받고 진행하는 일의 영역이니 할 수 있는 최선 안에서 책임을 갖고 준비해야 하는 게 맞고, 여행을 좋아하고 요가를 좋아하는 내게 덕업 일치 같은 리트릿 기획과 준비는 '그렇게 살면 좋겠다'의 영역을 현실로 이루어낸 일이라 여러모로 일이라기보다는 재미있고 신나는 인생 레벨 업의 단계 같아 시간을 넣는 게 전혀 아깝지 않았다.
리트릿을 준비하면서 '사람들이 왜 혼자 가지 않고 비용을 더 지불하면서 같이 가려고 할까?'하는 의문이 들었던 건 사실이다. 내향형과 외향형 성향을 떠나서 더군다나 요즘처럼 검색만 하면 예약과 결제가 한큐에 해결되는 세상에서 굳이 왜.라는 생각도 있었는데 감사하게도 총 6분이 믿고 신청해 주셨다. 리트릿을 준비하면서 굳이 와 왜의 영역의 의문은 해결됐는데, 20대 중반부터 외국에 밥 먹듯이 드나들었던 내 시선과 이제 막 여행을 시작하는 20-30대 친구들은 아직 경험해 보지 않은 세계에 대해 누군가 안내해 줄 사람이 필요한 거였다.
첫 배낭여행을 인도에서 시작했던 시절. '론리플래닛' 여행 가이드 책 하나 들고 기차를 타고 숙소를 찾아갔다. 예약사이트가 없던 시대. (쓰다 보니 엄청 오래전 일 같아 보이는데 불과 십 년 전 일이다.) 이후로 미국과 유럽에서 보내는 시간들이 축적되면 영어로 소통하는 일도 자연스러워졌으니 나에게 발리 여행은 난도가 높지 않은 여행이라 언제든 시간과 여유가 생기면 훌쩍 떠날 수 있는 곳이지만, 요가하러 발리로 가보고 싶은 사람들은 '취미가 맞는 사람을 찾고, 시간을 맞추며' 한국에서 발리에 오기란 쉽지 않은 환경이 분명했다. 우리가 만든 청청청 발리 리트리은 그들에게 취향을 공유하며 함께 시간을 보낼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주는 셈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