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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델리보이 Dec 23. 2019

대중들은 모르는 펭수 흥행의 숨은 비밀


2019년이 얼마 남지 않은 지금, 남극에서 온 10살짜리 펭귄이 대한민국을 뒤흔들고 있다. '자이언트 펭TV' 라는 채널의 유튜버로 시작해 이름을 알리기 시작하더니 현재는 방송사를 넘어 서점가까지 장악하고 말았다. (현재 유튜브 구독자수는 무려 100만을 넘어섰다.) 눈 여겨볼 점은 펭수는 지상파 교육방송인 EBS에서 만들어졌다는 점이다. 어떻게 ebs는 교육방송이라는 고정관념을 깨고 대한민국을 사로잡는 펭수라는 대박아이템을 만들어냈을까?


나는 얼마 전 한 책을 통해 펭수의 흥행 비결을 찾아냈다. 이미 펭수가 성공한 콘텐츠로 분류되는 원인을 분석한 글들은 일파만파 퍼져있다. 대다수의 사람들은 흥행의 원인을 펭수의 유머러스한  B급 감성, 혹은 2030세대에 대한 공감과 힐링을 주된 요인으로 꼽는다. 그러나 나는 그것을 조금 다르게 해석하여 생소한 개념인 크리에이티브 커브라는 관점에서 설명하고자 한다. 심지어 펭수 뿐만 아니라 모든 흥행하는 아이디어가 이 곡선을 따른다. 요즘 가장 유행하고 있는 겨울왕국2와 유산슬, 장성규 또한 이러한 현상과 깊은 관련이 있다.


크리에이티브 커브란 무엇인가?



친숙성과 색다름 사이의 균형을 유지하는 문제는 큰돈을 버는데만 유용한 것이 아니다. 그것은 '핵심'이다.


크리에이티브 커브란 위의 종형 곡선을 일컫는다. 이것은 '생각이 돈이 되는 순간'의 저자 앨런 가넷이 만들어낸 개념이다. 저 곡선은 쉽게 말해서 흥행하는 아이디어의 생과 사라고 이야기할 수 있다. 어떤 콘텐츠가 대중의 관심을 끌어 인기가 정점을 찍으면  그것은 점차 서서히 사그라든다. 이것은 펭수 뿐만 아니라 모든 잘 나가는 콘텐츠가 비슷한 양상을 띤다. 펭수의 인기는 현재 위에 곡선에서  인기가 급격하게 상승하고 있는 '스위트 스폿'에 위치해있다. 우리는 이 곡선을 좀 더 면밀하게 분석할 필요가 있다. 왜냐하면 이 그래프를 잘 이해한다면 누구나 '돈이 되는 아이디어' 혹은 '대중에게 사랑받는 콘텐츠'를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흥행하는 아이디어를 만드는 네 가지 법칙


첫 번째 법칙, 소비하라



깨어 있는 시간의 20%를 자신의 창작 분야에 속한 자료에 소비한다면, 직접 경험하지 않고도 어떤 아이디어가 어느 정도 친숙한 지, 즉 그것이 크리에이티브 커브의 어디쯤에 해당하는 것인지를 직관적으로 전문가 입장에서 이해할 수 있게 된다.


이것은 꼭 돈을 소비하라는 이야기가 아니다. 저자는 자신이 이야기하고 싶은 주제와 관련하여 다양한 콘텐츠들을 소비할 것을 권한다. 대중에게 인기를 끄는 그들에게는 한 가지 공통점이 있다. 바로 관련 분야에서 엄청난 시간을 소비했다는 것이다.(흔히 알고 있는 1만 시간의 법칙과 비슷한 맥락이라고 볼 수 있으나 같지는 않다.) 수박 겉 핥기 식이 아닌 제대로  소비를 해야 한다. 요행이 좋은 사람이라면 처음에 그럴싸하게 포장할 수 있지만  사람 혹은 제품의 진가는 시간이 지나야 드러나는 이다.


본문에서는  '테드 사란도스'의 이야기를 예로 든다. 그가 비디오 대여점에서 일하던 시절, 수많은 사람들이 그에게 영화를 추천받기 위해 줄을 서서 기다렸다. 그는 대여점의 모든 비디오 영화를 섭렵하면서 가게를 찾는 손님들의 상황에 맞추어 영화를 추천해주기 시작했고, 많은 사람들이 그를 찾기 시작했다(마치 요즘 시대의 인기 유튜버와 같은 느낌인 것일까?) 그것을 계기로 그는 비디오 유통회사에서 중역을 맡게 되었다. 그리고 2000년대에는 넷플릭스로부터 콘텐츠 최고 적임자라는 중책을 제안받게 된다.


