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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수연 Dec 31. 2020

천국이 천국다울 수 있는 이유

<아이유 추천! 넷플릭스 오리지널<굿플레이스>>


일을 망치고, 다시 시도하고, 또 망치고, 일이 잘 못 돌아가기도 하고,  또 그걸 고치려고 하고..
모든 인간이 그러고 살 듯"

 <굿 플레이스> 엘리노어   

   


살아 있는 것 자체가 고통의 연속이라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원하지 않는 생활을 영속해야 할 때 예를 들면 ‘경제적 어려움’,‘질병’을 겪거나 또는 ‘삶이 힘들어 죽겠는데’ 못 죽어 살아가는 경우를 떠올렸으나 이 경우는 생각 못 해봤다.      


“내가 원하는 것을 모두 다 얻을 수 있는 삶” 그리고 그 삶을 “영원히 살아야 되는 경우”      


엘리노어 역의 크리스틴 벨.  거침없는 성격의 소유자.                      처음엔 밉다가 매료된다.


평생 악녀로 살아온 엘리노어는 사후세계 시스템 오류로 굿 플레이스(Good Place) 떨어진다. 철학 교수 치디의 도움을 받아 갱생하기 시작하지만 때때로 본성이 드러나 이 곳을 혼란스럽게 만든다. 이를 이상하게 여긴 사후세계 설계자 마이클은 결함이 생기는 원인을 파고들기 시작하고 엘리노어는 자신을 들키지 않기 위해 마음 졸이며 지낸다. 새로운 사후세계 장르의 개척이라는 점에서 영화 <신과 함께>가 떠올랐고 그곳이 탄탄한 세계관으로 건설된 것에 영화 <트루먼 쇼>가 스쳐갔다.     


엘리너와 마이클. 특히 마이클(테드 댄슨)의 다채로운 연기가 빛난다.
치디(윌리엄 잭슨 하퍼)와 엘리너. 둘의 케미가 어색한듯 귀엽다.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굿 플레이스는 존재했다. 말 그대로 천국이다. 원하는 것은 모든 것을 이룰 수 있다. 나로서는 로또 1등 당첨을 10만 번 할 수 있고, 청약에 2억 번 당첨될 수 있다는 것이다! 아니 애초에 그럴 필요가 없다. 생각만 하면 무한한 돈과 멋들어진 저택이 생기니! 그런데 어쩐지 이 곳에 있는 사람들은 하나같이 지루해 보인다.      


“내가 원하는 것을 모두 다 얻을 수 있는 삶” 그리고 그 삶을 “영원히 살아야 되는" 굴레에 갇혔기 때문이다. 모든 게 생각대로 이뤄지는 세계는 열정, 흥분, 재미, 사랑을 모두 잃은 채 따분한 빈 껍데기만 있다.     

굿 플레이스의 주인공 4인방


지금의 나는 경제적 자유를 얻는다면 백만 퍼센트 행복할 것 같았는데 처음으로 아닐 수도 있겠다 싶었다. 내가 경제적 자유를 원하는 이유는 많은 것을 어려움 없이, 때로는 원하는 대로 가져버리는 삶이 행복할 것이라는 확신 때문이었다. 하지만 로또 당첨자나 금수저가 부러운 건 그들의 삶에도 약간의 결함이 있다는 전제가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경제적 문제는 없지만 여전히 다른 문제가 존재하고 그걸 풀어내려 애쓰는 삶. 그렇지 않고 모두 이뤄지는 삶은 무미건조하다. 인간은 결국 감정을 추억으로 먹고사는 것 아닌가.

    

마지막 눈을 감는 순간 나는 인생을 희로애락(喜怒哀樂) 중 ‘희(喜)와 락(樂)’의 감정으로 반추하고 싶다. 필요한 건 노(怒)와 애(哀)다. 이를 거치지 않고 희(喜)와 락(樂)을 온전하게 느끼기 어렵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희희희 락락락만 있다면 그 감정이 희 나 락이라는 것을 어떻게 알 수 있을까. 그리고 그만큼 기쁘고 기쁘고 기쁠까.   


굿 플레이스는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는 새로운 형태의 사후세계이자 동시에 희망 메시지다. “삶 자체가 고문이자 낙원”이라는 고전적인 이야기를 전혀 꼰(?)스럽지 않고 유쾌하게 제시한다. 인간이 그렇게도 갈망하는 삶이 사실은 배드 플레이스(Bad Place) 일 수도 있기 때문에, 현실에서 희망을 발견하게 말이다.   

  

코로나 시대에, 서른 살을 맞아, 다시 백수를 겪으며 세상 시련과 고난에 조준당하고 있다고 착각했던 나에게 유쾌한 방식으로 자극과 희망을 심어준다. 언젠가는 죽는다는 존재의 유한함을 알고도 약간의 고난과 슬픔을 지닌 채로 또 열심히 살아가는 인간의 위대함 나도 그중 하나라는 위안.  


20년의 마지막 날 또 한 해의 계획을 끄적여본다.      


천국일 것 만 같은 네버엔딩 베케이션(Never ending vacation)은 의외로 끔찍할 수 있다.


"휴가는 끝이 있어 가고싶은 것"이니까


* 개인적으로 시즌 1이 끝날 때부터 더욱 스펙터클 해지니 시즌 1 끝까지는 꼭 보시길 바란다. 탄탄한 세계관과 특유의 통통 튀는 분위기로 끝까지 빠져들게 할 것이다. 


그 외에도 1) 현대사회의 선과 악, 좀 더 깊게는 2) 성선설과 성악설까지 생각할거리와 볼거리가 가득해 한시도 지루하지 않게 볼 수 있다!



마지막으로, 2021년 커몬!!(따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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