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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델리보이 Dec 10. 2019

앞으로 무엇을 볼 것인가

관찰의 인문학, 알렉산드라 호로비츠


"90점?"


내 친구가 요청한 물음에 대한 대답이다. 오랜만에 만나 맥주잔을 기울이던 중에 친구 놈이 내게 물어왔다.

"넌 요즘 사는게 어떠냐? 100점 만점 중에 몇 점이야?"(30대가 되어서부터는 대부분 대화의 초점은 삶의 질, 아니면 돈이다. 아 결혼도..) 물론 짧은 순간에 매긴 점수지만 요즘 같은 세상에 90점짜리 삶이라니. 지나치게 높은 게 아니냐고 할 수도 있겠지만 정말 그렇다. 그 이유는 자기 가게를 운영해서도 아니고, 돈이 많아서는 더더더욱아니다. 뭐랄까, 생각해보니 딱히 불행할 이유가 없다. 요즘 들어 아침에 눈 뜨는게 즐거울 때가 많다. 그렇다고 해서 걱정거리가 없는 것은 아니다. 일어나지 않은 일을 두고 지나친 걱정을 할 때도 있고, 가끔씩이지만(어쩌면 자주) 왠지 모르게 불안한 마음도 든다. 뭐 앞으로도 계속해서 90점 일지는 두고 봐야 알 일이고. 아! 그러고 보니 점수와 관련하여 큰 연관성을 찾아냈다. 그것은 글의 마지막 부분에서 이야기해주겠다.



같은 것을 읽어도 다른 것을 보는 우리


지난 9월 씽큐베이션에 합격한 뒤로 11월까지 쏜살같이 달려왔다. 그간 우리 팀원들은 11권의 책을 읽고 서평을 남기고 있으며 2주에 한 번씩 모여 토의 주제를 두고 열띤 토론을 펼친다. 재미있는 점은 12명의 팀원들이 매주 한 권씩 같은 책을 읽는데도 불구하고 각자가 느끼는 포인트들이 다르다는 것이다. 모두들 저마다의 세상을 보는 관점으로 서평을 남긴다. 여기에는 정답이 없다. 그러나 우리는 같은 주제에 대한 서로의 생각과 관점을 드러내며 알듯 말 듯 자신의 태도를 점검해보거나 누군가에 의견에 자극을 받는다. 이렇게 나는 단칸방과도 같은 자신만의 시야를 조금씩 넓혀나가고 있는 중이다. 11번째 책인 <관찰의 인문학>은 이러한 현상과 관련이 깊은 책이었다. 이 책의 저자이자 베스트셀러 작가인 '알렉산드라 호로비츠'는 각기 다른 분야에서 일하는 11명의 전문가들과(거기에는 어린아이와 강아지도 있다.) 평범한 동네를 산책하면서 익숙한 것을 바라보는 그들의 시선에 대하여 이야기한다.



때로는 아이의 눈으로 바라보아야 한다.



아이들은 어른과는 다른 밀도로 세상을 지각한다. 우리가 대강 보고 넘기는 풍경들과 불필요한 것으로 일축해버린 소리들에 집중하고 우리 눈에 띄지 않는 것들을 똑똑히 보는 것이다.
유년 시절에는 모든 것이 새롭다. 그러나 나이가 들면 모든 것에 익숙해진다. '이미 본 것들'이기 때문이다.


나는 동네에서 가까운 거리를 이동할 때면 전동카를 주로 이용한다. 바람을 가르며 질주하다 보면 저 멀리서 서너 살 정도의 아이들이 선생님을 따라 일렬로 줄을 맞추어 내 쪽으로 걸어오는 광경을 마주칠 때가 있다.나는 서서히 속력을 줄이고 멀찍이 떨어져 그들의 옆을 지나가면 10명 중 전원이 멈추어 서서 뚫어지게 신기한 듯 나를 쳐다본다. 나는 씽긋 한번 웃어주고는 유유히 그들의 시야에서 사라진다. 아이들의 눈에는 세상 모든 것들이 관찰의 대상이다. 분명 아이들의 눈빛에는 단순히 보는 것 이상의 호기심이 서려있다. 그런 아이들의 시선을 갖기 위해 의식적으로 노력하는 어른들도 있다. 우리는 그들을 시인이라고 부른다. 그들은 잊혀진 것들 혹은 진부한 것에 생명을 불어넣는 역할을 한다. 일상 속에서 재미를 느끼고 싶다면 때로는 의식적으로, 아이의 눈으로, 시인의 눈으로 세상을 바라볼 필요도 있다. 