 마찬가지로 펭수의 실질적 고향인 ebs에서는 이미 수십 년간 다양한 콘텐츠를 만들고 소비해왔다. 그들은 통계적으로 혹은 직감적으로 해당 콘텐츠에 대한 대중의 반응을 느낀다. 뿐만 아니라 그간의 데이터와 경험 통해 대중이 반응하는 콘텐츠의 특징을 보다 수월하게 예측할 수 있을 것이다. 펭수의 인기는 대중에게 선보이기 이전에 이미 많은 부분이 설계되었을지도 모른다.


두 번째 법칙, 모방하라


(좌) - 뽀로로, (우) 일러스트레이터 양경수님의 작품


많은 창작가는 창의적 조상들이 확립해놓은 패턴을 어깨너머로 보고 체득하는 방식으로 비범한 작품을 만들어낼 수 있었다. 그들은 색다름을 제대로 비틀어 친숙함과 결합했다.


잘 되는 것에는 분명 이유가 있다. 충분히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도 있으나 이미 '모방'에 대한 장점에 대하여는 이미 수많은 크리에이티브한 사람들이 견해를 밝힌 바가 있다. 세기의 천재 미술가 피카소는 "좋은 예술가는 베끼고 위대한 예술가는 훔친다."라고 충격적인 말을 했다. 심지어 스티븐 잡스는 피카소의 말을 응용하며 "우리는 훌륭한 아이디어를 훔치는 것을 부끄러워하지 않는다."라고 이야기했다. 모방을 한다는 것은 대상을 똑같이 카피한다는 이야기가 아니다. 대상과 비슷하지만 그것과는 다르게 자기만의 색이 뚜렷이 보이는 것을 이야기한다.


펭수 또한 신선하지만 완벽하게 새롭다고 하기에는 몇 가지 걸리는 것들이 있다. 이미 우리에게는 친숙한 펭귄인 캐릭터인 뽀로로가 있고, b급 블랙 코미디 감성 또한 수많은 개그맨들이나 콘텐츠를 통해 자주 접해왔다. 캐릭터만 놓고 봤을 때는 전혀 새로운 외형을 하고 있지만 그 속을 관통하는 감성은 여러 가지의 모방을 통해 펭수만의 감성으로 재창조했다고 볼 수가 있다.


세 번째 법칙, 공동체에 참여하라


훌륭한 영화는 많은 재능 있는 목소리의 협업 결과다. 애니메이션 영화를 만드는 데는 스토리 아티스트, 애니메이터, 프로듀서, 시나리오 작가, 연출가, 실무 중역, 마케터까지 필요하다. 작업은 반복적이고 사람들은 서로가 서로에게 피드백을 준다. 이렇게 서로 다른 목소리를 내는 사람들이 함께 일하기 때문에 관객들이 즐길 수 있는 작품 하나를 두고 다양하고 폭넓은 관점이 만들어진다.


출처 - incase 홈페이지

예술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키스 해링, 바스키아, 케니 샤프라는 이름을  한 번쯤은 들어보았을 것이다. 그들은 팝 아트의 전설이다.(케니 샤프는 작년에 롯데뮤지엄을 통해 개인전을 열었다.) 비슷한 동년배인 이들은 클럽 57이라는 아지트를 열어 활동했다. 그곳에서 그들은 영감을 주고받고 협업을 하는 등 다양한 예술활동을 통해 각자의 명성을 넓혀갔다.


다듬어지지 않은 원석과도 같은 아이디어가 있다고 가정하자. 혼자 그것을 깎고, 부수고, 덧칠하는 것보다 공동체 안에서 여러 사람의 피드백을 거치는 쪽이 대중에게 보다 더 매력적인 모습으로 어필할 수 있을것이다. 방송사 또한 크리에이티브한 인재들이 대거로 모여있는 곳이다. 그들은 매일같이 대중의 관심을 끄는 콘텐츠를 만들기 위해 오랜 시간 생각과 회의를 거듭한다. 펭수 또한 어느 한 사람의 아이디어라기보다 내부의 다양한 분야의 사람들의 피드백을 통해 지금의 모습을 갖추게 되었을 것이다.


