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묘비명으로 사는 이유

권민은 나의 묘비명

by 권민

브랜딩이란, 이름처럼 사는 것이다.

나는 내 이름처럼 살고 있는가?

만약 나의 인생을 하나의 이름으로 짓는다면, 어떤 이름이 어울릴까?



나에게는 두 개의 이름이 있다.

조태현(曺台鉉) — 아버지가 작명소에서 돈주고 사온 이름이다.

태어난 시간과 날을 계산하여 주어진, ‘받은 이름’이다.

그리고 권민(權潣) — 내가 어떻게 죽을 것인가를 결정하고, 스스로 내게 부여한 이름이다.


삶의 방향이 아닌 ‘죽음의 방식’을 선택함으로써 얻은, 나의 두 번째 이름이다.

이름은 단순한 호칭이 아니다.

그것은 존재의 선언이며, 내가 누구로 살겠다는 서약이다.

그래서 이름은 결국 브랜드가 된다.


브랜딩은 ‘무엇을 파는가’의 문제가 아니라, ‘어떻게 존재할 것인가’의 대답이다.

이름이 철학이 되는 순간, 삶은 방향을 얻는다.


신나는조합의 이름을 떠올린다.

정식 명칭은 사단법인 한국마이크로크레디트 신나는조합이다.

25년 전, “가난한 사람들의 은행이 되자”는 일념으로 시작된 이 조직은 담보가 아닌 사람을 보고, 돈이 아닌 가능성을 믿으며 자라왔다.

이 조직은 단순한 금융기관이 아니다.

‘사람 중심’이라는 철학을 오랜 시간 실천해온 하나의 브랜드다.



이름의 핵심인 ‘조합(Union)’은 협동조합(Cooperative)과 다르다.

신나는조합은 빈곤층을 지원 대상이 아니라 ‘함께 사회를 바꾸는 주체’로 본다.

그래서 ‘Union’이라는 이름은 함께 엮여가는 공동체적 결사를 뜻한다.

이 조직은 법적으로는 협동조합이 아니지만,협동의 정신으로 살아 움직이는 이름을 가졌다.

그 이름이 철학이 되었고, 철학이 존재가 되었다.

결국 신나는조합은 그 이름처럼 되어갔다.


나 또한 나의 이름을 브랜드처럼 살고자 했다.

그리고 5년 뒤 아들이 태어났을 때, 나는 그 이름을 아들에게 물려주었다.

조권민.

이름은 이렇게 이어졌다.

나의 철학이 한 사람의 이름으로 다시 태어난 것이다.

이름은 단순한 부름이 아니다. 그것은 방향과 목적이다.

삶을 정직하게 가리키는 나침반이자, 죽음을 향해 자기답게 걸어가게 하는 좌표다.

나는 내 이름을 브랜드로 살았고, 이제 그 이름을 한 생명으로 낳았다.


이름이 삶이 되고, 삶이 브랜드가 되는 것 —그것이 브랜딩이다.

그래서 권민은 나의 필명이 아니라 묘비명이다.

그리고 신나는조합은 그 이름 그대로, ‘함께 신나게 살아가는 사람들의 서명(署名)’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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