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완벽한' 여름휴가를 보내기 위한 7가지 수칙
▲ 쏟아지는 비를 맞으며 트렁크 가득 짐을 실었다. 새벽부터 진한 커피를 마시며 운전을 시작했다. 여름휴가 출발부터 계획대로 되지 않는다. ⓒ unsplash
1. 집중호우는 예고편일 뿐이다
제주도에서 여름휴가를 보내기로 했는데 출발하는 날 아침부터 집중호우가 쏟아졌다. 자동차 와이퍼를 최대한 작동해도 앞이 보이지 않는 폭우였다.
새벽부터 아이들을 깨워서 전남 완도를 향해 출발했다. 우리는 완도항에서 배를 타고 제주로 갈 것이다.
아이들은 잠이 덜 깬 얼굴로 입이 잔뜩 나왔다. 방학 동안 인터넷 하고 게임 하고 잠이나 실컷 자려고 했는데 아빠의 성화에 어쩔 수 없이 새벽부터 집을 나섰기 때문이다.
쏟아지는 비를 맞으며 트렁크 가득 짐을 실었다. 새벽부터 진한 커피를 마시며 운전을 시작했다. 여름휴가 출발부터 계획대로 되지 않는다.
2. 집 나가면 제대로 쉬지도, 먹지도 못한다
장시간 고속도로 운전으로 피곤해져 휴게소로 들어갔다. 하지만 휴게소 주차장은 이미 만차라서 차 세울 자리 찾기가 쉽지 않았다.
겨우 주차를 하고 휴게소 식당으로 들어갔다. 대기 줄이 길어서 음식을 먹을 엄두가 나지 않았다. 허기를 채우려 얼른 호두과자만 사서 다시 출발했다.
차창의 빗줄기는 오히려 더 강해졌다. 새벽 출발로 잠을 설쳐서 자꾸 졸음이 쏟아졌다. 아이들은 언제 도착하냐고 성화를 부렸다. 내 입장을 몰라주는 아이들이 야속해 목구멍까지 짜증과 화가 치밀었다.
3. 귀신보다 시간에 쫓기는 것이 더 무섭다
가족들은 내가 운전하는 동안 차에서 모두 잠이 들었다. 나도 잠이 쏟아져서 결국 졸음 쉼터에서 잠시 쉬기로 했다. 깜빡 잠이 들었는데 생각보다 시간이 많이 흘렀다. 늦으면 제주행 배를 놓치기 때문에 마음이 다급해졌다.
간신히 배 시간에 맞춰 완도항에 도착했다. 7시간의 장시간 운전으로 몸도 마음도 지쳤다. 배가 출발하자마자 나는 바다에 정취의 느낄 새도 없이 잠이 들었다.
제주항에 도착했다. 숨 돌릴 틈도 없이 유명한 생선 요리 식당으로 달려갔다. 그러나 이미 대기 중인 팀이 많았다. 식사를 하기 위해서는 한 시간 이상 대기해야 했다. 아이들의 생선 가시 같은 시선이 내 몸에 박혔다. 나도 배가 고팠다. 몸도 마음도 지쳤다. 가족들과 무리해서 여름휴가 온 것을 후회했다.
4. 비 오는 날은 하늘을 원망하는 날이다
둘째 날 아침. 제주 전역에 비가 내렸다. 하늘이 원망스러웠다. 하지만 숙소에 종일 머물 수는 없었다. 바다가 보이는 카페에서 비 오는 풍경을 보며 커피를 마셨다. 아이들은 빙수를 순식간에 먹어 치우고는 휴대폰 삼매경에 빠졌다.
내일은 비가 그칠까. 걱정이 됐다. 내 마음속에도 비가 내렸다. 하늘 한 번, 바다 한 번 쳐다봤다. 비 오는 바다만 바라보다 하루가 속절없이 지나갔다. 이런 날에는 일기예보가 정확하게 맞아떨어졌다. 종일 비가 내렸다.
5. 바다에서 튜브는 파도의 친구다
셋째 날은 다행히 비가 그쳤다. 무조건 가까운 해수욕장에 가야겠다고 생각했다. 여름휴가의 절정은 바닷가에서의 해수욕이다.
아이들을 재촉해 도착한 해변은 이미 파라솔로 가득했다. 그래도 구석에 돗자리를 펴고 튜브를 불고 아이들과 바다에 뛰어들었다.
