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은 어디에서 시작되는가
오늘 엄마가 죽었다.
알베르 까뮈의 <이방인> 첫 문장이다.
(알베르 까뮈 전집 2권 중 / 김화영 옮김 / 책세상)
어느 날 아침 뒤숭숭한 꿈에서 깨어난 그레고르 잠자는 자신이 침대에서 흉측한 모습의 한 마리 갑충으로 변한 것을 알아차렸다.
프란츠 카프카의 <변신> 첫 문장이다.
(변신 / 홍성공 옮김 / 열린책들)
국경의 긴 터널을 바져나오자, 눈의 고장이었다.
가와바타 야스나리의 <설국> 첫 문장이다.
(설국 / 유숙자 옮김 / 민음사)
제가 존경하는 세 작품들의 첫 문장은 첫 문장에서 작품의 많은 내용들을 담아내고 있습니다. 하나의 작품이 완성되기 위해서는 많은 문장들이 필요하지만 첫 문장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이 세 작품이 잘 설명해주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시작.
시작이 갖는 무게는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습니다. 시작하지 않으면 중간에 겪는 슬럼프 따위도 없고, 실패에 따른 아픔이나 성공의 달콤함, 어찌됐건 결론을 맺었을 때의 후련함도 없는 것이죠.
브런치에 처음 시작하는 글이니 글에 대해서만, 그리고 제가 좋아하는 문학을 예로 들었으니 문학적인 면으로만 얘기를 시작하죠. 문학은 결국 하나의 이야기를 완결해야 합니다. 물론 책의 맨 마지막 장을 덮은 후에도 여운은 물론이고 독자의 머릿속에서 이후의 이야기가 이어질 수 있겠죠. 하지만 그것은 모두 개별화 된 이야기에 불과하고 다시 첫 문장을 시작하고 완결되는 글이 되지 않는 한은 개인적인 꿈에 그치겠죠. 개별화 된 것이나 개인적인 꿈이 하찮다는 얘기가 아닙니다. 저는 지금 글을 쓰려는 사람, 또는 최소한 글을 공유하려는 사람들에 대해 얘기하려고 합니다.
많은 오해들이 생겨납니다. 글도 그렇고 말도 그렇죠. 우리는 종종 상대방이 나의 마음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 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서운하고 화나 나기도 하며 골이 깊어지고는 대화나 소통을 포기하기도 하죠. 하지만, 어쩌면 우리 자신도 내면의 목소리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 하고 있는 것일지도 모릅니다. 우리가 가끔 드러내는 변덕이나 후회같은 것들이 바로 그런 것들이지요.
이 곳에서 어떤 글로 처음을 시작할까 여러가지 생각을 했습니다.
하지만 생각했던 것들은 별로 중요하지 않더군요. 문득 책장에서 제가 좋아하는 책들을 집어들고 첫문장을 시작했습니다. 드디어 시작을 하게 된거죠.
이 공간이 대단한 무엇을 가져다 줄거라는 기대는 없습니다. 하지만 처음을 맞이한만큼 그 다음을 이어나갈 수 있겠지요. 어쨌든 시작했으니 다음에 이어질 것들에 대해 더 많은 생각을 해보겠습니다. 글을 쓰는 사람들이 모두 그렇듯이요.
아무나 글을 쓰고 많은 사람들이 거리에서 주워온 지식들로 길고 긴 논리를 편다.
장 그르니에의 <섬>에 나오는 첫 문장입니다.
(섬 / 김화영 옮김 / 민음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