준전문가만 되자! 일단은.



어떤 분야에 대해 최소한의 사실만 알고 있어도 화제를 따라가기가 훨씬 쉬워진다. 그 최소한의 사실이 점차 발전해서 지식의 호수를 이루게 되면 우리는 전문가를 자처하며 그 사실을 지적으로 증명해보일 수 있다. 전문성을 얻음과 동시에 우리가 보고 듣는 것에 변화가 생기고 주의를 기울이는 대상도 달라진다.
전문 체스 선수와 초보자의 차이는 그들이 보는 풍경이 의미를 띠는지 여부에서 비롯된다. 전문가의 눈에는 모든 말이 서로 연관돼 있다.


세상에 정해진 것이 있는가? 우리는 직업을 정해놓고 해당 분야에서만 최선을 다한다. 그것은 우리를 직업이란 단어 안에 가둬두는 셈이다. 어쩌면 직업이란 단순한 말장난일이지도 모른다. 나는 의상을 전공했으며 첫 직장은 웹디자이너로 일을 시작했다. 지금은 바리스타로써 가게를 운영하면서 티 전문기관에서 강사과정을 이수하여 나만의 차를 블렌딩하여 손님들에게 판매하고 있다. 기회가 된다면 내년에는 글을 기고하고 싶다는 생각까지 한다. 물론 언급한 모든 분야에서 프로라고 할 수는 없다. 그러나 관련된 것에 일반 사람들보다 많은 것을 느낄 수 있다. 주어진 삶에서 많은 것을 느낄 수 있다는 것은 분명 커다란 행운이다! 지난날 스티븐 잡스가 이야기했듯 과거의 점을 연결하다 보면 무엇이 탄생할지도 모른다.(커넥팅 닷이라고 한다.) 이와 관련하여 한 유명 유튜버는 안경을 수집하라는 말을 했다. 여기서의 안경이란 새로운 분야에 대한 시선을 이야기한다.



나는 왜 90점이라고 이야기했을까?


    

90점의 원천에는 호기심이 있었다. 그렇다 나는 호기심이 많다. 하지만 어렸을 적에는 끝을 모르는 호기심 때문에 의지가 부족했었다. 무엇인가를 진득하니 오래 하는 것은 나에게 굉장히 고된 일이었다. 차츰 나이가 들면서 성숙된 호기심에는 오랜 기간의 연습이 과정이 필요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아는 만큼 보인다라는 말의 깊은 뜻을 이해하는가? 아는 만큼 볼 줄 알게 되면 우리는 거기서 재미를 느끼게 된다. 손에 잡히지 않았던 무형의 관념들이 실체를 갖추기 시작하면서 선명하게 눈앞에 나타나는 순간, 우리는 자신도 모르게 아하! 를 외치게 된다. 바로 그 아하의 순간 뇌에서 쾌락을 담당하는 도파민이 분비되는 것을 느낀다. 분명 그 순간은 나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가져다준다. 단언컨대 호기심을 파고들다 보면 이전까지 느끼지 못했던 재미를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지금 본인의 삶이 지루하다고 생각된다면, 어쩔 수 없이 봐야 한다. 무엇을? 자신을 봐야 한다. 거울은 집어치우고 내면을 들여다보자. 그것은 곧 관찰이다. 그냥 보는 것과 관찰을 하는 것은 필시 커다란 차이가 있다. 나는 오랜 기간 나를 보아왔다. 일기장만 10권이 되어가고 그동안의 크고 작은 성취가 나를 이야기해준다. 삶을 보다 더 풍요롭고 재미있게 만드는 방법은 주어진 다양한 것들을 관찰하는 것이다. 나를 관찰해도 좋고 세상을 관찰해도 좋다. 상자 밖에서 생각하는 습관을 들이자! 과감하게 새로운 분야에 뛰어들고 경험을 쌓고 다양한 사람들과 관찰한 것에 대하여 나누어라. 점수는 끝을 모르고 올라갈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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