그런데 파도가 심상치 않았다. 자꾸 바다 쪽으로 몸이 밀려들어간다. 버티고 서 있기도 힘든 바람이 몰아쳤다. 딸이 튜브를 타고 놀다가 실수로 튜브를 놓쳤다. 튜브가 순식간에 파도에 휩쓸려 바다로 떠내려갔다. 휴가 오기 전에 마트에서 큰마음 먹고 산 대형 튜브가 망망대해로 흘러갔다. 뒤늦게 내가 잡으려고 다가갔지만, 수심이 너무 깊었다.
할 수 없이 바다만 멍하니 바라보고 있는데 튜브가 바람에 뒤집히며 잘 굴러갔다. 튜브가 시야에서 점으로 사라질 때까지 쳐다봤다. 딸은 나에게 미안해했다. 지금도 태평양 어디쯤에서 튜브가 떠다니고 있을 것이다.
▲ 애초부터 모든 완벽한 계획은 어긋나기 마련이다. ⓒunsplash
제주에 와서 처음으로 바다 낚시에 도전했다. 낚시 가게에서 저렴한 낚싯대와 미끼를 샀다. 아내에게 오늘 저녁은 회를 먹자고 호기를 부리며 아들과 숙소를 나섰다. 방파제 끝에서 바다를 향해 낚싯줄을 던졌다. 자꾸 미끼만 사라진다. 고기는 좀처럼 소식이 없다.
몇 시간의 기다림 끝에 낚싯대 끝에 신호가 왔다. 드디어 월척의 기회가 왔다. 그런데 아무리 당겨도 줄이 감기지 않았다. 대형 참치라도 잡힌 것인지 도무지 낚싯대가 감기지 않았다. 마지막 힘을 다해 있는 힘껏 줄을 당겼는데 낚싯대가 우지직 소리를 내며 부러졌다. 낚시가 허무하게 끝났다.
아들은 아쉬운 표정으로 낚싯대만 바라봤다. 아들에게는 거대한 참치를 놓쳤다고 했지만, 숙소에 오며 생각해 보니 낚싯줄이 바람에 밀려 수초에 걸린 듯했다. 낚시 초보자의 실수였다. 할 수 없이 마트에서 고등어를 사 들고 집으로 돌아갔다.
6. 바닷물이 푸른 이유는 실컷 마시기 위해서다
이번 제주 여행의 버킷리스트는 서핑이었다. 휴가를 떠나기 전부터 멋지게 서프보드를 타고 파도를 가르는 모습을 상상했었다. 누구보다 잘할 자신이 있었다. 서핑 스쿨에 등록하고 처음으로 바다에 나갔다. 반복되는 기본자세를 배우는 것이 체육 시간 몸풀기 체조처럼 힘들고 지겨워 얼른 바다로 나가 서핑하고 싶었다. 하지만 그때까지 기본자세가 얼마나 중요한지 몰랐다.
바다 위 실전에서 아이들은 몇 번의 실수를 하고 가볍게 서프보드 위에서 중심을 잡고 파도를 탔다. 같이 배운 일행들도 몇 번의 시행착오를 거쳐 서프보드에서 중심을 잡고 섰다.
그런데 나는 도무지 중심을 잡을 수가 없었다. 한나절 동안 바닷물을 실컷 마셨다. 마음처럼 몸이 따라주지 않았다. 나는 서프보드라는 미끄럼틀에서 자꾸 바다를 향해 몸을 던졌다. 그렇게 나는 서핑을 배우러 가서 스노클링을 하고 왔다.
7. 계획대로 되지 않는 것이 진짜 휴가다
애초부터 모든 완벽한 계획은 어긋나기 마련이다. 영화 <기생충>에서 송강호의 대사처럼 가장 완벽한 계획은 무계획이다. 휴가지에서는 예상하지 못한 상황에 맞게 적절하게 대처하고 마음 편하게 생각하는 것이 좋다.
일상에서의 계획은 조급함과 피로를 유발한다. 휴가에는 무계획의 여유와 느슨함이 알려준다. 힘들고 불편한 일도 웃음거리와 추억이 되는 것이 바로 여름휴가의 매력이다. 제주에서 가장 많이 한 일은 어이없는 상황에서 실컷 웃은 일이다. 그것이 바로 여름휴가가 나에게 준 선물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