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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도이 Nov 07. 2024

청소와 정리 정돈의 즐거움

2021.11.05

1. 청소와 엄마


내가 아주 어렸을 때 부터 우리 엄마는 청소를 잘한다는 생각을 했다. 넉넉하지 못했던 살림살이에도 엄마는 항상 집을 그럴듯하게, 깔끔하게 유지할 수 있는 능력이 있었다. 어지러이 놓일 수 있는 작은 것들도 한데에 같이 모아 꺼내쓰기 편리하게 두고, 옷은 항상 옷장에 예쁘게 접혀있었고, 화장실은 반짝반짝 빛이 나게 닦여있었고, 모든 물건은 항상 있어야할 자리에 놓여있었다. 나는 엄마가 가꾸는 공간인 우리집에 있으면 마음이 편안했다.


내가 아주 어렸을 때는 다른 집을 가본적이 없어서 잘 몰랐는데, 자라면서 먼 친척의 집이나 친구의 집을 가보니 엄마가 청소와 정리정돈을 잘 해서 집이 깔끔하고 예쁘게 유지가 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내가 조금 더 컸을 때, 살림을 잘하는 엄마는 지인의 소개로 집을 가꾸거나 아이돌보기를 돕는 일을 하게되었다. 우리집에는 어린 나를 빼고도 언니가 둘이나 더 있었기때문에 온전히 아빠의 소득만으로는 무럭무럭 자라는 아이셋이 감당이 되지 않았던 것 같다. 아무튼 엄마는 그 일들을 매우 잘 하셨고 어디에서 일을 하든 능력을 인정받으셨다. 


엄마는 대학을 나와 전공을 한 적도 관련일을 배운 적도 없었지만 내가 어린이에서 성인으로 자라는 동안, 그리고 지금까지도 거의 20년 가까이 그 일을 해오셨다. 엄마가 이렇게 오래 일할 수 있던 것은 엄마의 더 잘 해내려는 부단한 노력과 좋은 사람을 만났음에 있을 것이다. 물론 생활을 이어가기 위함도 있긴 하겠지만 엄마는 다른 일을 택하지 않고 이 일을 계속 하셨다.


2. 첫 자취, 첫 살림


내가 처음으로 독립해 집을 나올 때까지 나는 엄마가 집을 유지하기위해 얼마나 애를 쓰고있는지 거의 몰랐던 것 같다. 28살이 될 무렵 나는 작은 원룸을 얻어 자취를 시작했다. 처음에는 모든 것이 설레기만 했다. 작고 소중한 나만의 첫 집에 어떤 가구를 놓고 어떻게 꾸미고 가꿀지가 그즈음 가장 큰 고민거리고 행복이었다. 시간이 날 때마다 집의 구조를 파악하며 가구배치를 생각하고 인테리어 소품을 구경했다. ENFJ 인 나는 계획을 철저히 세우는 편이어서 구매한 가구가 모두 집에 들어왔을 때 모든것이 내가 생각했던 데로 완벽히 이루어졌다.


그런데 진짜 집을 가꾸는 일은 그 다음부터였다. 아침에 일어나면 이불을 털어 개고, 창문을 열어 환기를 시킨다. 종일 재택근무를 하는 나는 아침, 점심, 저녁을 먹고 나서는 하루동안 쌓인 설거지를 해야하고, 뭔가를 사거나 해먹고 나면 생기는 쓰레기들을 분리수거하거나 버린다. 화장실에 생기는 곰팡이나 물때를 신경써야했고 일주일에 두세번은 빨래를 해 건조시키고, 옷장에 넣을 수 있도록 한장씩 개야한다. 내가 무슨 행동을 할 때든 사용했던 물건과 공간을 정리해야했고, 필요한 물건과 정리해야할 물건들은 계속 생겨났다.


엄마가 가꾸는 집에 살았을 때는 나는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깔끔하고 살기편한 집이 항상 나를 기다리고 있는 것 같았는데, 혼자 살기 시작하니 그러려면 하루종일 집에 신경을 쓰고 살아야했다. 나는 엄마가 집을 유지하기위해 얼마나 애를 쓰는지 그 때 알게 되었다.


고양이와 함께 살게 되면서부터 나 혼자만이 아닌 둘의 살림을 한꺼번에 처리하는게 정말 힘들다는 걸 깨달았다. 고작 다섯평밖에 되지않는 원룸에서도 사람 하나와 고양이 하나가 함께 사는 집을 가꾼다는 것이 이리 벅찼는데, 엄마는 방두개와 거실이 있는 사람 다섯의 살림을 거의 혼자서 해내고 있었다. 엄마한테 감사하고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3. 청소를 하면 기분이 조크든요.


집을 청소하고 정리정돈하는 것은 단순히 깔끔하게 보이기 위한게 아니라고 생각한다. 살면서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는 공간이 집인 만큼 마음편히 시간을 지내기 위해 집을 가꾼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나에게는 집을 위해 애쓰는 시간들이 은근히 힐링이 되기도 한다. 


나는 청소기로 먼지를 빨아들여 반짝반짝 매끈해진 방바닥을 볼 때나, 다 마른 빨래를 착착 개어놓을 때 옷에서 느껴지는 뽀송한 느낌과 마지막 설거지를 끝내고 뽀득뽀득 빛이 나는 그릇을 건조대에 올려놓을 때 기분이 참 좋다. 뭔가를 해냈다는 보람에서 오는 만족감도 있지만 그 행위 자체에서 오는 소리와 상쾌한 느낌이 일과 스트레스로 지쳐있을 때 편안함을 주는 것 같다.


그런 마음에 더 부지런히 집을 가꾸게 된다. 집안일을 몰아서 하는 것은 더 많은 시간과 에너지를 소모하기 때문에 그 때 필요한 일을 바로 하는게 스트레스를 덜 받는다는 이유도 있다. 정리가 잘 된 공간속에서는 불필요하게 신경쓰이는 것이 없고 몸과 마음이 편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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