겁 없이 인도네시아 이커머스 스타트업으로로 이직했다. 그리고 2년간 인도네시아+싱가포르에서 롤러코스터를 타는 듯한 생활을 한 뒤 한국으로 돌아왔다.
전 회사를 다닐 때, 입사 초반에는 팀이 작았기 때문에 프로모션이나 CRM에도 관여를 할 기회가 많았다. 그러나 팀이 점점 커지면서 나는 점점 더 UA 마케팅을 전문적으로 하게 되었고, 개인적으로 원하지 않는 커리어였기 때문에 글로벌 마케팅 쪽이나 팀 매니징을 경험할 수 있는 커리어로 가고 싶었다.
여러 회사와의 인터뷰 끝에 해외 시장, 특히 미래 성장가능성이 큰 동남아 시장을 경험하겠다는 생각으로 인도네시아 이커머스 회사에 마케팅 리드로 조인하게 되었다
게다가 당시에는 플랫폼의 덩치만 조금 키우면 회사 밸류를 쉽게 올릴 수 있었던 때라, 인구가 많은 인도네시아에서 기존에 없던 서비스를 제공하면서 기존의 내 마케팅 역량(트래픽 쪽)으로 회사 크기를 좀 키우면 좋은 기회로 엑싯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아주 무지한 생각으로..! 조인하게 되었다
한국에서도 팀을 리딩해 보지 않은 내가 인도네시아 팀원들을 이끌기란 쉬운 일이 아니었다. 게다가 해외 마케팅도 처음이라 조인하고 한동안은 팀원들과 같이 우왕좌왕하는 하루하루를 보냈다. 주요 실무가 루틴하게 돌아갈 수 있도록 세팅하며, 인도네시아 시장에 대해 새벽까지 공부하는 시간을 매일 이어갔다.
어느 정도 주요 실무들이 루틴하게 돌아가기 시작하고 나서는 각 마케팅 파트에 주요 인력을 한 명씩 세우고 임팩트를 내기 위한 캠페인들을 진행하려는 준비를 하고 있었다. 그러나 이 시점에 PMF를 재정의 하는 과정이 필요하게 되었고 마케팅팀은 실무보다는 시장 조사와 유저 인터뷰, 서비스 메시지를 재정의 하는 시간을 가졌다. 그리고 그 과정 중에 퇴사를 하고 한국으로 돌아오게 되었다.
(인도네시아 마케팅 관련해서는 나중에 자세히 다룰 예정이다)
인도네시아에 살면서 물이나 위생 부분에 내 몸이 민감했던지, 감기 같은 기관지 관련 질병이나 장염이 자주 걸렸다. 시간이 지나면 낫는 병이지만 주기적으로 질병에 걸리다 보니 육체적으로 괴로웠고 뭘 먹던지 누굴 만나던지 항상 조심해야 했다.
결정적인 것은 대기오염 문제였다. 우리 회사가 있었던 자카르타는 대기오염 문제가 심각한 도시이다(2023년 최악의 대기오염 도시로 선정됨). 항상 마스크를 해야 했고 어쩌다가 건물 밖으로 나갈 때면 매연 냄새를 견뎌야 했다. 결국 퇴사 몇 달 전부터 심장 쪽에 이상을 느끼게 되었고, 현지 병원에서 심장 관련 진단을 받은 뒤 더 이상 자카르타에 있을 수 없다는 판단으로 돌아오게 되었다.
마지막으로 바깥 활동을 할 수 없는 게 너무 답답했다. 자카르타는 대기오염 때문에 야외 활동보다는 쇼핑몰 내에서 대부분의 여가를 보내는 것(Malling)이 일반적이다. 그런 생활이 반복되면서 개인적인 시간을 보내는 데 있어서 답답함을 많이 느꼈고 스트레스를 받는 대로 풀 수 있는 방법을 찾지 못했다.
자카르타에 가기 전에는 뭐 그래도 사람 사는 데니까 잘 지낼 수 있겠지.. 했는데, 물론 사람 사는 곳은 맞는데... 사람들도 참 좋은데... 위생이나 대기오염 같은 부분에 예민한 사람은 가지 말라고 말리고 싶다
(물론 그런 환경에서도 잘 적응해서 본인들의 사업과 일을 멋지게 해내고 있는 한국인 분들이 많았다.)
정말 솔~~직히 말하자면 이 경험이 나에게 결과적으로 좋기만 한 선택은 아니었다. 그럼에도 개인적으로 크게 성장했던 경험이었고 인도네시아에서 배운 것을 필요한 사람들에게 전달할 수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내가 인도네시아 마케팅을 하기 전에 미리 알고 있었다면 좋았을 내용들이나 전반적인 인도네시아 마케팅에 대한 경험들을 이 브런치에 정리해 나갈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