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마음이라고 비가 안 오겠니
내가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공부하던 시절에 이 사실을 알던 친구들은 캘리포니아 여행 계획을 짤 때면 내게 이것저것 묻곤 했다.
그중에 단골 질문은 당연 날씨- 그에 맞춰 입을 옷과 옷과 함께 할 액세서리를 챙겨야 하니까.
근데 "캘리포니아"이기 때문에 날씨에 대해 묻는 질문의 형태가 좀 독특했다.
"거기 날씨 어때?"가 아니라
"날씨 당연히 덥고 화창하지? 그러면 반팔 반바지랑 위에 걸칠 얇은 가디건이랑 반팔이랑 귀엽게 맞출 머리띠 같은 것만 챙기면 되나?"
그도 그럴 것이 캘리포니아라고 하면 대표적으로 떠오르는 곳이 엘에이이고 그와 함께 화창하다 못해 쨍쨍한 날씨, 바다 위에서의 서핑, 해변가에 누워 즐기는 바람 등의 풍경이 자동반사적으로 그려지니까.
친구들의 복사& 붙여 넣기 같은 질문을 몇 번 겪어본 나는 사실적으로, 알아들을 수 있게, 구체적으로 대답을 해준다.
"음, 아니? 그건 여름일 때고. 여기도 이렇게 가을, 겨울일 때에는 추워. 특히 샌프란시스코는 엘에이보다 훨씬 더 추워. 패딩 꼭 챙겨. 요새 비도 엄청 와, 그러니 우산 조그마한 것도 챙겨 와. 여행 와서 새 우산 사는 게 아까울 거 같으면!"
그러면 꼭 돌아오는 한결같은 놀람.
"엥? 캘리포니아도 비가 온다고?"
그렇다. 캘리포니아도 당연히 비가 온다.
아무리 따뜻하다 못해 더운 날씨가 대표적이라고 해도 나름대로의 사계절을 갖추고 있다. 그렇기에 더울 때는 덥고 추울 때는 추우며 햇빛이 쨍쨍할 때는 쨍쨍하고 해가 없는 날은 먹구름으로 뒤덮여 있기도 한다.
이 사실에 친구들은 누구 하나 빠짐없이, 한결같이 놀란다.
사실 조금은 웃기지만 고백하자면, 학교생활에 힘들 때 이런 친구들의 반응에 위로를 받고는 했다.
"그래, 캘리포니아도 비가 오는데! 그런 캘리포니아도 비가 오는데.. 내 인생이라고, 내 마음이라고는 비가 안 오겠어? 이 울적한 마음도 자연스러운 거고 곧 지나갈 먹구름 같은 거야."
이 생각을 하고는 별 것도 아닌 것에서 위로를 찾고, 또 위로를 받는다고 스스로 피식 웃었다.
하지만 거짓말처럼 기분이 나아지는 사실은 부정할 수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