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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진현석 Feb 25. 2017

문 뒤에서

공포_Horror

문 뒤에서


여름 밤, 혼자 있는 집.

겁이 많은 나는 집을 대낮처럼 밝혔지.


TV에서는 납량특집이 난무하고

그렇다고 끄기엔 썰렁하고

결국 EBS를 선택할 수 밖에 없었어.


나름 재밌다고 생각할때쯤

울리는 방 안의 휴대폰.


통화를 끝내고 

방문을 닫았는데 

방안에서 들리는 노크소리.


살짝 소름이 돋았지만

에이 설마. 아니겠지.


다시 한번 방문을 열어 

아무도 없음을 확인하고

방문을 닫는데 똑똑히 들리는 노크소리.


똑...똑...똑

모골이 송연하다는 말의 뜻을

처음 온 몸으로 느꼈어.


방안에 있는 것이 무엇이든 스스로 나오기 전에 

내가 굳이 먼저 확인할 필요가 있을까.

아니야. 그게 스스로 나오면 더 무서울거야.


제목도 모르는 찬송가를 크게 부르며

방문을 세차게 열어 젖혔어.


쿵.

소리를 내며 무언가 문뒤에서 떨어졌어.

아... 너였구나. 맞다.

내가 너의 가슴에 수없이도 비수를 꽂았었지.

그동안 미안했다. 

다트판아.






위 내용은 실화다.

내 친구가 직접 겪은 실화에 약간 맛만 더했다.

허무한 결말이었지만 친구는 정말 무서웠다고 했다. 심지어 중학생이었을 때다. 

그때는 쫄보라 비웃었지만 아마 나였어도 그랬을거다. 난 겁쟁이니까.


두성도 내지 못하는 겁쟁이랍니다


그런데도 어릴 적에 공포특급, 토요미스테리극장, 이야기속으로 같은 무서운 내용의 프로그램을 좋아했다. 이유는 단지 궁금해서.

공포에는 끊을 수 없는 호기심이 있다. 울면서도 자꾸 먹게 되는 매운 음식처럼. 매년 여름 공포영화가 개봉하는 이유도 여기 있지 않을까. 호기심 끝엔 묘한 중독성까지 뒤따른다.


대부분의 공포영화는 쉽다. 영혼이 악하면 그 영혼은 멸해지고, 사람이 악하면 그 사람은 벌을 받는다. 영혼에게라도. 그게 공포영화의 권선징악이다. 선악이 뒤바뀌기도 하지만 결국은 해피엔딩.


그래서 몇달 전까지 나는 공포 스릴러 장르의 소설을 쓰고 있었다. 재미도 있고 왠지 쓰기 쉬울거 같아서. 하지만 지금은 보류하고 다른 장르를 쓰고 있다. 시국이 스릴러 영화보다 더 스릴러 같아서. 권선징악이 적용되지 않는 사회가 더 공포스러워서.

언제 다시 이어쓰게 될지는 나도 모르겠다. 공포 속에 살면서 공포를 생각하는게 좀 무섭다. 나는 겁쟁이니까.

이 스릴러 같은 시국이 끝나면 그때 다시 도전해봐야겠다.  권선징악 해피엔딩 공포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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