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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선수집가 Aug 25. 2020

한 단계 도약하기

오전에는 손님이 많지 않아서 책도 읽고 커피도 마신다.


생각보다 놀라웠던 건 무언가를 새롭게 도전한다고 말했을 때 응원해 주는 사람이 많다는 사실이었다. 물론 그중에서는 응원한다고 말하면서 속으로는 코웃음 치는 사람도 있고, 애초에 관심을 두지 않는 사람도 있다. 걱정된다며 훈수를 두는 사람 또한 존재했다.

사실 뭐가 됐든 상관없다.

나는 지금 새로운 삶을 꿈꾸고 있다. 그리고 이 결정을 위해서 정말 큰 용기를 냈다. 졸업을 앞둔 사람이라면 미래를 걱정하지 않을 수 없다. 현실이 두렵고 막막하고 어떻게 살아야 할지 몰라서 답답한 그때. 지금의 내 선택으로 인해 얼마든지 미래를 바꿀 수 있다고 생각했다.

스스로의 욕망에 솔직하게 반응해보자. 환경과 조건을 재거나 따지지 않는다면, 주변 사람들의 눈치를 보지 않는다면 넌 뭘 할래?

그때 떠오른 생각은 창작이고 작업이었다. 마음껏 표현할 수 있는 언어가 필요했다. 내가 가진 잠재력과 관점, 그리고 개성을 이대로 썩히기 아깝다는 생각이었다. 그런데 나는 아무것도 갖고 있지 않았다. 재능도, 돈도, 용기도.

그저 하고 싶다는 욕망, 그 욕망 하나 때문에 먼 길을 돌아갈 생각을 하니 아찔하기도 했다. 그런데 어쩌겠나. 가진 게 없으면 몸으로 부딪치고 될 때까지 해보는 수밖에 없다.

유학을 준비하기로 했다. 예전부터 연구해보고 싶었던 연극과 미술이라는 장르 사이의 퍼포먼스, 즉 경계에 대해서. 학문은 현장의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고, 학문은 현장의 언어가 거칠다고 말한다. 그 사이의 무언가를 정확하게 말하기 위해서는 직접 ‘수행’해야만 한다고 생각했다. 이론과 실재의 괴리감 속에서 괴로워할 게 아니라 직접 작업을 해나가면서 균형을 찾아가면 된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우선 현실적으로 이 모든 계획을 실현하기 위해 돈부터 벌어야 했다. 7월, 종강하기도 전에 일을 구해서 평일 출퇴근을 하게 되었다. 물론 전공과는 무관한 일이지만, 너무나 좋은 분들을 만나 다음 학기는 인턴십으로 전공 학점도 받고 돈도 벌 수 있게 되었다.

잘 사는 친구들과 끊임없이 나를 비교하면서, 공부가 아닌 돈을 벌고 있는 내 모습에 화가 나고 비참하다고 느껴질 때도 있었다. 그런데 그건 그들의 운일 뿐이었다. 나는 내 위치에서 할 수 있는 방법을 찾는 게 최선이었다. 환경 탓과 자기 연민은 독이 된다. 오히려 독립성 있게 어디까지 내 힘으로 이뤄낼 수 있느냐가 관건이었다.

주말 편의점 아르바이트 하나를 더 구했다. 평일에 퇴근하면 강남으로 급하게 가서 아이엘츠 수업을 들었고, 녹초가 된 몸으로 안산에 내려갔다. 주말에는 아침 6시 30분부터 2시까지 편의점 일을 했고, 퇴근하면 잠들기 전에 카페로 가서 영어 공부를 했다. 지난 두 달은 그렇게 살았다.

내일은 편의점 아르바이트 면접을 하나 더 보러 간다. 살면서 쓰리잡까지 하게 될 줄은 몰랐는데 생각보다 할 만하다. 어쨌든 유학 자금을 스스로 모으려면 될 때까지 해봐야 하니까.

그리고 내일이 기대되니까, 하고 싶은 일이 명확해지니까 어떤 과정이든 그 속에서 즐거움과 의미를 찾게 된다. 옆에서 좋은 어른들과 선배들, 그리고 친구들과 가족들이 응원해 주기도 하고. 내가 내린 결정에 의심이 들 때면 돌아보지 않으려고 연습하고 있다. 여정의 끝에서 무엇이 기다리고 있을지 몰라도. 혹여나 실패할지라도. 영화감독 이길보라의 부모님이 그에게 했던 말을 기억하며 글을 마친다.

“괜찮아, 경험!”


퇴근길 어느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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