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 숨쉬는 것, 존재 자체의 가치에 대하여
자연과 함께 있을 때 하나의 생명으로 온전히 살아있다는 생각이 든다. 그렇게 자연 속에서 살아있음의 자유를 느꼈던 순간들을 담고자 한다.
화폭을 메운 초록에 생동하는 자연의 빛과 바람을.
자유로이 뻗어나가는 모습에 숨결과 생명력을.
삶은 타인 혹은 스스로에 의해 내 것이 아닌 생각과 행동으로 가득 차, 때로는 실재하는 나 자신은 한 조각도 없는 것만 같다. 무용한 존재로 보이고 싶지 않았기에 세상이 쓸모 있다고 규정하는 무언가로 나를 끊임없이 채워왔다. 그렇게 바쁘게 채워넣은 일상 속에는 숨 쉴 공간조차 없다고 느껴질 때가 많다. 결국 나를 가득 채운 것들은 되려 나를 숨 막히게 만들고 만다.
자연을 그림에 담기 시작하며 많은 것들을 비울 수 있었다. 그저 살아있는 것 자체가 가치있고 아름답다고 느껴지는 자연 속에 있을 때 다양한 무거운 감정에서 해방되는 자유를 느낀다. 숨 막히게 무겁다고 생각했던 모든 것들이 자연의 생명력 앞에 작고 가벼운 것이 되어 사라진다. 숨 쉴 틈 없이 채워져 있던 나를 비워 빛과 바람이 통할 수 있게 만들어준다.
자연을 통해서 스스로가 살아있다는 것 자체로 가치있고 기쁘다는 마음을 가졌던 그 순간을 기억하고 싶고 전하고 싶다. 살아있는 모든 존재가 무엇을 해내거나, 이루거나, 애쓰지 않아도 그 자체로 아름답고 존재할 가치가 있다고 생각한다.
작품을 통해 다양한 생각이 머무르는 것도 좋지만 그저 기분좋은 꿈을 꾸듯 이 공간을 즐길 수 있으면 좋겠다. 마음을 비우며 숨 쉴 공간을 찾을 수 있는 시간을 보낼 수 있기를, 있는 그대로의 자신을 바라보고 살아 숨쉬는 존재 자체의 기쁨을 느낄 수 있기를 바란다.
나는, 우리는 지금 이 곳에 살아있다.
2023.06.27
얼마나 많은 시간을 존재해왔을 지 모르는 커다란 고목은 그저 살아있다.
고목의 가지와 뿌리는 하늘로, 땅으로 유유히 뻗어나간다.
그 사이를 흐르는 빛과 바람과 아름다움만이 고목의 시간을 향유한다.
녹음이 우거진, 빛과 어둠과 초록이 경계를 허물고 생명을 품고있는 숲 속에서 나도 한 그루의 생명으로써 함께 살아 숨쉬고 있음을 느낀다.
산책을 하다가 시선이 머물렀던 곳에서 영감을 받아 작업한 산책 시리즈
어떤 것들은 멈춰있는 것 같아도 멈춰있는 게 아니다.
별게 아닌 듯 보여도 별게 아니지는 않다.
어떠한 방향으로 뻗을 지, 어떠한 바람에 흐를 지
각자의 서사를 갖고 저마다의 생명력을 이어가고 있기에 아름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