네 번째 법칙, 끊임없이 반복하라


창작 분야 전반에서 이루어지는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반복 과정은 크리에이티브 커브를 위한 제품과 메시지를 다듬는 데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이처럼 청중의 반응을 점검하고 또 노력을 들인 만큼 결과가 있었는지 판단하려면 데이터를 잘 활용해야 한다.


홈런을 치려면 일단 자주 타석에 서야 한다. 이것은 진리다. 자주 시도하면서 무엇이 문제였는지 점검해보고 잘 진행되었다면 그 이유를 찾아 나만의 패턴을 만들면 될 것이다. 결국 반복이란 위에 세 가지 법칙을 계속해서 시도하는 것이다. EBS는 나의 어린 시절부터 '뚝딱이', '뽀로로', '뿡뿡이' 등 시대의 변화에 맞추어 다양한 캐릭터들을 반복해서 생성해왔다. 그리고 얼마 전 등장한 펭수는 현시대에 가장 많은 콘텐츠를 소비하는 2030 세대의 감성을 건드리면서 대중적인 인기의 반열에 올랐다.


사실 펭수의 흥행 원인을 '젊은 세대의 사회적 감성을 건드린 것이 성공 비결이다'라고 치부를 해버리기에는 ebs는 이미 너무 많은 것을 갖추고 있다. 한 가지 예를 들어보자. 유튜브 또한 엄연히 방송매체다. 그렇기 때문에 오히려 개인이나 소수의 집단이 준비하는 것보다 수준 이상으로 고퀄리티를 뽑아낼 수 있다. (편집이나 자막처리 기술만 보아도 알 수 있다.) 심지어 바이럴적인 측면에서도 훨씬 더 유리하게 대중에게 어필할 수 있었을 것이다.


당신은 어떤 사람인가



혹자는 이 글을 보면서 '뭐야 그냥  나가는 거에 끼워 맞춘 거네'라고 반문을 할지도 모르겠다. 이와 관련하여 저자는 '생각이 돈이 되는 순간'에서 아이디어가 대중에게 폭발적인 관심을 얻는 것에는 일정 패턴이 존재한다고 역설한다. 그에 대한 예시로 비틀즈나 해리포터의 성공 사례를 비롯 다양한 사례를 들어 증명해 보이고 있다.(그러므로 끼워맞추었다는 생각이 들면 필히 이 책을 읽어보길 권한다!)  그리고 위에서 간략하게 설명했던 크리에이티브 커브 외에도 우리가 흔히 천재의 전유물로 일컫는 '영감'이 어떻게 탄생하는지, 그리고 천재가 아닌 우리들이 폭발적인 아이디어를 생각해내는 과정(위의 네 가지 법칙과 관련이 깊다.)에 대하여 갖가지 근거와 사례를 이용해 설명한다. 그러나 이 책을 읽는다고 해서 곧바로 창의적인 사람이 되거나 기막힌 아이디어를 생각해낼 수는 없을 것이다.


당신은 혹시 '나는 아이디어를 생각할 능력이 안된다거나 운이 따라주지 않아'라고 불평불만만 늘어놓고 있지는 않는가. 세상에 선보이고 싶은 기가 막힌 아이디어를 가지고 있다면 위에서 언급했다시피 소비 - 모방 - 창의적 공동체 - 반복으로 이어지는 일련의 행위들을 끊임없이 해나가야 할 것이다. 그리고 운이 좋다면 그 안에서 우리는 기회를 잡을 수 있을 것이다. 그 기회는 펭수 뿐만 아니라 현재 가장 큰 이슈를 몰고 있는 장성규, 겨울왕국2, 유산슬처럼 커다란 사회적 파급효과와 부를 가져다줄 것이다. 그리고 혹시 주변에 위의 네 가지 행위를 미친 듯이 반복하는 사람이 있다면 그를 눈여겨보아라. 그는 어쩌면 불투명한 세상에서의 성공의 증표가 될지도 모른다. 마지막으로 내 진짜 속마음 이야기하겠다. 솔직히 말하자면 나는 그게 당신이 되기를 바란다. 행운을 빈다!



롤링의 이야기에서 내가 가장 좋아하는 부분은 그녀의 창작 과정에 대한 대중의 인식과 실제 사이의 커다란 간극이다. 그녀는 번개를 맞은 적이 없다. 그녀는 창작의 로또에 당첨된 적도 없다. 그녀는 읽고 계획을 짜고 쓰는 데 몇 해를 보냈고, 그 치열한 노고의 결과물이 <해리포터>였다.

생각이 돈이 되는 순간 P-3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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